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다섯 살

꿈낭구 2013. 4. 4. 18:17

 

 

 

다섯 살

                                   - 서정주 -

 

소는 다섯 살이면 새끼도 많고,

까치는 다섯 살이면 손자도 많다.

 

옛날 옛적 사람들은

다섯 살이면

논어도 곧잘 배웠다 한다.

 

우리도

다섯 살이나 나이를 자셨으면

엄마는 애기나 보라고 하고

ㄱㄴ이라도 부즈런이 배워야지

그것도 못하면 증말 챙피다.

 

 

* 미당의 시를 읽을 때면

 '난해 시는 없고 좋은 시와 나쁜 시가 있을 뿐'이라는

유종호 선생의 말이 떠오른다.

현대사의 영욕을 함께한 생애 탓인지,

원초적 생명력을 탐미한 보들레르의 영향에서부터

동양의 신화와 정신주의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시력(詩歷) 때문인지

그의 시는 불친절하고 때로는 수수께끼와 같다.

그런 그의 시에 간간이 어린아이의 때 묻지 않은 목소리가 등장한다.

천진한 어린 화자의 목소리는 쉽고 해학적일 뿐만 아니라

'오늘의 우리'로 바꿔 읽으면 울림이 만만찮다.

어울리지 않는 존칭어법,

의도적인 맞춤법의 일탈 또한 시의 맛을 더해준다.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곽효환·시인> *

 

'시와 함께하는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자  (0) 2013.10.22
불혹  (0) 2013.04.11
어머니의 우물  (0) 2013.02.02
연탄 두 장 막걸리 세 병  (0) 2012.12.26
사십대에 내리는 눈  (0) 201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