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아쉬움 달래기

꿈낭구 2024. 2. 15. 16:41

냥3이가 퇴근을 하나 했더니

런닝머신에서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맞은편의 단풍나무 위에 이렇게 앉아서

지켜보고 있다.

요즘 거의 하루 종일 집에서 머물고 있는데

다시 원래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것일까?

삐돌이와 신경전을 벌이는 듯하더니

영역다툼에서 이긴 모양이다.

암튼 1시간을 걷는 동안 내내 이렇게 앉아서

나를 지켜보는 게 아무래도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ㅎㅎ

꽃을 미리 보려고 가지를 잘라 이렇게 두었는데

꽃망울 대신 초록초록한 잎만 무성하게 돋아나고 있다.

요즘 정원의 나무들 전지에 단재미가 난 남푠은

며칠 전부터  전문가의 영상으로 학습을 하더니

드댜~ 실습을 하는 모양이다.

잘라낸 가지 중에서 아까운 가지 몇 개를 주워다가

이렇게 즐기는 중인데 

실내가 따뜻해서 그런지 청매화가 

올망졸망 귀여운 꽃송이를 매달고 있다.

요즘 날마다 이 꽃들을 마주하며

즐기는 중이다.

가지치기 한 청매 가지가 아까워서 가져다 물꽂이를 했더니

어머나~! 세상에나~~!!

이렇게 꽃문을 열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상큼한 청매화의 향기가 느껴진다.

겨울 동안 사랑스런 눈길을 많이 받았던

서재의 목화가 이젠 뒤로 물러나게 생겼다.

추운 겨울 포근한 솜으로 

그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 준 목화꽃에게도

섭섭지 않게 눈길을 보내줘야지.

산당화 꽃을 기다리는데

얘들은 도무지 꽃망울이 움틀 기미가 없다.

이상하다.

가지치기를 잘못해서 그런 건가?

꽃눈은 묵은 가지에서만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며

작년 가을에 가지치기를 너무 과감하게 한 것이 원인일까?

암튼 좀 더 두고 보기로 하자.

낮에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옆집 살구나무가 잘려졌다.

갑자기 휑한 창밖을 보니

넘나 허전해서 살구나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시시때때로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들춰보았다.

꽃을 찾아 날아든 벌들의 붕붕거리는 소리를

이젠 들을 수 없게 되었구나...

하긴...이 살구나무는 주인집 보다는

우리가 더 많이 즐기며 눈호강을 했었다.

이렇게 꽃망울이 생겨 꽃송이가 벙글어지는 모습을

울집 서재의 창가에서 침실의 침대에 누워서도

실컷 즐길 수 있었는뎅...

꽃이 지고 나면 연한 초록잎들이 돋아나며

싱그러움을 선물하곤 했었다.

서재의 창문에서 보이는 늦은 봄의 살구나무 잎이

날마다 조금씩 자라며 짙어지는 모습을 즐기기도 했었다.

침대에 누워 바라보던 이 멋진 모습을

이제 볼 수 없다니 너무나 아쉽다.

봄마다 황홀한 꽃놀이에 흠뻑 빠져 지내곤 했었는데

나무에 찾아드는 갖가지 새들의 노래소리도 

이젠 들을 수 없겠구나.ㅠㅠ

서재와 침실 창을 통해 이렇게

날마다 살구나무를 즐기곤 했는데...

휑하니 너무 허전하다.

이른 아침 새사냥을 하러 나무에 올라간 냥2를 발견하고

너무나 놀랐던 생각이 난다.

 

노랗게 익은 살구에 날아드는 새들을 노리며

가지 아래 숨어있던 냥3이의 궁디를 보고

얼마나 웃었던가...

그 높은 지붕으로 어떻게 올라갔을까 궁금하고 놀랍기도 했는데

담장 위로 올라가서 나무를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가는 

민첩한 고양이를 목격하고 놀란 우리와 눈이 마주친 순간이다.

 

그동안 살구나무에 찾아드는 새들을 노리고 

담장 위로 올라가 살구나무 가지를 타고 옆집 지붕까지 올라가

새 사냥을 즐기던 고양이들이 낙심천만이겠다.ㅋㅋ

지난 여름 낡은 기와 지붕 위로 새 지붕을 덧입히는 공사를 하더니

너무 높이 자라 지붕 위로 뻗은 가지들이 성가셔서 잘라낸 모양이다.

잘려진 나무를 보니

울집 담장 높이에서 잘려서

새 가지들이 뻗어 자라려면 오랜 세월이 지나얄듯.

그러니 이젠 이렇게 탐스런 꽃송이들이

바람에 떨어져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봄에는 눈부신 살구꽃으로 눈을 즐겁게 해 주고

늦은 봄엔 노랗게 익은 살구가 담장 너머로 떨어져서

맛난 살구도 맛볼 수 있었는뎅...

이젠 이렇게 사진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되겠지?

꽃놀이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아쉽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빗소리가 꽤 운치있고 좋았는데...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고

겨울에는 가지 위로 눈부시게 쌓인 소복한 눈꽃도 참 어여뻤다.

 

나무가 지붕 위로 너무 크게 자라서 살충제를 할 수 없으니

살구나무에 흰불나방 애벌레들이 해마다 들끓어

해충이 우리 집 정원이며 텃밭까지 점령하곤 해서

짜증스럽기도 하고 관리하느라 참 힘들었었다.

 

태풍이 불면 나뭇잎이 울집 옥상 데크며

지붕 위 태양광 판넬 위 까지 낙엽이 어지럽게 날리고

옥상 배수구의 홈통이 막히는 등

여러 가지로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지만

막상 싹둑 잘려진 나무를 보니 허전하고 섭섭하다.

침실에 누워 별빛과 달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되어 아쉽다.

이 창문을 통해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정말 황홀했는데......

다행히도 살구나무가 

완전 밑둥까지 잘라낸 게 아니고

우리 집 담장 높이에서 잘려진 게

봄에 새 가지가 돋아나면 다시 살구꽃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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