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으로 이사오기 몇 해 전 아파트에 살던 때에
폭우로 강물이 범람해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주차장이 물에 잠겼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이렇게 어마무시한 비는 처음이다.
비가 세찬 바람과 함께 오니
방충망 윗부분까지 뿌려서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
살다 살다 이런 어마무시한 비는 처음이다.
2층의 데크도 마찬가지로
나가 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때로는 이렇게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감상하며 즐기기도 했더랬는데...
이렇게 대책 없는 현실 앞에서 두려움이 일렁인다.
잠시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서 2층에서 창문을 열어보니
정원이 빗물에 잠겨 연못 같다.
대문 밑으로 도둑고양이들이 드나들어서
돌로 막아두었던 것을
빗물이 빨리 빠져나가도록 치워놨는데도 이렇게 빗물에 잠겨서
나머지 쪽도 비가 조금 주춤해지면 치워놓아야 것 같다.
계단의 창도 역시나...
방충망 청소하며 빗물 빠져나가는 구멍으로
날벌레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작은 방충망까지
미리미리 확인하고 청소를 해뒀기에 망정이지
방치했더라면 안쪽으로 흘러넘쳤을지도 모른다.
문을 열고 2층 데크로 나가서 뒤뜰의 텃밭 상황을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다시 굵은 빗줄기가...
다용도실의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니
열무 씨 뿌리고 한냉사로 씌워뒀던 게 빗물에 쓸려내려갈 뻔...
밭고랑이 잠겼다.
작은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옆마당은 그래도 배수가 어느 정도 원활한 듯.
또다시 폭우가 세찬 바람과 함께 쏟아진다.
순식간에 다시 옆마당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더니
옆마당 데크 아래에 떨어진 잎들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잔디도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 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침실 쪽 창을 통해 배수 상황을 점검하려다가 포기.
옆집의 살구나무가 세찬 바람에 잎이
우리 집 2층 데크 위로 떨어져서 배수구를 막는 일이
해마다 벌어져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인데
빗줄기가 거세지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기.
이미 마을 앞쪽 농경지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는데
걱정과 염려는 아무 도움이 안 되니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주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며 마음의 평안을 누리기로 했다.
'인생2막 전원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도 비요일 (0) | 2023.07.15 |
---|---|
물폭탄 맞은 오후 나절 (0) | 2023.07.14 |
주말 오후 (0) | 2023.07.09 |
체력이 고갈된 하루 (0) | 2023.07.05 |
장마가 끝난 게 아니었다. (0) | 2023.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