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봄날 아침의 식탁

꿈낭구 2011. 4. 6. 10:39

지난 주말에 산행을 위해 집을 나섰는데

사람들이 많을것 같아서 살짝 비킨 시간에

비교적 한적한 코스로 내남자랑 이러저러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던중

냉이가 지천으로 있는 냉이밭(?)이라 표현해도 좋을만큼 엄청난 곳을 발견했다우.

내남자 소매자락을 잡아끌어 냉이밭에 붙들어두고

쪼그리고 앉아 냉이를 캐기 시작했는데

울신랑 한사코 냉이가 아니라 풀이라면서

방해공작을 하는데

'나는 검증 안된 냉이를 먹을 수 없다니까...풀을 먹이려고 그러는데

내는 풀 안먹겠다고오~!'

내가 이래봬두 주부경력이 얼만데 냉이와 풀을 분간 못한단 말이유.

처음에는 시큰둥~방해를 하던 내남자가

냉이의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서

나보다 더 열심히(?) 냉이를 캐기 시작을 허는디...

이건 캐는게 아니라 잡어뜯는 수준으루다가,,,

아유~냉이는 뿌리에서 향기가 나는데 그런식으로 도움줄거면

참아주십사~ 면박은 아니지만 살짝 퉁을 줬등마는

다시 재도전...

잠깐동안 우리 가족이 몇번은 끓여먹을 만큼의 양이 되었어요.

이러다 냉이한테 붙들려서 산행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냉이를 캔다고 오래 쪼그려앉은 탓인지

산행에 은근슬쩍 꾀가나서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경치좋은 자리에 잠시 쉬어가자고 꼬드겨서

맛난 coffee한 잔을 마시고 이름모를 새들의 노래소리에 고만 흥이나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고 또 잔꾀를 부려

계곡물을 적당히 돌맹이로 막아서 냉이를 다듬어서 씻어가면 좋겠다고...ㅎㅎㅎ

이거 집에가서 손질해서 씻으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하냐면서 꼬드겼지라잉.

아무도 없는 산속 계곡에 둘이 정다웁게 앉아서

재미난 이야기를 오신도신 나누면서 이날 이 산을 우리 둘이 전세를 냈었구먼요.

냉이를 다듬어 소꿉놀이 허는거 맹키로 냇물에 씻었는데 얼마나 잼나던지요...

'오...오...떠내려 간다. 얼른 붙잡아야쥐~!'

이거 하나 하나가 얼마나 귀헌것인디...

결국 그날 이 소꿉놀이에 산행을 포기하고 도중하차를 했구먼요.

그 냉이로 오늘아침 된장쪼까 꼬치장 쪼까 넣고 쪼물딱~혀서

맛난 반찬을 맹글었구먼요.

아침 식탁에서 딸아이한테 상황설명을 해가며 웃음보를 터뜨리며 맛나게 먹었다우.

 

 

이래봬두 이 냉이가 얼마나 연하고 부드럽고 맛이 있던지요...

그날 밤 저는 냉이 캐는 꿈을 꾸었다니까요.

 

 

요것이 뭐이냐믄~

어제 수업끝나고 주말농장으로 줄달음을 쳤다우.

지난 가을 김장용으로 심었던 배추가 작황이 신통치 않아서

수확을 포기했는데 요로코롬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나

우리를 애타게 기다린다는 지주냥반 아낙네의 성화에

큰 기대 안하고 가봤등만 이렇게 바람직한 모습을 허고 손짓을 허드란말여라.

 

어디 그뿐인가요?

시금치도 지난겨울 유난히도 추웠던 혹한을 이겨내고

삐죽삐죽 열심히 키재기를 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더라니까요.

그래서 그것도 한줌 뜯어와서 오늘아침 이렇게 무쳤등만

마트에서 파는 그것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달큰허니 입에 감기는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쑥도 한주먹 뜯어와서 쑥튀김을 하려다가 이렇게 부침개를 했더니만

워찌케나 향긋허니 맛이 있던지요...

우리집 아침식탁이 봄냄새로 그들먹헌디

그동안 잃었던 입맛이 당장 돌아왔구먼요.

어여 오셔유~ 숟가락만 하나 얹으믄 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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