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4월 8일 아침
정원에 봄빛이 그득하다.
출석부 들고 나가봐야징~!
단풍나무의 잎이 하루하루가 다르다.
오래된 단풍나무 두 그루는 냥이들의 놀이터.
자엽자두라고 부르는 이 꽃은 예쁘기도 하지만
향기도 좋다.
코카서스 여행할 때 보니
집집마다 이 나무가 엄청 크게 자라
봄이 무척 아름다웠던 생각이 난다.
아주 오래 전에 엄마가 이곳에 심으셨던 나무였는데
당시에는 이름을 몰라 '빨강나무'라고 부르곤 했었다.
꽃 출석부를 부르노라면 엄마생각이 난다.
금낭화가 드디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참 신기한 요술 주머니 같은 꽃이다.
이 꽃이 만개하면
조랑조랑 매달린 꽃모양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정원의 잔디 여기저기에도 앙증맞은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럽다.
씨앗이 여기저기 떨어졌는지
작년 보다 훨씬 많아졌다.
쪼그리고 앉아 눈을 맞추며 은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 새끼 고양이 빨코가 히야신스 꽃대 하나를
밟아서 속상했던지라
오늘은 이 구역에 물을 듬뿍 주었다.
아직 철부지라 천방지축이니 흙이 축축하면
들어가지 않을것 같아서...
얘가 가장 튼실하고 예쁜데
가장 나이가 많아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히야신스다.
우리집 히야신스 중에서 가장 예쁜 꽃이다.
자목련 밑둥을 휘감고 사는 식물들이 점점 늘어간다.
마삭줄 곁에 종지꽃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그런 마삭줄 곁으로 더덕이 올라오고 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그냥 두기로 했다.
더덕은 꽃도 참 예쁘니까
정원에서 자라도 좋고 곁을 스치다가
향기로운 더덕향으로 말을 걸어오는 모습이
반갑고 즐겁다.
주변의 커다란 나무들 잎이 무성하게 자라기 전에
해바라기 하며 꽃을 피운 진달래가
아침인사를 한다.
서재 옆 창가에 만발한 눈부신 싸리꽃이 향기를 내뿜는다.
침실 창문 쪽에는 하얀 라일락이
청초한 꽃송이에 어울리는 향기를 선물한다.
드디어 배꽃이 피었다.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꽃송이 하나하나 마다 눈인사를 나눈다.
꽃망울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우리집 배나무는 순전히 꽃을 즐기기 위한 나무였다.
근처에 향나무나 소나무들이 있어서
열매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른 봄 부터 가슴 설레며 꽃을 기다리는 마음을
얘도 아마 알고 있으리라.
꽃모양이 독특한 까마귀밥나무도
나 여기 있노라며 출석도 부르기 전에
아우성이다. 아고고...귀여운것~!
참 오랜 세월을 공들였던 미스김 라일락이다.
포도송이 같은 꽃망울을 매달고
나 여기 있노라며 봐달랜다.
터전을 옮겨줬더니 제법 씩씩해졌다.
주변의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잘 어우러지니 다행이다.
남천 아래로 종지꽃이 귀여운 꽃을 피웠다.
꽃얼음도 얼리고 봄날의 뜨락에 꽃등을 밝혀주니
고맙고 반가운 식물이다.
보리밥 나무에 열매가 맺혔다.
열매가 정말 귀여운 모습이다.
잎에도 열매에도 줄기에도 수많은 점들이 박혀있다.
담장 곁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실컷 따 먹고도 많아서
보리밥청을 담가 샐러드 드레싱으로 쓰기도 한다.
파리가 똥을 싼 것 같은 모습처럼 생겼다고
우리 어릴적엔 이 열매를 파리똥이라 불렀었다.ㅋㅋ
담장 곁에 두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올 봄에도 두릅을 실컷 먹으리라.
군침을 삼키며 출석체크를 한다.
화살나무의 작은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초록초록한 모습이 싱그러워 좋다.
자리를 몇 번이나 옮겨야 했던
시련을 유난히 많이 겪었던 라일락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모양인지
앙증맞은 새잎들이 정신없이 올라오고 있다.
나무도 훌쩍 정말 많이 자랐다.
무스카리가 수줍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영역을 넓히는 허브들의 기세에도
용케 이렇게 야무진 꽃대를 피워올렸으니 박수!!!!!!!!!!
귀엽고 사랑스런 꽃이다.
솜털 보송보송한 할미꽃의 허리가 벌써 땅을 향했다.
안개꽃 처럼 하늘하늘한 봄맞이꽃이 이웃이 되니
눈높이를 맞추며 쪼그리고 앉아 봄인사를 나눠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