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기·품평후기

부여밤 개봉기

꿈낭구 2013. 1. 10. 18:02

 

 

부여밤을 공동구매 했는데 10kg 이상이면 무료배송이라 해서

회원모집을 했드랬쥬.

식구도 적은데 혼자서 10kg을 주문하는건 너무 많아서

이웃하고 반 씩 나누기로 했는데

뒤늦게 알고 꽁무니를 붙잡고 시켜달라는 지인이 있어서뤼

결국 16kg를 주문을 하게 되얏는디

집을 비운 사이에 배송이 되는 바람에 관리실에서 찾아와야 했어요.

엄청난 무게라서 아예 주차장에서 졸가리를 타서

배달꺼정 허고 돌아왔구만요.

 

 

박스 아래부분에 있던 밤봉지가 터져서 뒤죽박죽~!!

크기와 품종이 다른 밤들이 죄다 섞여버렸어요.

 

 

아마 요게 옥광밤인가 봅니다.

일단 먼저 맛을 봐야긋기딴시...

맴이 급혀서 요만큼 씻어서

 

 

울집서 젤루 허름헌 냄비여다가 찌기 시작했쥬.

ㅎㅎㅎ지가말임돠  밤을 찌다가 늘상 냄비를 태우는 선수거덩요...

찐밤이 아니라 군밤이 되기 일쑤인지라

안전빵으루 이케 싸구려 냄비를 밤 찌는 전용냄비로 정했어요.

 

 

남지기는 요렇게 봉지에 담아서 김치냉장고에 보관을 하려구요.

요것 말고도 또 한 봉지가 있는데

들어갈 자리가 확보될랑가 몰라요. 

 

 

 

밤을 올려놨다고 식구들에게 단단히 알렸구만요.

그도 그럴것이 밤을 찌노라면 어디서 팡팡~!!

뭣이가 터지는 소리가 요란혀서야 생각이 나서 주방으로 달려가보면

뚜껑이 날아가고 군밤이 폭발해서 파편이 건너편 주방벽까장 튀고...

참말루 군밤의 위력이 증말 대단허등만유.

한 두번 겪은일이 아니라서

울신랑 밤찌는 사업 어케 되야가냐고...몇 차례 상기시키는데

아무래도 냄비 닦는 수고를 담당케 될까봐 전전긍긍...ㅋㅋㅋ

냄비가 얇으니 물이 금세 닳아서 밤이 익기도 전에 탈까봐

물을 끓여서 중간에 넉넉허니 더 붓고 쪘등마는

찐 밤이 아니라 삶은 밤이 되얏다고 궁시렁 궁시렁 헙니다.

 

밤을 먹을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요.

찐밤을 입으로 반조각을 내다가 뜨거운 물이 나와서

아이도 아닌 어른이 입 주변에 화상을 입어

한동안 요란한 훈장을 달게 되었던 사람이 생각나서

둘이 깔깔대고 웃었지요.

그땐 차마 웃을 수도 없는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얼마나 입을 앙당물어야 했는지 몰러요.

찐밤을 드실땐 꼭 과도로 절반을 톱질하듯 잘라서 드세여.

 

물이 너무 많아서 포실포실한 밤은 못되었지만

맛은 정말 달고 좋더라구요.

앞으로는 밤 찌는 사업은 울신랑몫으로 돌려얄까봐요.

라면 끓이는 사업도 이런식으로 슬그머니 떠넘겼는데

ㅋㅋㅋ 이렇게 몇 번 실수를 하자 자연스레 그쪽으로 넘어가네여.

저야 무워~! 대환영입죵.

앞으로는 가만히 앉아서 쪄 주는 밤을 얻어먹게 생겼쓰용.

'자갸~! 나넌 태우는 군밤 아님 물컹밤 밖에는 못쪙~!!'

 

 

방 어질를까봐 신문지 깔고 둘이 마주앉아 도란도란 야그꽃을 피움시롱...

까맣게 잊고있던 어린시절 실에 꿴 찐밤 군밤 야그를 허능만유.

ㅎㅎㅎ 가물가물 생각이 나는것도 같아요.

운동회때 본것 같기도 허고...

이모 따라갔던 극장에서 본것 같기도 허고...

저 어릴때 살던 고향집에는 커다란 밤나무가 두 그루가 뒷동산에 있었지요.

이른 새벽에 나가면 치마에 한 가득

떨어진 알밤을 줍던 재미가 쏠쏠혔는디 말여라...

맛난 밤을 먹으며 추억도 함께 꺼내 먹었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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