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별미밥

밥 한 그릇의 단상

꿈낭구 2012. 11. 23. 19:00

 

 

올해 첫 햅쌀밥을 지었습니다.

윤기가 좌르르르~~헌 햅쌀밥 한 그릇을 앞에 놓고

잠시 숙연해 졌습니다.

이 쌀밥 한 그릇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땀 흘려 수고하신 농부의 정성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지요.

엊그제 모내기를 한것 같은데

푸르름에서 황금빛으로 어느새 황량한 들판으로...

세월은 이렇게 하염없이 달리고 있군요.

 

 

이 햅쌀밥을 앞에 두고

이곳 우리집 식탁까지 오르도록 애쓴 수고의 손길들을

축복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시댁조카가 해마다 요맘때면

햅쌀을 보내옵니다.

집집마다 조금씩 함께 나누어 먹는다면서

직접 농사지은 쌀은 아니지만

조카 소유의 경작지에서 추수한 쌀을 20kg씩

변함없이 나눔을 하는데 고맙고 기특해서

오늘 첫 햅쌀밥을 지었답니다.

밥을 먹으면서

남편은 딸아이에게 쌀에 관하여 특강(?)을 시작합니다.

요즘 단위면적당 소득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쌀 생산량이 계속 줄어가고 있다지요?

참... 우리의 요즘 아이들이 보릿고개라는걸 어떻게 이해할까요?

옛날옛적 이야기로 소설처럼 떠올리는건 아닐까요?

식량의 자급자족에서

이제는 품질 좋은 쌀을 찾는 시대가 되었으니

정부미라는 품종을 경험해 보지못한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쌀에 관하여 우리 어른들 처럼 특별한 감정이 있을턱이 없겠지요?

시대의 변천사로 이어지다가

농학박사님이신 큰아버지께서 이러이러한 일을 하셨노라고 까지...ㅎㅎ

 

 

 

 

쌀 한 톨을 허투루 버리지 못하는 그 마음을

아이에게 가르치기 적절한 이 귀한 밥 한 그릇.

밥 한 그릇에서 불현듯...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함민복 시인의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도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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