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민들레역

꿈낭구 2010. 12. 30. 16:13

민들레역

                     -송찬호-

 

민들레역은 황간역 다음에 있다

 

고삐가 매여 있지 않은 기관차 한 대

고개를 주억거리며 여기저기

철로변 꽃을 따먹고 있다

 

에구, 이 철없는 쇳덩어리야,

오목눈이 울리는 뻐꾹새야

쪼르르 달려나온 장닭 한 마리 기관차 머릴

쪼아댄다

 

민들레 여러분, 병아리양말 무릎까지

끌어올렸어요? 이름표 달았어요?

네, 네, 네네네 자 그럼 출발!

 

민들레는 달린다 종알종알 달린다

 

민들레역은 황간역 다음

 

 

고속철도 시대가 열려서 그런지,

웬만한 역은 간이역처럼 보인다.

시골 유치원 민들레반 아이들이 견학을 가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철길가 민들레꽃으로 보이는 순간,

기관차는 초식동물로, 경부선은 들꽃선으로 둔갑한다.

그렇다면 민들레역 다음은 찔레역이다.

찔레꽃 여러분, 출발!(황간역 다음은 추풍령역이라고 밝혀 놔야 인터넷이 조용할 것 같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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