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도 울 어렸을적엔 큰 명절였드랬는디
요즘에는 점점 시들해지는것 같구만요.
아무리 달랑 두 식구라혀두
보름인디 글두 오곡밥 숭내는 내봐야쓰긋기에
마트가서 찰수수를 사갖고 왔지요.
차조도 살까 했더니만 울신랑 반응이 여엉 시큰둥혀서뤼...
가물가물 어렸을적에 친척집에서였나 워디서였나
순전히 차조로만 밥을 지은 조밥을 먹었던 기억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던 모냥입디다요.ㅋㅋ
좁쌀탱이 영감되믄 우짤라공 차조를 그케 몽땅 살라그러냠서 적극 말리는 바람에
찰수수만 한 통 사들고 왔지요.
흰콩과 서리태는 미리 불려뒀구요.
왜 찰밥이 이렇게 허옇게 생겼냐굽쇼?
팥물이 안 들어가서 그렇당게여.
팥은 지난번에 팥국수 해먹느라 삶아서 남은것이라서요.
냉동실에 소분해서 넣어둔것을 이용혔거덩요.
암튼 그랴서 울집 대보름 찰밥은 요렇게 되얏당게라.
찰밥은 압력밥솥 밥 보다는 찌는게 역쉬 진짜배기 찰밥 아니긋써라잉?
압력솥에 하는것이야 씻어서 그냥 안쳐도 되지만
찌는 찰밥은 미리 찹쌀을 불려서
김이 오른 찜솥에다가 찜보를 깔고 쪄야허기 땜시로...
샐러드마스타 웍을 이용혀서 짤밥을 쪄봤쓰요.
너부데데혀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쪄도 끄떡읎긋드랑게여.
접었다 폈다허는 찜기를 쫘악 있는대로 펼쳐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웍은 충분히 넓고 커서 좋기도 허지만
쉽게 쪄져서 더더욱 좋았어요.
찰밥 찔라믄 오래 쪄야해서 주방에 김이 서리는게 참 성가셨는디
이번에는 열전도율이 높은데다 물도 훨씬 덜 줄어들어 조바심 낼 일도 읎이
아주 쉽고도 간딴허니 쪄졌어요.
예전에 찰밥 찌다가 물이 줄어들어서 찜보를 태워먹은적이 여러 번이나 되었걸랑요.
그렇다고 첨부터 물을 많이 붓고 찌다보믄 바닥쪽은 수증기로 인해서 질척해지니
것두 성가시고
그렇다고 적당량 붓고 찌다보믄 자칫허믄 태워먹기 십상이라서
수시로 물이 아직 넉넉헌지 냄비를 통째로 흔들어봐가믄서 쪄야했는디
그런 번거로움 읎이 순식간에 이렇게 밥이 쪄져서 참 좋구만요.
일단 밥이 쪄지믄 넉넉헌 그릇에다 찜보자기째로 쏟아놓고
소금물에 설탕 아주 쬐끔 넣어서 쪄낸 밥에 부어가믄서 고루고루 섞어준 다음
다시 2차로 찔때 삶아뒀던 팥을 넣고요.
그란디...찜보자기 안에 왠 찜보가 또 있냐굽쇼?
히히...지난번에 이 찜보자기를 또 태워묵어서 빵꾸가 지법시리 크게 두어 군데나 생겼당게여.
그랴서 찹쌀이 밑으로 샐까봐서
한 장 깔고 다시 요렇게 고이 감싸서 2차로 찌는거야용.
찹쌀에다가 팥, 수수, 서리태, 흰콩, 대추꺼정 넣고 쪘는디
아니 글쎄...밤과 은행을 이자뿐졌지 뭐유?
뒤늦게서야 생각나서 혼자서 투덜댔더니
요렇게만도 아조 훌륭허다고 얼렁 먹어보자공...ㅎㅎ
어저끄 아침보톰 오늘꺼정 내내 먹고도 아직도 남았네여.
이젠 뽀얀 쌀밥이 먹고 싶구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