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새로운 4월을 기대하며

꿈낭구 2017. 3. 31. 22:00


2017년 3월14일

시골집 정원에 풀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참인지라

호미를 이용해서 제거하던중

옴마낭~~~~!

깜짝이양~~~~~~!!

갑자기 아주 쬐끄만 청개구리가 튀어 나왔다.

아직은 바깥세상이 궁금해도 넘 이르지 않을까해서

다시 살짜~~기 흙이불을 덮어주었다.

작년 가을에 줄곧 이 시골집에서 주인인냥 천연덕스럽게 우리를 반겨주던 고냥이가

오래간만의 인기척에 반가웠던지

어디선가 나타나서 야옹야옹대믄서 꼬리로 자꾸만 나를 건드린다.

나는 고냥이가 가까이 오는게 무서운데

잔뜩 경계를 허믄서 말로만 인사를 하는데도

이 고냥이 무장해제하구서뤼 있는대로 재롱을 피운다.

아니...그런데 앙상하던 작년의 그 고냥이가

배가 볼룩한게 새끼를 밴것 같다.

먹을것을 줘얄것 같은데

고냥이가 먹을만한게 글쎄...아무래도 없는거다.

이 부담스러운 고냥이의 애정공세에 당혹스러운 나는

사진을 찍어 울딸랑구헌티 날렸더니만

새끼를 낳을때가 임박한거 같대나?

고냥이에 대한 이러저러헌 정보들을 계속 보내왔다.

울집 부녀지간은 고냥이나 개를 아주 이뻐라 허는디

강아지는 몰라도 고냥이는 어쩐지 부담스럽다.

어서 일루와서 이 고냥이의 애교를 좀 받아주라고 남푠을 불렀다. ㅎㅎ

전에 세들어 살던 사람이 심었는지

화단 여기저기에 달래가 자라고 있어서

풀을 뽑으면서 달래도 뽑았더니 이렇게 한 웅큼은 되게 생겼다.

다듬어서 상큼허니 무쳐볼까나? ㅎㅎ

3월 31일

머위와 까마중과 잡초들이 무성허던 뒷뜰의 텃밭이

근사허게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배가 불룩헌 고냥이는 양지바른 밭두덕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대파뿌리를 깨끗이 씻어서 말려뒀다가

육수낼적에 써먹어야징.

유기농대파도 한웅큼 뽑았다.

요즘 대파는 겨울을 나고 새파랗게 움튼거라서

달큰허니 맛이 좋긋지?

집에 돌아와 달래를 무쳐볼 요량으루다

매실청과 고춧가루와 깨소금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었다.

시골집 출신 달래를 숭덩숭덩 썰어서 양념장에 새콤달콤허게 무쳤다.

지난번 화개장터에서 사다가 심은 홍매가

어여쁜 꽃을 매달았다.

오메 기특헌거~!

앞으로 이쁘게 자라믄 거실에서 바라다 보이는 앞뜰에 심었는데

화사헌 홍매를 봄마다 즐기게 될날을 상상허믄서

마냥 즐겁다.

뒷뜰엔 냉이가 꽃밭을 이뤘다.

이른봄 냉이를 캐서 냉이장아찌를 담그기꺼정 했는데도

하얀 꽃을 피워올린 냉이를 보니 사랑스럽다.

다음주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야서

한동안 발걸음을 못허게 될텐데

컨디션 조절을 잘 혀서 먼길을 떠야헐 사람이

무신 커텐을 난데읎이 세탁을 헌다고 말리는걸

거실의 커텐을 뜯어놓은지가 언젠디

갈적마다 거실 한켠에 둘둘 말아둔 요것이 찝찝해서

전날 욕조에다 물을 받고 세제를 풀어 담궈뒀드랬다.

그런데 발로 밟아서 세탁을 허리라 생각허고 와봤더니

욕조마개가 샜는지 물이 반쯤 줄어들어 낭패~!

