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얼레지를 만나러...

꿈낭구 2011. 4. 12. 09:12

어제 수업이 끝나자마자 내남자와 접선을 해설라무니

중간지점에서 만나 늦은 산행을 약속했던지라

오래전 데이트하던 시절처럼

가슴이 설레서 수업중 자꼬만 시계를 돌아보게 되었지요.

다른사람들은 끝나고도 꿈쩍도 하지않고 과제를 수행하느라 집중들어갔구만

저는 부리나케 보따리를 챙겨들고 룰루랄라~~콧노래꺼정 불러가며

섶다리를 건너 꽃집 앞에서 기다리는데

우잉? 제 애쌤이가(제 자동차의 애칭입니당) 미끄러지듯 제 앞에 와서 서는게 아니겠씸까...

오늘 출장인 울신랑은 어느새 집에가서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바람이 많이 분다고 제 조끼꺼정 챙겨들고 이렇게 나타났씨요.

근디... 이냥반은 주말농장에 갈때나 등산을 갈적엔 꼭 제 차를 이용한단 말씸여라.

흐흥...바닥이 지저분해진다 그거 아닙니까?

울신랑 퀴애미는(?) 어찌나 닦고 쪼이고 지름칠을 혀쌌는지

신발을 벗고 차에 오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니께요.ㅎㅎㅎ

허지만 얼마못가 밥달라는 불이 켜지는 애쌤이를 어쩔것이요잉.

저는 땡~!! 잡은거지요 무어...

이왕 빵빵허니 멕여주라고 협박아닌 협박을 혀서...

허기사 주머니돈이 쌈짓돈이지마는 그래도 공짜 이벤또에 당첨된거 맹키로

기분이 솔찬시 좋지뭐유.ㅋㅋ

그리하야~ 아직 오후 햇살이 남아 산그림자를 만날 수 있는 계곡길로 접어들었지요.

순전히 나의 싸랑 얼레지를 만나기 위해서지요.

계곡길의 폭포 벼랑에 얼레지 군락지가 있거든요.

이맘때쯤이면 얼마나 예쁜지...

가심이 콩닥거려 걸음을 재촉하느라 숨이 가뻐집니다.

등줄기에선 땀이 살짝 나고...

나도 봐달란듯이 제비꽃이며 개별꽃이 바람에 살랑이며 손짓을 하는데

'잉~그려 그려...너그덜도 이쁘지 이뻐...'허믄서 쓰다듬어주고는

부리나케 얼레지한테 발길을 재촉했는데

왠걸...얼레지가 어여삐 피긴 피었는데

얌체같은 등산객들의 손에 이미 상당히 수난을 겪은 후 였어요.

세상에나...제발 좀 가만두면 안되나요?

왜 야생화들을 있는 그자리에 가만 못두고

집으로 데려가느냐구요.

결국 제대로 키우지도 못할거면서...더구나 얼레지는 뿌리가 아주 깊어서

데려가봤자 거의 실패하기 일쑤인데도 사람들은 욕심을 부립니다.

제가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당시만해도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를정도로

엄청난 꽃들로 입을 다물지 못했었는데 점점 파렴치한 등산객들의 행위로 인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사태에 이르르고 말았어요.

그래도 용케 손닿기 어려운 곳에 더러는 이처럼 어여삐 꽃을 피우고

봄을 노래하더이다. 보실래요?

 

 

이 꽃들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저는 이 꽃앞에 무릎을 꿇기꺼정 했다니까요.

아니...무릎만 꿇은게 아니라구요.

납작 엎드려 눈을 맞추느라 저는 옷에 낙엽덤불이 덕지덕지...

수줍은듯 살포시 고개를 숙인 얼레지는 다소곳한 양가집 규수 같아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걸 겨우 달래서 이렇게 한 커뜨.

 

 

 

햇살이 좋은 한낮이면 이렇게 맵씨를 드러내며 따뜻한 봄햇살을 즐기는데...

저 이 얼레지를 담아오느라고 다리를 바알~바알~ 떰시롱

목심을 걸고 찍었다는 사실을 알아주십사...ㅋㅋㅋ

 

 

한때는 이 벼랑끝에 무수히 많은 얼레지로 보라빛 언덕이 될 정도였는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숨겨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니까요.

제발 자연 그대로 두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저는 갠적으로 야생화를 베란다에서 키우는거 별로 안좋아해요.

깊은 산속의 바람소리며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적당한 햇빛과 수분을 받아 자라게 하는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요?

제아무리 잘 키운다고 해도 야생화들은 있던곳에서 만큼보다 행복하지 못할테니까요.

꼭 내 집 안에 들여야만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보고싶고 만나고 싶을때 가서 보면 되잖아요. 안그런가요?

 

암튼 어제 이런저런 생각들로 우리 둘이서 분개하며 씩씩대며 산에 오르는데

우리보다 뒤에 산에 들어서 우리를 앞서가던 부부가 벌써 반환점을 돌아 내려오시며

얼레지 잘 찍었느냐고 물으시네요.

그분들 역시 얼레지를 만나러 오신 분들 같아요.

오면서 바람꽃도 보았느냐고...

엉? 바람꽃이요? / 하얗게 핀 꽃 말입니다./

아하...앙증맞게 작고 하얗게 핀 가운데에 까만 점들이 있는거 말인가요?/ 네네...바로 그 꽃이요.

근데 저는 그 꽃을 개별꽃으로 알고 있었는걸요?/ 그게 바로 바람꽃이거든요.

