울딸랑구가 아침 식탁에서 밥 한 술 뜨다가는
배를 움켜쥐고 안방 화장실로 줄행랑을 칩니다.
식사중에 꼭 화장실에 가는 아주 뭐시기헌 고냑헌 습관이 있어서
늘상 밥상머리에서 지청구를 듣곤 하는 아이인데...
엄마 아빠 식사가 거의 끝나가도록 종무소식이더니
밥을 못먹겠다며 제 방으로 들어갑니다.
에고...또 벌써 한 달이 되었네여.
이럴땐 왜케 한 달이 빨리 지나가는지...
따끈헌 허브차라도 마셔보래두 고개만 절래절래...
고놈의 고약헌 생리통으로 우리집엔 또 비상이 걸렸습니다.
밥도 굶은채로 학교에 갔던 아이가
11시가 조금 못되어 백짓장 같은 얼굴을 허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거실에 쓰러져 눕습니다.
겨우겨우 부축해 방에 데려다 뉘었더니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서는 토하고
먹은것도 없이 설사를 하고...
욕조에 옷을 입은채로 들어앉아서는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맞고 신음을 하며 울고있네요.
이 일을 워찌해야 할지...
급히 오늘 팥죽을 쑤려고 찹쌀 담가둔걸 조금 덜어서
죽이라도 쑤어서 먹여보려구요.
이런 극심헌 통증에는 진통제도 아무 소용이 없지만
그래도 빈속에 약을 먹일 수 없어서
부리나케 죽을 쑤었습니다.
죽이야말로 오래오래 정성을 들여서 쑤어야 하는것인데
마음이 급하니 찹쌀 한 주먹도 안 되는 분량인데도
왜케 시간이 걸리는지요...
매트를 최고온도로 높여서 아이를 데려다 눕혀놓고
주방으로 왔다갔다하며 퍼지기까지 기다리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요.
이제는 학교에서도 유명인사(?)가 되어서
남선생님께서도 다 월중행사를 아신다니요...
핏기라곤 하나도 없는 얼굴에
양호실 선생님께서도 놀라서 전화가 오기를 수없이 하니
병원에도 데려가보고 초음파사진도 찍었지만
아무 이상은 없다시는데
한의원에서 약을 2년이 넘게 먹고 있는데
이제서야 겨우 조금씩 호전이 되어 학교는 갈 정도라고
학교에서 실려오는 일이 뜸해져서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미리 앞당겨 먹어야 하는 진통제를 때를 잘 못맞추면
이와같은 사태가 발생을 합니다.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느끼는 통증은 진통제로도
감당키 어려울정도의 것일거라는데...
급체를 한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순간적으로 기가 막힌 상태라네여.
아이는 끓일때 생기는 냄비 가장자리에 생기는 요것을
평소에 아주 좋아해서 이 와중에도 죽 위에
가만히 얹어서 조선간장과 동치미를 곁들여서
좀 먹어보라고...그리고 나서 약을 좀 먹어보라고...
그런데도 눈도 못뜨고 못 먹겠다며 돌아 눕더니
이제 겨우 살며시 잠이 든 모양입니다.
아직도 백랍같은 얼굴이라서 대책없이 바라봐야하는 에미의 마음은
이럴때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어찌해얄지를 모르겠네여.
시험기간이 아닌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지만
참말 대신 아파줄 수 있는거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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