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깨 수술한 후로부터
주방을 접수한 남푠.
이곳으로 이사를 한 뒤로 경제활동도 왕성해져서
가정경제에 주부인 나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관심을 갖더니만
아파서 내가 거의 손을 놓게 되자 얼씨구~~
날마다 무신 택배가 그리도 와쌌는지...
무슨 말을 못 한다.
단 둘이 사는 집에 새우깡을 박스로 사들이는 집이
과연 울집 말고 또 있을끄나?
뭣이 맛있다는 말만 해도 사들이니...
대형마트가 코앞이던 아파트에서 살다가
뭐 하나 사려해도 시내까지 운전하고 다녀와야 하다 보니
어느새 뭐든 사다 쟁이는 습관이 생겼다.
거기에 택배 시스템에 맛들려서 뭘 그리 사들이는지...
이 뻥과자도 어느 날 박스로 배송이 되었는데
바스락바스락 먹다 보면 가루가 떨어져서 성가신 뻥과자를
글쎄 틈만 나면 함께 먹자고 꼬드긴다.
주방에서 이렇게 입에 물고 있다가 딱 걸렸당.ㅋㅋ
체중이 느는 것 같고 은근히 배가 나온 것도 같아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했건만...
이렇게 몰래몰래 야곰야곰~~
점심 무렵쯤.
주방에서 또 뭔가 딸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하더니만
커피얼음을 찾기에 냉동실 포켓에 1회 용기에 있다고 했더니...
남푠이 여행 가서 사 온 주석 컵에다
션~헌 아이스커피를 만들어서 대령을 허긋다며
굳이 이 컵을 찾아내서 냉장고에 미리 넣어둬서
차갑게 준비를 했었단다.
이렇게 커피를 얼려두고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서 쓰면
딱 좋은지라 넉넉하게 얼려두고 이용을 하는데
취향대로 아이스커피를 즐기기 위해서
두 가지 맛으로 준비하였단다.
하나는 커피 원액만 얼린 얼음을 넣고
하나는 프림이 들어있는 아이스커피를 얼린 얼음이 있어서
얼씨구나 꺼냈단다.
그런데 얼음이 너무 꽁꽁 얼었는지
잘 떨어지지 않아 겁나게 애를 써야만 했었단다.ㅋㅋ
거실로 뽀대 나는 커피를 배달하려는데
워째 자기 것은 맛이 요상시럽다공...
궁시렁 궁시렁 소리가 나서 가보니
이게 무신 황당 시츄에이션이당가~!!!!!!
아이스커피 얼음이 아닌
수프용 루를 만들어서 이렇게 얼려둔 것을
인스턴트커피 얼음인 줄 알고
차가운 주석 잔에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글쎄 이 수프용 루를 넣고 아무리 저어도 녹지 않는다공...
써놓기라도 했어얀다며 겁나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왜 루를 얼려두냔다.
수프의 기본인 루는 수프의 농도를 내기도 하지만
맛을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데
버터와 밀가루를 동량으로 하여 연한 갈색빛이 날 때까지 볶아주다가
육수를 부어가며 덩이 지지 않게 잘 저어서 풀어주면
적당한 농도의 수프가 완성되는 것을...
자주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수프를 만들다 보니
그때마다 루를 만드는 게 번거로워서 이렇게 한 덩이씩 꺼내 쓰기 좋게
얼려둔 것이었거늘...
오늘도 이렇게 나를 위한답시고
또 일을 저지른 남푠은
주방에서 서재로 황급히 피신하는 중이다. ㅋㅋㅋㅋㅋ
그 와중에도 입에 또 뭔가를 물고서뤼...
못 말리는 남푠 땜시 한바탕 웃었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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