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오늘 아침 밥상

꿈낭구 2011. 2. 17. 20:21

워쩐다냐잉...

엊저녁 늦게서야 오늘이 정월대보름인것을 알었으니

뒷베란다 어디쯤에 꿍쳐둔 여러가지 말린 재료들을 찾느라

뒨정뒨정...

꼭 젤 나중에 나타난당게로.

에구~~찰밥을 하려면 팥도 미리 삶아놓아얀디

취나물인줄 알고 들고 들어온게 고춧잎 말린것일세그랴.

올해부턴 봉지에 이름표를 달아놓아얄랑게벼...

고사리랑 호박말랭이랑 아주까리잎사귀랑 표고버섯이랑 토란줄기에다가

거 또 뭣이냐...무우시래기가 빠졌고만...

그리하야 수없이 베란다로 주방으로 들랑날랑 해가며

삶고, 따뜻한 물에 담그고 간밤에 제법 늦도록 부산을 떨었는데도

아침에 얼마나 바빴던지 코다리에 무우를 넣어 시원하게 끓여내리라

맘먹었는데 고만 중도포기를 혔구만요.

 

 

호박말랭이를 말릴적에 날이 궂은 관계루다가 몇개나 실패하고

결국 식품건조기를 이용했었지요.

아파트에서는 역시 요긴한 물건입니다.

우리 주말농장에서 지주냥반네 호박을 몇개 얻어왔던것인디

오늘아침 우리집 밥상위에 이렇게 변신하야 얌전내고 앉었구먼요.

 

그리고 그 져티 있는거이 뭣이냐...

무시래기.

우리집 순전히 나의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작품이올시다.

벌레가 망사로 만들어 놓았던 무우를 소생시켜 이렇게 무우로 김치를 담그고

무우시래기까지 넉넉허니 만들어 놓았으니 뿌듯~~!!

 

그리고 함께 앉은 표고버섯볶음.

요것은 지난봄 큰집 갈때 한눈팔러 잠시 들렸던 내변산에서 직접 샀던것이구요.

 

물미역처럼 생긴 요것은 요맘때만 먹을 수 있는거라기에

한묶음 들고왔는데 물미역하고는 달리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이

상당히 좋아요.

냉동실에 보관을 할까 했는데 하고자시고 헐것이 없게 생겼구먼요.

 

그리고 토란줄기.

울딸랑구가 호박말랭이 담으로 좋아허는거.

초짜시절엔 요걸 사다 덥썩 들깨갈아넣고 탕을 했는데

아린맛으로 못먹고 죄다 버린 전과가 있습죠.

쌀뜨물에 삶아내면 아린맛이 없어진다고 늦게서야 배웠지요.

울엄만 이 토란줄기로 쇠고기를 조금 넣어 부침개를 해주시곤 했었는데...

시어머니께서 알토란을 주셔서 뭣모르고 껍질벗기다 혼이났던 생각도 해가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디다.

 

그리고 그 옆에 아주까리잎.

요것은 주말농장 지주냥반이 밭가장자리에 주욱 심어놓고

서리 내리기전에 부지런히 따다가 말리라고 성화를 대던 것이구먼요.

주말마다 한소쿠리씩 따서 실에 꿰어 베란다에 걸어두었던 놈이라우.

목걸이마냥 주렁주렁... 언니들도 나눠주고...

고소한 맛이 좋아서 요거는 이렇게 볶으면 맛있어요.

 

그리고 요건 우리 어릴적엔 뜸부기라고 불렀는디

정식 이름은 톳인가???

암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서

엄마가 해주신 맛을 떠올리며

지어내서 내맘대로 들깨탕으로 만들어봤지요.

 

찰밥은 깔끔한걸 좋아하는 식구들 취향대로

오곡밥으로 짓지않고 팥과 검은콩만 넣고

붉게 물들지 않게 찜솥에 쪘구요.

 

딸랑구는 먹을때마다 요건 어떻게 만드냐고...

어떻게 이렇게 여러가지 반찬을

아침에 뚝딱 하냐며 존경의 눈빛을 시종 날리는디...

흐흠...목에 심이 살짝 들어갑니당...

 

오래전 친정엄마께서 정월대보름이면

수도없는 나물반찬이며 탕들을 만드시며

간을 보라며 저를 불러들이셨던 기억이 납니다.

고사리도 삶아놓고도 못하고 콩나물이랑 두부로 탕을 만들까 했는데

것두 오늘은 생략했어요.

어제 모처럼 산에 다녀와서 안그래도 고단했는데

부산을 떨어서인지 눈이 잘 안떠질만큼 얼굴이 부었거든요.

 

그러고보니 어제부터 내남자가 무우나물을 노래를 불렀었는디

글쎄 고걸 빠뜨렸네요.

아유...몬살어...요놈의 정신머리허고는...

허지만 오늘만 날인가요 뭐~~!

요즘 너무 부시닥거려서 아무래도 몸살기운이 있나봐요.

어서 조신허니 누워서 책이나 봐야겠어요.

거~ 나물반찬이 은근 손 많이가는건가봐요.

들기름에 국간장을 넣고 볶아낸 담백한 이런류의 나물을

요즘 아이들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

울딸랑구는 이런 토속적인 나물반찬을 좋아해서

이뿌고 사당시덥다우...ㅋㅋㅋ

친가쪽을 닮아 유난시런 변비때문에

어릴적부터 나물종류를 많이 먹인 덕분인가봐요.

그나저나 아껴먹던 국간장이 이제 얼마남지 않았는데 클났어요.

염치불구허고 울큰형님한테 얻으러 가얄랑가....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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