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남푠과 데이트

꿈낭구 2023. 10. 14. 20:14

23년 10월 11일 수요일 

조조프로로 영화 감상하러 시내 나들이.

남푠이 시댁 어른들과 점심약속이 있어서

이른 시각에 영화 티켓을 예매해야 했다.

코로나 시절의 그 때 처럼

영화관에는 달랑 우리 둘 뿐이다.

영화는 스토리도 연기도 그저 그렇더라는...

돈 주고 봤으면 억울할 뻔 했다.

남푠 점심약속 시간에 맞추어

나는 나 대로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동무를 만나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식사는 뒷전이 되어

절반도 못 먹었다.

각자 식사 끝나고 다시 남푠과 함께 귀가하려는데

갑자기 드라이브를 하잔다.

코스모스길을 가고 싶었던가 보다.

하지만 꽃길은 기대에 못미쳤다.

옛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침 안개 자욱한 이른 새벽에도

퇴근 후 황홀한 일몰을 보기 위해 이 길을 내달렸던 추억과

비가 내리는 가을 저녁에

음악을 들으며 이 길을 달렸던

추억의 데이트 코스였는데...

예전과 사뭇 달라진 어쩐지 황량한 분위기라서

많이 아쉽더라는...

코스모스 꽃길도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코스모스 꽃길 다운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꽃놀이를 즐기고

오래전 우리의 추억의 드라이브 코스를 

한적한 시간에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엔 코스모스 꽃도 예전과 다르다.

색다른 품종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코스모스꽃을 좋아하셨던 엄마 생각이 났다.

그리운 엄마 생각에 잠시 울컥...

꽃을 유난히 좋아하셨고

잘 가꾸셨던 울엄마를 모시고 이 꽃길을 드라이브 했더라면... 

어느새 씨가 여물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일몰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망해사.

아직 해가 중천이라 일몰까지 기다리기엔 좀 그렇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이곳의 풍광도 예전만 못하다.

숨막히리 만치 황홀한 일몰의 광경을

언젠가 다시 한 번 마주할 수 있었으면...

살짝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잔물결이 아름답다.

예전의 모습을 많이 잃어서 아쉬운 풍광이다.

사뭇 달라진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언젠가 언니들과 함께 이곳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마주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두둥실 구름이 흘러가듯

우리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음을...

낮은 담장 기왓장에 오후 햇살이 내리쬐어 눈부시다.

찰랑찰랑 소리가 날 것 같은 물결을 오래오래 마주하고

돌아서는 길.

언젠가는 우리도 나이 들어

오늘의 이 순간들을 이렇게 희미하게 떠올리는건 아닐까?

하나 하나 마음에 새기듯 눈을 맞추고 돌아오는 길.

곁에 함께 추억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랑하는 이가 있음에 감사하다.

우유에 요거트파우더를 넣고

시리얼을 취향대로 넣어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내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준 남푠이 고맙고 감사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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