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굴욕에 대해 묻다

꿈낭구 2010. 12. 30. 15:57

굴욕에 대해 묻다

                             -박철-

밥을 먹다가 아내가 물었다

굴욕에 대해 아느냐고

나는

이러저러하게 대답하였다

아직 냉전 중이라서

조금 굴욕적이었다

밥을 먹다가 아내가 말했다

굴욕은 밥을 깨작깨작 먹는 것이라고

 

 

남자들 요즘 어깨 천근만근입지요.

가장 아내 밖에서 굴욕적인 일 당했나 보군요.

얹혀 사는 남편,

밥상머리 아내 바가지에 못 견디겠나 보죠?

어깨 못 펴고 밥술 뜨는 남편에게 핀잔 주듯 한마디.

그렇게 밥을 깨작거리는 것이 굴욕이라니!

멍든 자존심에 또 소금 뿌리는 격인가요?

아니겠죠.

굴욕도 꾹꾹 씹어 삼키며 불지피란 말이겠죠.

여자에게 다 줘야하는 신세.

배가본드 로맨티스트 시인 방금 펴낸 시집.

그런 일상과 풍속 순하게 퍼올리는데,

왠지 씁쓸하네요.

(이경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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