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너 당장 저리 안 갈래?

꿈낭구 2011. 5. 16. 23:02

며칠 비가 내린 덕분에 매일 물주러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좋았는데

그동안 시댁일로 바쁘기도 했고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모종을 사다 심어놓고도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던지라

오늘은 퇴근후에 꼭 주말농장에 가보기로 약속을 했었지요.

학원 끝나고 두 시간 정도 산행후에 밭에 물을 주고 돌아오는 일정이라서

여늬때맹키로 섶다리로 강을 건너 만남의 장소에 가야하는데

요즘 시장구경에 재미붙여 안 가본 사이에

학원에서 천변으로 내려오는 계단에 출입금지 입간판이 세워져있고

출입구를 줄로 꽁꽁 봉쇄했지 뭡니까?

아이고 이런 낭패가 있나...

울신랑은 퇴근후 집에서 옷 갈아입고 출발을 했을텐데...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까지 할 수 없이 한참을 걸어 내려가 눈썹을 휘날리고

바람소리를 내며 섶다리쪽을 향하여 전진을 혔는디...

워매 이게 뭔일이다요. 섶다리가 없어졌씨요잉.

두어 주일전쯤 까지만 해도 멀쩡히 건넜던 섶다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강건너 편에서 만나기로 한 울신랑을 무신수로 만난다요.

이거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낭패로고~~!

다시 전속력으로 되돌아서 다리를 건널 수 있는 쪽으로 걸어갔등만

요번에는 징검다리가 지난번 비로 물에 잠겨 건널 수 없는 상황이 되얏드랑게요.

그리 많이 온것 같지도 않은데 강물이 불어나 제법 물살이 세서

징검다리 중간지점이 완전히 잠겨뿐졌드라니께요.

허참~! 이거 똥개훈련도 아니고...

강건너 울신랑과 접선허기꺼정 오늘 이상스럽게 방해요소가 많으요잉.

바빠서 점심도 못먹은 저를 위해 간식으로 찰떡까지 챙겨온 울신랑과

퍽 오랜만에 계곡길로 산행을 했는데

고사리가 눈에 띄어 한 주먹쯤 꺾었는디 울신랑은 한사코 고사리가 아니라고 우깁니다요.

어제 울신랑헌티 큰소리 빵빵치며 우기다가 낭패를 본 사건이 있었던지라

오늘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지마는...글두 내맘속으론 틀림없는 고사린디...

곱슬머리가 세 개나 나와 못먹는 거라지만 그래도 미련이 있어갖구서 호주머니에 넣어서 가져 왔씨요.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어 어찌나 달콤한 향기가 진동을 하던지요

계곡의 물도 불어나 폭포가 시원스럽게 쏟아져내리고

소쩍새가 저녁을 알리는데도

정말 산에서 오기 싫었당게로요.ㅎㅎ

하지만 목말라 애타게 물을 기다릴 주말농장 모종들 생각에

서둘러 산을 내려와 달려갔등마는

 

 

아니~ 요 망할노무 똥강아지가 애써 심어놓은 대파밭에 요로코롬 뒹굴고 놀고 있쟈뉴.

요녀석이 뉘집 강아지래여~~

안그래도 옆집 꾀꼬리네 대파는 푸르고 청청혀서 배가 아플라고 허는참인디

하필 우리 부실허기 짝이없는 대파밭을 이케 뭉개고 있으니 기가 맥히쟎긋능가 말여라.

대파를 너무 깊이 심었다고 옆집의 꾀꼬리 아짐이 조언을 혀줍디다만

깊이 심어야 대파의 흰대가 많아 좋을거라고 생각을 허고 이렇게 심어달라고

울신랑헌티 특별주문을 혔구마는...이거 얄팍헌 영농지식이 들통이 나뿐져서

면목없게 되얏는디 요넘의 강아지까지 속을 썩인디야~~

 

 

워디 그뿐이믄 내 암말 안혀요잉.

이 쌈배추꺼정 넘보려드니 요넘을 기냥~~!!

 

 

내가 야단을 쳤등만 이케 눈을 크게 뜨고 ...

허~참~!!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도대체 뭘 잘못혔냐고 대드는 폼새 아뉴?

도무지 말을 안들어요잉.

물주러 밭고랑을 다니는데 발뒷꿈치를 졸졸 따라댕김서

먹을거 달라고 조르는 아그덜마냥 낑낑거리는디

내참~ 웃어뿐져야지 워쩌긋쓔.

울신랑 물주는디 발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구만...한사코 쫄랑쫄랑~~

그래서 지는 배짱이가 되어 이 귀여운 강아지허고 놀다왔구먼요.

좋은말로 타일렀지만 고녀석이 우리집 쌈채소 밭에 똥을 누는 날이믄...ㅎㅎㅎ

손해배상을 청구헐뀨.

필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집 강아지가 아닐까 싶고만.

거름줬으니 고마워허라고 되레 큰소리를 칠랑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