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의자

꿈낭구 2010. 12. 30. 16:28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 왜 한 말씀이 아니고 '소식'인가?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는 말.

의자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시인이 상상력으로 본 의자다.

때묻은 일상적 관습으로는 이런 의자가 보이지 않는다.

상상력이 고갈되면 시인은 설 자리를 잃는다.

불교에 이런 인사법이 있다.

자네 한 소식 가지고 왔는가? **

                             (송수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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