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때아닌 새벽영농

꿈낭구 2013. 8. 29. 13:08

 

 

난데읎는 새벽영농을 허고 왔구먼요.

일을 마치고 돌아오려는디

이렇게 둥근 해가...

 

 

우체국에 다녀오다가 트럭에 잔뜩 실린 쪽파를 두 단에 5,000원씩 팔고 있기에

이게 왠떡이냐 허구서 덜컥 사들고 왔지뭐유.

그란디 것 말고두 햇배추 두 통여다가 햇무 한 개를 사서

갑자기 일이 많어졌쓰요.

주말에 서울 가는길에 딸랑구 가져다 주려고 욕심껏 사들고 왔등만

시작허기도 전 부터 녹초가 되야서...ㅎㅎㅎ

염치불구허고 저녁 먹고 늦은 시간에 거실로 끌어다놓고

신문지 깔고 쪽파 다듬기 사업을 시작혔쓰요.

시작헌지 얼마되지 않아서부터 몸을 비틀기 시작허고

낑낑거렸등만 무언의 압력이라믄서 씻고 취침모드로 들어가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던 울신랑이 옆으로 다가와 거들기 시작헙디다요.ㅋㅋㅋ

에효~~! 공연시리 두 단이나 사갖고...

쪽파가 밭에서 금방 뽑아온듯 흙은 덕지덕지허고

생긴건 작어서 생각보다 일이 진도가 안 나가더라구여.

발도 저리고 허리도 아프공...

꾀가나서 남은 쪽파는 울주말농장여다 심어보기로 혔쓰요.

 

 

그랴서 담날 눈 뜨자마자 우듬지를 잘라낸 쪽파를 신문지째 싸들고

새벽보톰 집을 나서지 않었긋쓔? ㅋㅋ

혹시 늦어질지 몰라서 마늘빵이랑 두유도 물과 함께 영농대야에 챙겨넣고...

 

 

아유~웅!

이 이쁜것들 잠 보셔라.

얼마전에 씨를 뿌린 상추가 야들야들 이렇게 자랐네여.

애기상추 쬠만 더 크믄 밥 비벼먹기 딱이긋쥬?

 

 

키작은 들깨라고 무시허지 말라는듯

작은 잎을 정신없이 매달고 아침이슬을 잔뜩 머금고

저를 지달리고 있더랑게여.

 

 

세상에나... 이 놀라운 광경을 보고 너무너무 신기혔쓰요.

얼마전에 씨앗들을 뿌렸는디

너무 더워서 그런지 아무 소식이 읎어서리

이틀전에 다시 뿌렸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흙을 밀쳐내믄서 싹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여기도 삐죽

저기도 삐죽...

아직 발아도 못헌 씨앗들도 보이고

겨우 씨앗에서 껍질을 뚫고 올라오는 넘들도 보여요.

 

 

여름당근 수확허고 자리를 바꿔 쑥갓 심었던 자리여다

당근씨를 뿌렸는디 이렇게 가냘픈 당근들이 눈을 맞추자네여.

 

 

호박헌티 부대껴서 죽고 만 가시오이 땜시

뒤늦게 재래시장에서 때아닌 모종 두 개를 사다 심었더니

첫 작품여라. 바로 요것이...

꾸불텅 꾸불텅허던 예전 오이여다 비허믄

증말 잘 생겼쥬?

얼렁 따갖고 왔쓰요.ㅎㅎ

가시가 손을 찔러요.

 

 

우리 여름휴가 댕겨온 사이

우리를 지달리다 지쳐 늙어버린 호박이야요.

지주로 세워진 철망 안에서 이렇게 자라서

지주를 없애야만 딸 수 있게 커져버려서

걍 늙은호박으로 놔둘라구여.

아직 줄기도 싱싱허고 야무지게 생겼는디

매달린게 점점 힘들어질까봐 의자라도 하나 마련해줘얄랑가...

 

 

이른 아침에 밭에 오니 새벽이슬 때문에

비가 온것 같네여.

이틀전에 모기헌티 적잖이 헌혈허믄서 제초작업을 혔등만

야덜이 살판났구먼요.

 

 

열무인지 래디시인지 알 수 읎는 요것은

작은 달팽이에 시달려서 애처롭기 짝이 읎네여.

목초액이라도 좀 뿌려줘얄랑가...

 

 

요것들아 부지런히 자라그라.

맛난 쌈장 맹글어 놓고 지달리끄마.ㅎㅎ

 

 

이 두 이랑이 우리것인디 대파 성적이 단연 일등~!

가물어서 조림고추 빼놓고는 죄다 말라죽어서

고추는 일찌감치 마감을 혔네여.

 

 

파씨를 구혀다가 심었어얀디

재래시장에나 가야 구헐 수 있는지라

차일피일 미루다 봉게로 일찍 심어서 뽑아다 팔고있던 쪽파에서

우듬지를 바짝 잘라내고 ㅋㅋㅋ 요렇게 심어볼라구요.

날지 안 날지는 두고봐야 알긋지만

씨앗들도 이틀만에 싹이 올라오는디

설마 요것들이 본전을 까먹게야 헐라구요? ㅋㅋ

요렇게 간격을 맞춰 놓고서 흙으로 솰솰 덮어주고 왔쓰요.

 

 

옆에서 요것들이 자라는걸 보믄 시얌이 나서 더 열심히 싹을 틔우지 않을랑가요? ㅎㅎ

 

 

지주냥반이 밭 가장자리에 쪼로록~ 심어놓은 요것은 콩인지 팥인지...

솜털이 보송보송헌디 앙증맞은 연보라 옷을 입고

이슬에 흠뻑 젖었네여.

 

 

어느덧 해가 산을 껑충 뛰어 넘고 있어요.

 

 

나팔꽃들이 온힘을 다하여 노래를 부르능만유.

 

 

요것이 까마중인가여?

어릴적에 먹때깔이라고 특유의 향이나는 맛난 주전부리였는디 말여라.

우리들 어릴땐 요런것 따먹고 자랐구먼요.

블루베리에 못지않을규.ㅋㅋ

 

 

상쾌헌 산촌의 아침공기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새벽안개 걷히는 모습도 덤으로 귀경허고...

도심의 아파트 숲에 치어 느릿느릿 깨어나는 아침풍경허곤

도쥐~비헐 수 읎는 아름다움이지러.

그나저나 쪽파가 과연 잘 살어나얄틴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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