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천생연분

꿈낭구 2011. 5. 3. 11:44

우리집은 오늘 아침에 담백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을 끓였다우.

간밤에 기침으로 잠을 설친 남푠을 위해...

행여 아내의 단잠을 깨울까봐 난데없는 캠핑용 침낭을 꺼내들고

거실 쇼파위에서 누웠다 앉았다 하다가 새벽녘에 잠이 든 모양입니다.

에구구... 그런종도 모르고 아내가 돼가지고 쿨쿨~~잠만 자다니...

봄이라서 그런지 해야할 일들도 많고

온종일 부시대다보면 저녁에는 녹초가 돼서...

하긴  감기로 아프다고 초저녁부터 일찌감치 취침모드로 들어갔던 남푠이

새벽시간에 깨게되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구요.

저는 늦게 돌아오는 딸랑구 간식 챙겨 들여보내주고

이것저것 뒤치닥거리를 하다보면

순수한' 내시간'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니

아침에 일어나기도 버거워요.

오늘도 밥과 국을 올려놓고 애벌레마냥 침대로 기어들어가서

못다 이룬 잠을~~ㅎㅎㅎ

 

울신랑은 건더기를 좋아하고 저는 국물을 좋아허는지라

콩나물국을 먹을적엔 언제나 반쯤 먹다가 국그릇을 교환한답니다.ㅎㅎㅎ

약속이나 한듯이 자연시럽게...

신혼시절...

둘이서만 오붓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니

국보다는 찌개를 주로 끓이곤 했는데

국물만 주구장창 떠먹는 내게 '우린 정말 천생연분이야~'하며

생선토막을 통째로 건져가고는 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한 토막을 끓이든 두 토막을 끓이든

습관처럼 아예 앞접시에 죄다 건져다놓고 냠냠~~

제가 아무리 국물을 좋아허기로서니

주재료가 있는 상태에서 떠먹는것과 멀건 국물만 있는건 다르잖아요.

너무나 맛있게 먹는 남푠을 위해 국물만 떠먹는 아내의 마음도 모르고...

더구나 콩나물국허곤 다르구만...

손위 시누이가 놀러오셔서 그 천생연분이란 이야기를 하며

둘이서 한바탕 웃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청소를 하던중 FM을 통해 영락없는 우리 이야기가 나오는겁니다요.

아니~어쪼믄 우리허고 이케 똑같은 사람들이 있나 싶어서

귀를 쫑긋하고 들었는데 글쎄 울시누이께오서 제이름으로 글을 써서 보낸것이

'천생연분'이라는 제목으로 ...

그 당시 방송국에서 꽤 근사헌 선물까장 보내주셨더랬죠.

전국적으로 공개가 돼버린 그 천생연분 사연 이후론

갈치나 굴비등등...식구 수 대로 구워 언제나 한 토막 내지는 한 마리씩

각각의 앞접시에 담아내게 됐답니다.

 

오늘아침 콩나물국을 바꾸는 엄마와 아빠를 보며 딸랑구는

'아예 처음부터 엄마것은 국물만 뜨고 아빠것은 건더기만 뜨면 되잖아요'

ㅎㅎㅎ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그 사연을

오늘아침 식탁에서 풀어놓지 않았것씀까...

그 후론 우린 천생연분이란 말만 나오면 둘이서 눈을 맞추고 웃지요.

 

지금은 아무래두 남푠보담은 딸랑구에게 더 마음이 쓰입니다.

ㅎㅎㅎ그래서 배추김치의 아삭함을 즐기는 딸아이를 위해

저는 배춧잎을 먹게되는데 문제는 울신랑도 아삭한 부분을 좋아헌단 말입니다.

애들맹키로 김치보시기위에서 서로 찜을 했다며 쟁탈전을 벌이는 일도

빈번해져서 꾀를 내어 가장 아삭한 부분은 아주 작은 크기로 썰어놓고

중간부분은 남푠몫으로 큼직허게 썰어 표시나게 해놓았고마는

속없이(?) 아이몫을 계속~~

그렇다고 차마 말을 할 수도 없고...

으이구~~지가 아들이 없으닝게 이럴땐 ...

눈치 빠르신 님덜은 아시져?ㅋㅋㅋ

함께 마트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을 담노라면

'나도 방울토마토 좋아헌디~~'

에궁~

'뒷베란다에 있는 저 통조림은 언제 먹는거지?'

ㅋㅋㅋ  아이고오~못말려요!

오늘은 감기로 엄살(?)을 있는대로 부리는 남푠만을 위한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얄랑게뵤.

오늘아침에는 아삭한 부분의 김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걸보니

아프긴 아픈가봐요.

무얼 준비한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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