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하순의 날씨라기엔 너무 추운 요즘
올 겨울에는 폭설도 잦았고
참 많이 을씨년스럽고 불편했었다.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초록초록한 화분들에 푹 빠져 지내게 된다.
응달진 곳에는 아직도 눈이 쌓였는데
거실 창가에 물꽂이를 했던 식물들이 싹 틔우는 모습을 보며
포근한 봄을 기다리는 중이다.
꽃망울이 매일매일 똘망해지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햇볕 잘 드는 창가에 두고
날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크다.
날씨가 너무 춥고
칼바람이 부니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다보니
요즘 이 사랑스런 식물들과 벗하며
살랑살랑 봄맞이를 기다리는 중이다.
미처 실내로 들이지 못한 커다란 화분이
강추위에 돌멩이로 쳐서 깬 것 처럼
속절없이 구멍이 났다.
며칠 전 마트에서 뿌리가 달린 미나리를 사왔다.
울집 미나리가 한파에 흔적없이 사라졌다.
작은 항아리를 햇볕 잘 드는 텃밭 한 켠에 묻고
거기에 미나리를 가꾸며 몹시 단재미가 났었는데......
요즘엔 음식물 쓰레기 때문인지
마트에서는 뿌리가 있는 미나리를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지난주 대형마트 대신 자그마한 마트에 갔더니
내가 그렇게도 찾았던 뿌리째 파는 미나리가 있어
냉큼 사들고 와서 윗부분은 잘라서 손질하여
물메기탕에 넣어 맛있게 먹고
뿌리 부분을 묶어 빈 통에 물을 채워 수경으로 키워보기로 했다.
거실 창가에 두고 날마다
이 싱싱하게 자라는 미나리를 보는 즐거움이라니......
조만간 한 번 잘라서 먹을 수 있을 만큼
예쁘게 자랐다.
곁에 있는 시클라멘과 햇볕 경쟁을 하는듯.ㅎㅎ
오전 내내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니
식물들도 맘껏 쑥쑥 자라는 중이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올려야 할 만큼
무성하게 자란 미나리를 아까워서 어떻게 자른담?
겉보리를 물에 불려서 수경재배를 하기로 했는데
ㅠㅠ
배수용 받침을 찾을 수가 없어서
임시방편으로 이렇게 하여
싹을 틔우라고 햇빛 차단용으로 보자기를 씌워서
거실 탁자 밑에 두고는 깜빡 잊었다.
시시때때로 물을 줘야하는데
눈에 띄지 않아서 고만 깜빡 했더니
겉보리가 이렇게 바싹 말라버렸다.
에구궁~~ 넘 미안하고 안타까워서
욕실로 데려다가 샤워기로 조심조심
물을 줘서 소생시켜보기로 했다.
다시 보자기를 덮어 씌우고
햇볕 들지 않는 장소로 옮겨놓기 전에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사진을 찍어줬다.
과연 소생할 수 있으려나~~~
이제부턴 너 부터 챙기끄마.
머지않아 새싹보리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잊지 않고 매일매일 사랑 듬뿍 줄게.
요즘 다른 꽃들에 흠뻑 빠져서 미처 몰랐는데
수경재배용으로 미나리 뿌리를 모아서 묶다가
하나를 빠트려서 여기에 놓구선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세상에나...
나 여기 있다며 목을 빼고 있는 미나리 줄기를
이제야 발견하다니......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고 기특하기도 해서
한참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바라보게 되었다.
쑥쑥 자라면 곁에 있는 미나리깡으로 보내주끄마.
서재 창가 햇빛 드는 곳에서
며칠 전에 산수유 가지와 매화 가지를 물꽂이 했었는데
이렇게 살그머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귀욤귀욤한 노란 꽃송이들이 봄을 노래하는 모습 같다.
이 씩씩이들 덕분에
이른 봄맞이로 마음 설레는 하루.
나도 어서 빨리 건강을 되찾아
조만간 봄나들이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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