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식품

장담그기 사업

꿈낭구 2013. 2. 21. 16:22

 

 

요즘 안 그래두 가뜩이나 일이 손에 안 잡히는디

오늘이 말날이니 장 담그기 사업을 혀야지 않긋냐고

동무헌티서 며칠 전부터 연락이 오네여.

그도 그럴것이 인터넷으로 동무네꺼꺼징 메주를 함께 주문혀서

일을 벌일 동무네로 배송을 시켰등만

냄시가 나서 젼딜 수 읎다공 채근을 허능규.ㅋㅋ

장 담글 날짜를 지정하면 그날에 맞춰서 배송을 해주는 예약제도가 있었등감만...

처음 해보는것이닝게 우선 조금만 혀보자고 허는디도

동무는 통도 크게 10만원어치를 주문허고

우리는 4만원어치를 주문혔구만요.

배송되자마자 냄새땜시로 메주박스가 주말농장 컨테이너박스로 쫒겨났대나요?

둘이서 일정을 맞추려다봉게로 차일피일 미루어지다가

며칠 전 메주박스를 다시 집으로 모셔들였대지요?

점잖게 열어봉게로 우잉??

동무네 10뎅이, 울것 4뎅이로 알고 있었는디

어케된겨...모다 8뎅이랑만유.

하여간에 메주를 씻어서 말려얄것 같어서 출동을 허긋단디

그까이꺼 메주 두 뎅이 씻긋다고 번거롭게 올거 뭐있냠서

혼자 알어서 허긋답디다.

못이긴척 지는 항아리만 준비허믄 될것 같어서리 맘놓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매실엑기스 담긴 항아리를 부랴부랴 비우고 씻고 말리고...

유리뚜껑을 구하러 다니다가 천냥하우스에서 8,500원을 주고 샀네여.

 

 

어제부터 추워지등만 급기야는 새벽에 눈발이 날려 이거 클났구나 싶었는디

다행히도 오전에는 햇살이 눈부신 그야말로 장 담그기에는

너모나도 알흠다운 날씨가 아니긋씀까?

그란디...소금을 월매나 갖고 가얄지 가늠허기가 쉽잖은기

검색을 혀보믄 콩 몇 말에 소금이 어떻고...

그러니 메주가 1kg짜리 규격품도 아니고 어림짐작이 안 되야서

동무헌티 자문을 구혔등만 얼씨구~~ 동무는 소금이 없다고

울집서 소금을 갖고와야 씨것다공...

 

 

요만큼이 10kg인디 낑낑거리고 차에 싣고

모자랄까봐서 6kg을 더 가지고 가는디

트렁크 속의 항아리가 깨질까봐

소금자루가 넘어져서 쏟아질까봐

동무네집에 당도허기까장 유난히도 턱이 많은 시골길이라서

조심 조심 또 조심...

 

 

목욕재계헌 메주들이 청명한 아침햇살 아래서

드러눕고 서있고...

 

 

갈라진 틈 사이로 지푸라기가 박혀서

혼자서 씻는디 어찌나 힘이들던지

온다는걸 공연히 말렸다고 후회를 혔당만유.ㅋㅋ

 

 

며칠 전에 씻어서 채반에 널어 말렸다가

밤이면 거실 한 귀퉁이에 들여놓기를 사나흘...

콤콤헌 내얌시땜시 보통 고역이 아니었대유.ㅎㅎㅎ

코를 들이밀고 냄시를 맡었등만 아조 구수허니 아득헌 어린 시절이

눈 앞에 어른어른거립디당.

 

 

지가 들고 나타난 항아리를 보더니

동무는 깔깔웃음을 웃네여.

'야...이렇게 쪼끄만걸로 어쩌긋다고...'

'그런소리말어. 이게 울집서는 젤루 큰넘이랑게.'

'어서 항아리 소독보텀 허자꾸나'

'우덜이 비록 첨 혀보는것이지만 지대루 혀얄것 아니긋냐?

우리는 남다르게 신문지 대신 한지를 태우드라고잉.'

 

 

동무네 양지바른 앞 뜨락에 연기가 자욱허니 퍼져나갑네당.

 

 

동무네 항아리는 주딩이도 큼지막~헌것이

장항아리로는 손색이 읎구만이라.

 

 

아그덜 불장난 허는거 맹키로

둘이서 항아리 속에 불을 붙여놓고

 

 

워따미~~ 겁나게 진지혀졌습니다요.

한지를 태워 소독을 하고나니

단지가 뜨거워서 식히는 동안

 

 

잠시 안으로 들어와서 추위를 녹이려고 차를 마셨지요.

 

 

거실 깊숙허니 들어오는 햇살이 봄이 머잖음을 느낄 수 있을만큼이나 따사롭네여.

동무네는 오늘 유학간 아들이 잠시 집에 돌아온다고 맴이 둥둥 떠있고

우리는 낼모레면 떠나보낼 딸랑구 땜시로 짐을 꾸리느라 정신없고...

둘다 평상심이 아니지라.

차 마시며 이런저런 야그들로 수다를 떨다봉게로

아쿠야...시방 우덜이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랑게...

