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겉절이

가을무우김치

꿈낭구 2012. 10. 11. 20:31

 

 

주말농장에 심은 무우가 자라려면 아직 멀었는데

무우김치가 먹고싶답니다요.

우리동네 대형마트에는 가을무우를 단으로 묶어 파는게 없어서

혹시 노점상에 가 보면 있지않을까해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남푠을 꼬드겨 포터로 모시고 나갔드랬쥬.

어인일인지 눈에 띄질 않아 한참을 돌아보다가

겨우 딱 한 곳에서 마지막 남은 가을무우 한 단을 발견했어요.

그런데...어찌 쥔이 안 보여요.

한참이나 기다려도 노점에 좌판을 벌여놓고 워디를 가셨능가...

결국 근처의 포장마차 아주머니께 여쭈었더니

바로 맞은편 반찬가게가 주인이시라네여.

헉~! 한 단에 만 원이나 한답니다.

울식구 먹기엔 분량이 좀 많기는 헙디다만

한참을 기다린게 억울해서 냉큼 사들고 돌아오는데

어둑어둑한 골목길이야 괜찮은디 대낮같이 환한 대형마트 앞을 지나면서부터는

궁시렁 궁시렁~ 자기한테 시프르딩딩헌 봉다리를 들게해서

영 폼이 안 난다고 시위를 헐까 염려혔등만

아픈 아내의 무리헌 행보에 오히려 걱정이 태산이네여.

결국...무우 보따리를 들고 한 손으론 저를 부축하며 돌아와서는

기진맥진 쓰러져 누운 저를 대신해서

오늘의 김치사업에 도우미를 자청허고 나섭니다.

 

둘이서 무우를 다듬는데 아이고오~ 앓느니 죽것씀돠!

껍질 깎는 칼로 무우 하나를 들고 씨름을 허고있쓰요.

차라리 칼로 껍질을 깎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둘이서 하니 조금은 도움이 되등만유.

소금으로 절여놓은 시각이 저녁 7시30분.

낼은 한지공예 수업 가는날이라서 아침 일찍 나가야허니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해둘 수도 없는 일.

무리해서라도 결국 오늘 저녁에 일을 벌여야했어요.

 

몸이 힘들어지니 괜히 샀다싶고 후회가 스멀스멀~~!

하지만 우짤것이어용. 이미 저질러진 일인걸...

다시금 긍정에너지를 충전해서 야채들을 이렇게 준비해놓고

다시 벌러덩~ 쓰러져 누웠습니다.

무우가 간 절여지는 동안 이렇게나마 쉴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잠시 휴식으로 어느정도 기력을 회복허고는

다시 2단계로 돌입을 혔구먼요.

양파와 배를 갈아서 준비를 해두고

 

찹쌀가루로 죽을 쑤어 고춧가루랑 양념을 넣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또다시 거실로 돌아가서 쇼파에 벌러덩~!

그 사이사이 무우 간절이는것도 뒤집어줘야하니

참말로 몸은 천근만근인디 이러다가 날 새는거 아닌가몰러요.

그래도...절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무우는 너무 간이 죽으면 매력이 없어지닝게로

아삭아삭 씹힐 정도에서 씻어서 건져두었어요.

무우가 큰넘은 칼로 썰어서 따로 담그려구요.

먼저 익혀서 먹기에는 조각내서 담그는게 좋으니까요.

그리고 나머지는 길다랗게...

역시 요맘때의 가을무우김치는 이렇게 해서

밥 위에 걸쳐먹는게 젤이쥬.ㅎㅎ

워디 그뿐인가요? 찐고구마에도 꼭 요걸 먹어줘야 헌당게요.

 

 

도우미의 현란한 보조활동으로 다행히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김치사업이 완료되었어라.

김치 담글적엔 옆에서 심부름해주는게 월매나 큰 도움인지요.

둘이서 함께 했으니 맛이 끝내줄거라네여.ㅋㅋ

허기사...무우 사서 들고왔지 무우 몇 개나마 다듬어줬지

뒨정뒨정은 혔을찌라도 주문허는대로 척척 대령을 하면서

 

 

비록 이런 사고도 쳤지마는...ㅎㅎ

흑임자깨를 쏟아서 좌르르~

조미료 보관하는곳을 분해해서 죄다 꺼내놓고

쓸어담으니 한 줌 남짓 되더이다. 에고...아까운거~!

피로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저를 위해 옆에서 간도 봐주면서

김치 담그는 전과정을 생전 첨으로 곁에서 지켜보더니

그 만만찮은 일거리에 놀라 이제부터는 김칫국물도 버릴 수 없긋다네여.

 

 

새콤허니 익을날을 기다리며 토막내서 담근 김치에

긍정메시지를 불어넣어줍니다.

'비록 고단해서 힘들긴 했지만

안간힘을 다해 정성을 들였으니 맛나게 발효되어

울식구들 해피한 밥상 만들어 주렴~!'

 

먹거리X파일 프로그램 보셨나요?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요.

정말 신기한 일이지요?

긍정메시지에 따라 물맛도, 술맛도, 밥맛도...

모든 먹거리들 뿐만 아니라 채소와 심지어는 가축들에게까지도

변화가 있다는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이는 프로였는데

한우를 키우며 매일 쓰다듬어주며 사랑해주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실험전 2등급의 육질이 1등급으로 바뀐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 긍정의 놀라운 힘에 참 큰 도전을 받았답니다.

매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먹거리들을 대해야겠다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 주부들도 이제부터는 음식을 준비하면서

좀더 수다스러워져야겠어요.

식재료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햇빛과 물과 바람을 주신 창조주 하나님

그리고  얼마나 많은 분들의 땀과 수고가 있었는가 다시금 생각해보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김치·겉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식점표 무우김치 따라하기  (0) 2012.10.25
파김치와 배추김치  (0) 2012.10.17
즉석 물김치와 배추겉절이  (0) 2012.09.25
깍두기  (0) 2012.07.10
래디시 겉절이  (0) 201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