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감따러 갔지요.

꿈낭구 2015. 11. 21. 21:00

지난주 주말농장에 감 따러 갔었지요.

마침 울딸랑구가 집에 내려와서

울 온가족이 함께 이 즐거운 체험을 헐 수 있었구먼요.

 

히히...울주말농장 지주냥반께오서

감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우리 몫으로 남겨두셨다공...

글두 따먹는 재미도 있어야지 않긋냐믄서

어여 까치들 밥이 되기 전에 와서 따가라네여.

워매~~! 이게 어인 횡재당가요잉?

신바람이 나서 간편복장을 허고 울밭두렁 뒤에 있는 감나무로 돌진~!!

 

까치밥으로 하나쯤은 남겨둬얀다믄서

아빠는 높이 매달린 감을 따고

딸랑구는 받어서 요렇게

재미난 놀이를 허고 있구요.

까치가 파먹다가 떨어뜨린 모냥입니당.

요즘 새들은 감도 전투적으로 먹능게벼라.ㅎㅎ

부녀지간에 감나무에 매달린 사이에

저는 울주말농장 밭두렁에서 실허게 자란 무우도 몇 개 뽑고

비트도 뽑고 들깨 송송이도 따고

끝물 고추도 따느라 못 본 사이에 에구머니낭~!

 

의자에 올라서서 대책읎이 감을 따다가

 고만 폭 익은 홍시감이 쏘옥 빠지믄서 얼굴을 어깨로 철푸덕~!!

 

얼레꼴레리~~!

딸랑구는 아빠 얼굴에 묻은 감을 보구 깔깔대믄서 웃고

졸지에 홍시세례를 받은 울신랑은 어찌헐바를 모르고

그대로 허수아비가 되얏쥬.ㅋㅋㅋ

 

예전에 전원주택에 살때 커다란 감나무가 앞뜰에 있었거덩요.

울집에 오신 손님께서 멋드러지게 양복을 빼입고 오셨는디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보시더니

장대를 들고 감을 따시려다가 ㅋㅋㅋ

홍시가 고만...정수리 한 복판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에서 얼굴로 양복 어깨에서 가슴으로~~~

웃으믄 안 되는디 그 모습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읎어서

허리가 휘어지게 웃음보가 터져서뤼...

그때 생각이 나서 밭고랑에 앉아서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었당게여.

 

지주냥반네 덕분에 요즘 꿀맛거튼 달디단 감을 무르기 무섭게 먹는 재미가 쏠쏠헙네당.

그나저나 지난 봄에 울작은형님네 밭에다가 심은 감나무가 어떻게 생겼능가 가봐야긋써라.

내년쯤에는 감이 열린다고 혔었는디

봄에 심어만 놓구서 방치를 혀 감낭구헌티 몹시 먄시럽구만요.

단감도 심고 왕대봉시라고 신품종이라 비싸게 주고 사다가 심었는딩...

ㅎㅎㅎ 맛난 감을 먹음시롱

우리도 언젠가는 감따는 체험을 헐 생각으루다 즐거워지능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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