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부잣집 울큰형님네서 김장을 하셨대나봐요.
울동네에 사는 큰조카가
자그마헌 김치통에 이렇게 맛난 김장김치를 가져왔네요.
올해는 배추가 포기가 덜 차서 양이 그리 넉넉치 못했을텐데도
이렇게 보내준 넉넉한 마음에 감동이 물결칩디다.
아고고...이럴종 알어씨믄 저녁밥을 쬐매 늦게 먹었을낀디...
울큰형님네서 샀던 고춧가루랍니다.
고추 열 근을 샀는디 세상에나 이렇게나 푸짐허니 보내주셨네여.
워매~! 이렇게 많은 고춧가루는 츰여라잉.
몸도 션찮고혀서 올김장은 열 포기만 허리라 맴을 먹었는디
안 되긋구만요. 20포기는 혀얄랑게뵤.
요즘에는 농촌이나 산골마을에 까지도 중국산 고추가 판을 친다네여.
울형님네 동네에도 중국산 고추를 파는 상인들이
지난 여름 한바탕 휩쓸고 갔다고 하더라구여.
농사지은 국산고추와 수입고추를 섞어서 말리는 집들이 많다고 하던데
시골이라 해도 과연 믿고 살 수 있는 신토불이 산물들이 얼마나 될지요...
우리 식탁이 어느새 다국적 식재료들로 탈바꿈했지요?
울형님께서 인건비도 안 나오게 값이 떨어진 고추값에
결국 두어 번 수확하고는 포기하셨다는데
애써 농사하신것을 너무 헐값에 넘기시기 속상하시다기에
진작 알았음 주변의 지인들이나 울친척들에게라도
판매를 해드렸을텐데... 아쉬웠어요.
완죤 맑디맑은 청정지역의 햇살로 말린 고추인데 말여라.
요것두 직접 농사 지으신 땅콩인데 이렇게나 많이 보내주셨네요.
세상에나... 그냥 껍질째로 주실일이지
힘드신데 요렇게 많은걸 다 까느라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생각허니
콧날이 시큰해졌습니다.
그저 보기만허믄 뭐 하나라도 주고 싶어하시는 울형님...
이 땅콩을 먹으면서 이 땅콩보다 열 배는 더 꼬시게 사랑허믄서 살자고 다짐을 혔쓰요.ㅎㅎ
김장 마치고나면 찾아뵙고 맛난것도 사드릴라네여.
이미 저녁을 먹은 후 인데도 못참고
찬밥여다 배추김치 한 쪽을 꺼내서 울 세 식구 싱크대에 서서
어찌케나 맛나게 먹었는지...
참말로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울형님 손맛은 증말 끝내준당게라.
얌전스럽기 한량없고 끝없이 끝없이 배울게 많으요잉.
지가 무신 복이 많아서 이런 사랑을 받고 사는지 몰러요.
너무너무 감사혀서
조카네 김치통 비운것에 주섬주섬 무얼 담아서 가져다줄까
궁리를 혀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