 

 

에궁...소금이나 먼저 물에 풀어서 녹여 놓았어얀디...

커다란 들통에 소금을 붓고 물로 녹이는 동안에

 

 

항아리를 닦아내려니 시컴탱이 닦는것도 만만치 않구만요.

 

 

각자 항아리를 보듬고 씰고닦고...

 

 

'야~! 우리 이러다가 된장사업 허게되는거 아닐랑가 몰러잉?'

'워따매...꿈도 야무지네잉.

인자 츰으로 혀보는것인디 워찌코럼 그런 원대헌 꿈을 꾼댜?'

'요참에 성공적으로 맛난 된장이 만들어지믄

둘이서 머잖아 주말농장에 항아리들을 그들먹허니 늘어놓고

본격적인 된장사업을 허게되는거 아녀?'

키득키득 웃어감시롱...

 

 

에효...울 항아리가 왜케 쬐꼬맣대여.

메주를 고이고이 항아리속에 모셔놓고서리

 

 

동무가 소금을 흔들어 녹이고

지는 이 역사적인 찰나를 놓침 안 된다고 촬영겸 감독으로

동무의 요청에 따라 맹활약을 혔쓰용.

 

 

달걀을 띄워 500원짜리 동전크기만큼 떠오르는가

확인허는 작업을 허는디

동무는 싱거우믄 버리는것이니

싱거운거 보담은 차라리 짠게 낫다고

고만 물을 항아리에 붓자네여.

일단 항아리에 소금물을 붓고나서 다시 달걀을 띄워보자고...

 

 

메주가 두둥실 위로 떠올랐습니당.

그란디...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요.

물의 분량을 미처 생각 못허고서리

염도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이 메주의 분량에 소금물을 얼마를 부어야헐지...

 

 

잠깐...인터넷으로 검색을 혀보자.

몇 리터짜리 항아리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소금물을 항아리 목쟁이꺼정 부은게

슬그머니 걱정입니당.

동무는 항아리의 3/2정도를 채우고

지는 한 바가지 퍼서 동무네 단지에 넣고...

 

 

'ㅋㅋㅋ 야~! 생각보다 간딴허지 않냐?

우리 요거 가르는날 꼬치장도 담그꺼나?'

ㅎㅎㅎ둘이서 사기충천하야

또다시 새로운 꿈에 도전을 허기로 약조를 혔구만요.

 

 

야...우덜이 아모리 살림을 지법시리 헙네~허고 소문이 무성혀도

여태 우덜은 헛똑똑이였던겨.

된장, 간장, 꼬치장만큼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어야

진정헌 살림꾼이 아니긋드라고잉?

 

 

고추와 숯이랑 대추를 넣어 마무리를 허고

뚜껑을 야물딱시럽게 덮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아래서 맛나게 발효가 되라고

둘이서 항아리를 부등켜안고 수리수리~~! ㅋㅋㅋ

'야~! 니는 통도 크다잉. 츰험서 겁도읎이 이케 많이 허긋다고 덤빈겨.'

'그런소리 허덜덜 말으라고잉. 울엄마, 내동상...앞으로 된장 간장은

나가 책임지긋다고 큰소리 빵빵 쳤당게로.'

 

 

둘이서 낑낑거리고 수돗가에서 젤루 양지바른 이곳꺼정

옮겨놓고 반질반질허니 항아리를 닦고 있쓰요.

우리네 가족들에게 먹일 한 해의 중요헌 먹거리인

된장을 담그기 위한 1차 프로젝트를 끝마쳤구먼요.

 

 

동무는 아무래도 울집 유리뚜껑이 탐이 나는지

아까보텀 자꼬 씨다듬고 있는기

조만간 저 항아리 뚜껑 벗겨내고 유리뚜껑을 사다가 덮어놓게 생겼구만요.

 

 

데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이 알흠다운 광경에

우리는 마냥 흐믓혀설라무니

큰 부자가 된듯 맴이 기냥 겁나게 뽀땃~허드랑게여.

'야~! 뭣허고 있능겨. 얼렁 바욜린 들고 일루 나와.'

누구는 된장 항아리 옆에서 첼로연주로 발효를 촉진시켜 맛난 된장을 만든다는디

바이올리니스트 뒀다 어디쓴뎌. 빨랑 연주 한 헐래?'

동무는 뒤로 넘어가게 웃음시롱

즉어도 항아리가 즐비허게 이 마당을 그들먹허게 채워야

연주를 허긋당만유.

'츰이 월매나 중요헌디 야가 몰라도 너~무 몰르능만...

멋드러지게 연주허믄 내넌 목청을 가다듬고

꾀꼬리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랑게로 어여 시작허란말이다.'

ㅎㅎㅎㅎㅎㅎ

우리의 된장사업의 제1단계가 이렇게 마무리되얏구만이라.

바쁘고 몸도 피곤해서 공연히 일을 벌였나 은근슬쩍 후회가 스멀거렸드랬는디

앓던 이가 빠진것 맹키로 속이 다 후련~헙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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