거실커텐이라 너무 커서 한쪽씩 세탁을 한다해도 세탁기에 가득찰것이고

그렇게됨 아무래도 헹굼도 시원스럽지 못할거 같아서 일을 벌인것인디

따뜻헌 물을 붓고 발로 밟는디도 발이 시려웠다.

게다가 이쪽저쪽으로 뒤적거려가믄서 밟아줘얀디

물먹은 커텐이 넘 무거워 손으로 뒤적이기가 힘들다.

꾀를 내서 발로 뒤적여 반나절 내내 헹구느라 씨름을 했더니

기진맥진...

후회스럽다.

걍 세탁소에 맡길것인디...

아파트에서는 세탁기로 세탁을 헌다해도

이 커다란 커텐을 널어서 말릴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울시골집 옥상에서 봄햇볕에 고슬고슬허니 말리믄 얼마나 좋을까혀서

 이렇게 일을 벌인것인디...

욕실에서 2층의 옥상꺼징 물 잔뜩 먹은 커텐을 들고 옮기는것도

만만헌게 아닌디

쓸데읎는 일을 벌였다고 구사리를 들어감서 혼자서 심들게 빨은것을

울신랑이 들고 올라가서 빨랫줄에 너는 순간

뚝~~~허고 빨랫줄이 끊어져부렀단다.ㅠㅠㅠ

햇볕에 삭아서 무게를 감당키 어려웠던 모냥이다.

다시 헹궈서 하나는 대문곁의 양쪽 단풍나무에 줄을 묶어서 널어두고

하나는 궁리끝에 이렇게 사다리에다 걸쳐서 물기를 빼는 중이다.

에고고...결국 요 커텐땜시 허리병이 나서 한소리 들었당.

하필이믄 다음날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네.

요넘의 커텐땜시 두 번 걸음을 허게 되얏다.

하루만 더 마르믄 보송보송허긋는디 그새를 못참고 비가 올거라니...

결국 아직 리모델링 전이라서 비어있는 집이 심란스러워서 텐트를 거실에 쳐뒀는디

커텐을 텐트 위에다 널어두고

하나는 거실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에다 걸쳐두고 돌아오믄서

남푠헌티 또 한 번 구사리를 들었다.

그 구닥다리 커텐을 뭐헌다고 이케 힘들여서 세탁을 허느라 생고생을 허느냐고...

그치만...내헌티는 요게 차마 버릴 수 읎는 이유가 있다.

울엄마께서 주셨던 커텐인지라

이 시골집의 많고 많은 창들에 있던 커텐들은 오랜 세월에도 변함읎이 멀쩡험에도

죄다 버렸는데 이 거실의 커텐만큼은 엄마에 대한 추억때문에 간직하고 싶었던거다.

커텐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이것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서 쓰고 싶었는데......

그것을 뒤늦게서야 눈치챈 남푠은

밤에 끙끙 앓는 소리를 내믄서 자더라며 구박했던게 미안했던지

 슬그머니 굵은 빨랫줄을 사들고 돌아왔다.

배불뚝이 고냥이가 슬금슬금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

뭔가 수상쩍은것을 발견헌 것일까?

꼬리를 잔뜩 치켜 올리고 탐색허고 있는 모양이 진지허다.ㅎㅎ

4월초 울6남매네 하와이 가족여행을 앞두고

껌덩곰신을 그려서 단체로 신고 돌아댕길 요량으로

남푠 텃밭 일구는 사이

거실에서 일을 벌였다.

울네자매 곰신은 작년에 이미 그려서 선물했어도

올케들과 오빠랑 남동생, 형부들 곰신꺼정 그리려니

안 그랴두 허리병이 났는디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치만 요걸 신고 즐거워할것을 상상허니

눈빠지게(?) 고생헌것 쯤이야...ㅋㅋ

아직은 이 집을 어디서부터 어디꺼정 어떻게 손을 대얄지 몰긋지만

당분간은 바깥부터 정리를 해내갈 계획이다.

봄이 무르익을즈음에는 좀더 집다운 집이 되지 않을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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