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비요일의 수목원 데이트

꿈낭구 2023. 9. 26. 19:00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다.

비가 오니 인적이 드물것 같아

집 가까이에 있는 수목원을 찾았다.

내가 너무 오래 아파서 고생하다 보니

봄 여름을 어찌 보냈다 싶다.

이젠 제법 많이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

요즘 하루도 빤할 날이 없이 비가 잦다.

수목원도 잦은 폭우에는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

울집 정원의 장미 처럼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이 안쓰럽다.

비에 젖은 꽃잎이라 향기는 그다지...

사람이 없어 마스크 없이 활보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던지...

장미원의 꽃들과 흠뻑 빠져서 놀았다.

가냘픈 꽃들이 비에 흠뻑 젖어 힘겨워 보인다.

울집 꽃들은 가끔 꽃송이를 조심스럽게 흔들어

빗물을 털어주곤 하는데

털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수목원이니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었다.

어제 정원의 잡초 제거하면서 보니

울집 요 장미에 벌레들의 소행인지 

잎을 갉아 먹은 흔적이 있어서 속상했는데

얘는 그래도 청순한 아름다움을 가득 안고 있다.

장미원의 꽃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너무나 가냘퍼서 비에 젖은 꽃송이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비나 오니까 이렇게 찬찬히 꽃 하나하나와

눈인사를 나누며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긍정모드를 장착하니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꽃을 유난히 좋아하셨던 엄마 생각이 났다.

울집 정원에도 엄마가 심어주신 꽃들이 한창인데...

비가 내리는 이른 오후

수면 위로 빗방울이 그림을 그려내는 중이다.

수련 '헬보라' 작고 사랑스런 꽃이다.

한때 울집에도 댑싸리를 심었었는데

공사하면서 모두 없어져서 안타깝다.

비에 젖은 핑크뮬리는 환상이다.

사랑스런 핑크빛이다.

수련 하나 하나가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지...

흔치 않은 아주 매혹적인 빛깔이다.

물그림자에 마음을 빼앗길 뻔!

내가 그토록 오래 이 램스이어를 구해보려고 애를 썼는데도

구할 수 없었던 식물이 여기에 이렇게 있어서

얼마나 반갑던지...

나도 내년 봄에는 씨앗을 구해서 꼭 심어보고 싶다.

알록달록한 별사탕 같다.ㅎㅎ

제각각의 컬러로 멋을 견주는 모습 같다.

아~! 댑싸리야.

별사탕 같은 씨앗이 매달리면 더더욱 예뻐지리라.

비가 와서 그런지 수목원의 모기가 자꾸만 공격한다.

비요일의 데이트를 시샘하는 모양이다.

한땀 한땀 색실로 수를 놓은듯

이 정교한 아우트라인에 마음을 빼앗겼다.

꽃 보다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가만히 속삭여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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