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생의 간이역에서

꿈낭구 2010. 12. 30. 16:35

생의 간이역에서

                             -김상현-

 "다음은 대전역입니다

내리시기 전에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살펴봅시다"

 

내 생에 잊고 내린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눈물나도록 감사했던 일들과

사랑했던 이름들과

때론 추억까지도 잊고

훌쩍 내려버린 시간

 

아 내리기 전에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었는데

 

다음 역

내 생의 간이역에 내릴 때는

또 무엇을 두고 내리게 될는지

종착역까지

제대로 가지고 갈 것이

할머니, 어머니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대전발 0시 50분,

그 가락국수와 추억의 열차.

때로는 나 자신마저 놓친 적이 허다했다.

한 줄의 시를 위해 서울을 오르락내리락했던 학창시절이었다.

지난해에는 내 인생의 간이역에서 백혈병으로 아내를 놓칠 뻔한 적이 있었다.

아내는 0시 50분,

맨발에 새구두를 바꿔 신고 혈액형도 바꿔 달고

밤 늦은 열차를 타고 집에 왔었다.

종착역까지 더 무엇을 잃고 갈것인가.

                                            (송수권 시인)

 

'시와 함께하는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0) 2011.01.16
무작정 만나고 싶다  (0) 2010.12.30
의자  (0) 2010.12.30
서울에서 속초까지  (0) 2010.12.30
민들레역  (0)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