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어머니의 우물

꿈낭구 2013. 2. 2. 09:42

 

 

 

어머니의 우물

 

                                  -  김유선 -

 

어머니는 가운데 물이 좋은 거라며

바가지 휘휘 저어

탐방, 한가운데 물만 뜨셨다

바가지 바닥 손바닥으로 한 번 더 닦고

탐방탐방 중심으로만 바가지를 넣어

좋은 물만 길었다 나도,

중심으로 가고 싶다 허리를 굽히면,

중심은 너무 멀고 내 팔은 너무 짧다

살펴보면 가장자리로는 낙엽이며 거품들이

밀려난 인생 같다

시효 지난 뉴스도 거기 마른 나뭇가지로 밀려났다

노화된 우리들의 시간도 가장자리 거리

주름져 철석댄다

중심을 향해 엎드리는 밤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내리고 눈을 감던

어머니의 우물.

 

 

 

*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가장 좋은 것을 취하려 한다.

자신이 아닌 자식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사람들을 위해

몸을 던져 중심에서 가장 좋은 것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이 시에서 어머니는

한가운데 물이 좋은 것이라고

바가지를 휘휘 저어 우물 가운데서 물을 뜬다.

가장자리의 낙엽이나 거품처럼 밀려난 인생이 되지 말라고

바가지 바닥을 손바닥으로 닦고

우물의 중심으로 넣어 좋은 물만 길어 올린다.

정성스레 바닥을 닦고 중심을 향해 던지는 바가지는 자식이고

그 바가지가 길어 올리는 물은

어머니의 정성과 헌신이 빚은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중심에 자식을 넣은 어머니는

정작 더 멀리 더 아득하게 가장자리에서 주름져 철석댄다.

어머니보다 더 큰 어른이 된 화자가

중심으로 가려 하지만

중심은 너무 멀고 팔은 짧다.

어머니,

그 큰 우물에 가려면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고

눈을 감아야 한다.

                      <곽효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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