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텃밭 수확물들

꿈낭구 2024. 7. 23. 17:34

지루한 장마가 지나갔나 싶으면

곧 이어 폭염이 이어지고

태풍급의 광풍으로 나무들이 시달려 뿌리가 흔들려

여기저기 돌아봐야 할 곳이 늘어가는데

사흘째 옥상에 올라간거 외에는

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실내에서만 지냈었다.

날씨 때문인지 컨디션이 썩 좋지않은 때문이기도 했지만

책에 빠져 지냈었다.

오늘은 아로니아를 수확하는 남푠을 위해

시원한 음료를 들고 모처럼 뒷뜰로 나갔더니

텃밭에 난데없는 참외꽃이 피었다.

심지도 않은 곳에 이게 어쩐 일이람!

그런데 꽃만 핀 게 아니었다.

내 주먹만한 참외가 열렸다.

룰루랄라~~ 

하긴...작년에 방울토마토를 심었던 자리에

방울토마토가 열려서

우린 여름 내내 방울토마토로 쥬스를 만들어 먹는 중이다.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즈음이면

이 참외가 노랗게 익지 않을까?

베리류 중에서 아로니아가 가장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는 얘기에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아로니아 묘목을 세 그루를 사다 심었었다.

그런데 이사와서 보니 기대와는 달리

블루베리 처럼 맛있을거라 기대했던 우리는

그 특유의 떫은 맛에 몹시 실망스러웠었다.

어쩜 이렇게도 맛없는 베리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뽑거나 잘라내지 않고 

여름날 그늘이라도 즐길 수 있으려니 하고 그냥 뒀더니

해마다 예쁜 꽃을 피우고 이렇게 열매를 주렁주렁~~!

오늘은 아로니아를 따서 청을 담그기로 했다.

아로니아 근처에 아주 오래전 부터 배나무가 있었는데

정원의 향나무와 마을 어귀의 소나무 숲 때문인지

배에 병이 생겨서 보기에 흉해 잘라냈더니

밑둥에서 새 가지가 자라나

봄이면 예쁜 꽃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니

그것 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하다 여겼는데

이렇게 배가 탐스럽게 열려서 깜짝 놀래킨다.

예전 같으면 배에 여기저기 흉한 병의 흔적이

너무 보기싫어서 배가 열려 아기 주먹만하기도 전에

따서 없애곤 했을텐데

어쩐 일인지 매끈하고 잎도 건강하다.

배나무를 심은 이래 처음 보는 광경이다.

눈부신 배꽃에 이렇게 탐스런 열매까지 열리다니......

그냥 바라만 봐도 흐믓하다.

봄에 피는 꽃인 죽단화가 

어찌 이렇게 꽃을 피웠는지 모르겠다.

꽃이 지고 나서 전지를 했었는데

위기의식을 느꼈던 걸까?

죽단화 곁에는 우단동자도 꽃을 피웠다.

아로니아는 완전 유기농이라서 

맛있으면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어도 좋으련만.

암튼 손 닿는 가지에서 수확을 하니 

양이 제법 많다.

너무나 떫고 맛없는 열매지만

이 아로니아의 생즙이

벌레에 쏘였을때 최고의 치료약이라는 걸

작년에야 알았었다.

손에 닿는 쪽 가지에서만 수확한 것이

이렇게나 많다.

씻으면서 열매에 달린 작은 가지를 제거하고

덜 익은 거 골라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제법 큰 소쿠리에 한 가득 하고도 남는 분량이다.

겨우 해방되려나 했더니

주방 창문을 통해서 또 이렇게 아로니아를 건네주는 남푠.ㅠㅠ

꼭지 부분의 가느다란 가지를 따는 게 꽤 품이 드는 일이다.

암튼 그리하야~~

엄청난 수고로움 끝에 겨우 일을 마쳤더니만

아쿠야~!!

텃밭에서 수확용으로 쓰는 바구니에 담아 들고와서는

창밖 데크위로 빈 바구니를 던지곤 했더니

햇볕에 삭은 탓인지 깨지고 색도 바래고

것도 모자라 새끼고양이들이 쪼르르~

바구니 속에 들앉아 있기도 한다.

오늘은 남푠이 얌전히 뒤늦게 수확한 채소들을 들고 들어왔던 모양이다.

방울토마토와 오이와 깻잎과 가지와 애호박이

샤워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라 몰긋당.

넘나 힘에 겨워서 가지 하나 집어들고 뚝 잘라서

냠냠 먹으며 충전을 시킨 후에야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미 냉장고 속에도 텃밭에서 수확한 먹거리들이 그들먹한데

어제도 가지 한 바구니를 칼로 잘라 옷걸이에 걸어

가지말랭이용으로 만들었는데

비가 수시로 와서 비설거지 하는데도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그나저나 주렁주렁 어마무시하게 열린 고추들은 어찌한담!

내년에는 종류별로 모종을 두 개씩만 사서 심기로 맘 먹었다.

작년 까지만 해도 심고 작황이 좋지 않아서

다시 사다가 심어야 했기에

올해는 실패확률을 고려하여 넉넉하게 사다 심은 탓에

이렇게 넘치게 수확을 하는 걸 보면서

그동안 영농기술이 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ㅎㅎ

수고한 남푠을 위해 만둣국을 끓이고

팥국수도 곁들였다.

그나저나 아로니아 청을 담글 용기도 찾아봐야하고

식품건조기를 꺼내 말려서 분말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아직 남았기에 분주한데

울큰성이 오늘따라 사놓은 복숭아가  자꾸 물러서

쨈을 만들거라며 계속 페이스톡이 와서

전화로 또 요리강습꺼징 하게 되얏다.

실컷 샐러드마스타 MP5를 이용해서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건만

냄비에 넣어 인덕션에서 일을 벌여놓고

이게 언제 끝나냐며 징징~~ ㅠㅠ

쨈 만드는 수고로움을 그렇게나마 직접 겪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싶은게 울큰성이 직접 도전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증말 울 네자매에겐 빅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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