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메멘토 모리

꿈낭구 2013. 12. 5. 14:13

 

지난주 너무나 갑작스런 동무의 친정어머니 소천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하여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허니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전화기 저 너머로 동무의 울음소리가 왜 그렇게 가슴아프던지요.

마지막 작별인사도 나누지못허고 보내드려야했던 동무는

아직껏 몸과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구마는

그러면서도 홀로 남으신 아버지를 케어하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다잡어가며 슬픔을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더라구요.

꿈만 같던 지난 며칠 장례식을 치르며

이러한 갑작스런 이별이 누구에게나 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너무나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문을 보다가 고별정리...

광고와는 달리

이것을 보고 또다시 정신이 퍼뜩 났습니다.

지난주 장례식을 통해 줄곧 생각했던 것이

지난 삶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유서라고까지 하기는 좀 그렇지만

엔딩노트...

그래요.미리 적어보는것도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겨질 가족과 친지들을 위한 마지막 작별인사라고나 할까요?

자신의 삶을 성찰해보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마침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인데

마음속에 묻어둔 앙금은 없나

 용기있게 사과하지 못하고 뭉기적거린 일은 없나

감사의 표현에 인색하지나 않았나

참 많은 생각들을 하며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전에  스스로  부고기사를 쓰고 존엄사를 택한

제인 로터가 화제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유머칼럼니스트답게 유머감각 넘치는 글을 남겼다지요?

그녀의 남편은 한 인터뷰에서

'제인은 삶을 사랑했기에 부두에 널브러진 생선같은 모양새로

삶을 끝내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군요.

아무 준비나 지식 없이 어느 날 찾아오는 죽음을 일방적으로 맞고 싶지 않아서

최근 일본에서는 자신의 죽음과 장례 절차등을 '엔딩노트'에 쓰며

준비하는 붐이 일었다고 해요.

삶의 풍경이 다채로운 만큼 죽음의 풍경도 다채롭고,

내 삶의 마지막 장면만큼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준비하고 싶다는 뜻이라네요.

 

난 어떨까.

내 삶의 마지막 장면은 무얼까.

때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잘 죽는 것은 물론이고

잘사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쓴 글을 읽고

깊이 공감하며 이 글을 스크랩을 해두었었지요.

그래요. 이 12월이 다 가기전에 저도 엔딩노트를 마련해야겠어요.

그런데 또 이런 글귀가 가슴에 와 박히더라구요.

어느분께서 문상을 다녀오며

문상은 우리네 삶의 과속방지턱과 같은 거라고 말씀하셨더라구요.

앞만 보고 쏜살려 달려온 삶에

속도를 늦추고

숙연한 마음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엔딩노트에 고별연습 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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