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어마어마한 폭우로 잠을 깼다.
수시로 재난문자가 와서
일어나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보니
환기를 위해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두고 잤는데
얼마나 요란스럽게 비가 왔던지
빗물이 다용도실과 주방의 새끼 창문으로 들이쳐
바닥이 빗물로 흥건하고
인덕션 위에도 빗물이 ......
여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날이 밝아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정원으로 나가봤더니
꽃들이 얼마나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 시달렸던지
에궁~~!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라 여기며
쓰러진 파라솔도 세워놓고
꽃들도 살펴보기로 했다.
계속된 장맛비에 꽃들도 시련을 겪고 있다.
단풍나무 아래 흙도 쓸려 내려갔다.
한창 예쁘게 꽃을 피운 장미도
비에 흠뻑 젖어 조심스레 빗방울을 털어주었다.
물 먹은 습자지 같은 꽃잎이 애처롭다.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이렇게나마 견뎌준 것이 얼마나 고맙고 기특한지...
만지면 꽃잎이 후드득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미 꺾인 가지들도 있다.
빗방울이 보석처럼 주렁주렁~!
수정구슬이 가득한 공조팝나무.
인디언감자가 꽃을 피워
이렇게 줄을 타고 올라가던 참이었는데
그래도 그 모진 바람과 거센 비에
꺾이지 않고 무사해서 다행이다.
한창 예쁘게 꽃을 피운 보리지와 세이지가
쓰러져 눕고 말았다.
어느새 이렇게 익어가고 있던 아로니아 열매에도
빗물이 주렁주렁.
폭우에 이렇게 견뎌준 것이 기특하고 고맙다.
뒤뜰의 텃밭에는 들어가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쓰러져 누운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점심 대신 어제 사온 순대를 쪄서 먹으며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 여기기로 했다.
올해 장맛비는 유난히 밤에 집중적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퍼붓는 바람에
여기저기에서 쉴 새 없이 재난 안전문자와 경보가 울리다 보니
요즘 잠을 설치기 일쑤여서
신체 리듬이 깨져 낮에도 끄덩끄덩...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