...누구 말이 맞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그 주인공을 바로 여기에 소개해 드립죠.

 

 

고개를 숙이고 키를 낮추어야 만날 수 있는 꽃이지요.

이렇게 하얀꽃이 무리지어 피어 바람에 살랑대는걸 보는날이면

걍~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답니다.

봄에 이 꽃을 만나지 않고서는 봄을 보낼 수 없는 저는

봄날이면 산에 가고 싶어서 궁뎅이가 들썩들썩^^ ^^ㅎㅎㅎ

 

 

예쁘지요?

정말 사랑스러운 꽃이랍니다.

 

우리의 매직벤치.

제가 수없이 많은 날들을 이곳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여기 앉으면 마냥 행복해지는...

이세상의 걱정근심도 모두 사라져버리는...

이름하야~ 매직벤치.

늦은 오후의 햇살이 노루꼬리만큼 남았네요.

 

 

지난번 산행때 피기 시작했던 현호색이 어느새 시들어가고 있더이다.

색깔이 오묘한 여러가지의 현호색을 만날 수 있는 곳이랍니다.

이 꽃 역쉬 제대로 감상하려면 이 꽃 앞에 무릎을 꿇어얀다는 사실...ㅎㅎㅎ

오종종~허니 죄다 고개를 숙이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거덩요.

 

 

제가 사진을 잘 못찍어서 그렇지 이 폭포가 높이가 상당하답니다.

울신랑 미끄러지믄 워쩔라고 위험헌짓을 허냐고 한사코 불러쌌는지라

정신없어갖고서리 대충 찍고 얼렁 물러났기에...

한 방 더 찍을란디...오호~애재라! 저장공간이 부족하단뎁쑈...

 

해가 지기전에 서둘러 돌아오려는데 저만치에 오메나~~노루발풀이 보여요.

잠깐...이걸 말렸다가 끓여마시면 좋은데...

산등성이 여기저기서 듬성듬성 손짓을 합니다.

일종의 약초인데 욕심내지 않고 조금만 조심스레 뜯었어요.

아직 어린놈은 더 자라도록 가만두고...

어디선가 은근한 향이 바람결에 살짝 묻어납니다.

근원지를 탐색해보니 바로 제 옆에 춘란이 배시시~꽃대를 치켜올리고 피어있네요.

엄훠나~!! 이쁜거...

코끝을 둘이서 사이좋게 꽃망울에 들이대고 숨을 들이켜봤어요.

울신랑은 무드없게시리 쥐오줌냄새라네요.ㅎㅎㅎ

아무렴 워때요. 그 은은헌 향기가 숲의 향기와 버무려져서

우린 그곳에서 또 시간을 한참이나 지체했지요.

그 춘란 역시 누가 캐갈까봐 낙엽으로 살짝 위장을 해두었어요.

 

'제발 파렴치한 이들에게 들키지 말그라잉?

느그덜은 발소리만 들어도 알지?

그려그려...그 사람들이 가까이오믄 가만히 숨을 쥑이고 있그래잉?

향기를 내서는 안되야...'

 

그러다가 해가 뉘엿뉘엿...클났네...서둘러야쥐.

돌아서 온길로 가기에는 넘 서운해서 능선쪽으로 얼른 올라붙기로 했지요.

그 윗쪽에서 진달래가 손짓을 하는데 갸~들도 만나주고 가야지요.

그리하야 길도 없는 능선쪽으로 우리둘이서 오르고 또 오르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진달래와 눈을 맞춰감서...

드댜~능선에 오르니 으달달~~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옵니다.

서둘러 하산을 하자니 경사진 비탈길을 오르느라 전심전력을 다했던 후유증인지

다리가 발발 떨려 긴장하지 않으면 클나겠더라구요.

자기도 무릎이 아프다면서도 저를 업고 내려가겠담서

괜시리~허풍(?)을...ㅋㅋㅋ

'그 마음만 받을게요. 아직 업혀 내려갈만큼은 아니라우'

산 아래까지 손에 손을 맞잡고 내려오니 주차장엔 썰물처럼 차들이 죄다 빠져나가고

달랑 두 대. ㅎㅎㅎ 아직 우리보다 더 늦게 내려오는 이들이 있나봅니다.

고단한데 저녁은 스테미너식으로 자기가 쏘겠다며 장어집으로 내달리는데

어찌하리요...못이긴척 붙들려가서 갈증난김에 동치미를 어찌나 들이켰던지

2인분을 반도 못먹고 손을 들었다는거 아닙니까?

결국 딸랑구 생각에 나머지를 싸들고와서는

어찌나 곯아 떨어졌던지 딸랑구 전화소리에 화들짝 깨어

학교앞으로 정신없이 다녀와서보니 워매~ 잠옷위에 등산복을 걸치고...ㅋㅋㅋ

잠결에 고만...허지만 누가 알리요잉...밤12시에 차를 타고 댕겨왔는디 누가 봤을리도 없는디...

오늘아침.

'야~ 많이 묵어라잉. 고거이 스테미너 식품 아니냐...

너 줄라고 일부러 가서 사온거닝게로.'ㅎㅎㅎㅎ

맛나게 먹는 딸랑구를 보며 둘이서 살째기 은근헌 눈빛을 주고받었구먼요.

어제 뜯어온 노루발풀 한 줌을 씻었어요. 말렸다가 차로 끓여 마시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