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별미밥

호박죽

꿈낭구 2017. 4. 3. 06:22


호박죽을 쑤었어요.

달달헌게 아주 겁나 맛있더라구요.

재료 : 늙은 호박, 찹쌀가루5T,밤7개, 소금과 설탕 약간

요거 울형님네서 지난 늦가을에 얻어온 늙은 호박이걸랑요.

밭두덕에 내버린 호박이 지 혼자서 싹을 틔우고 덩굴을 뻗어

이렇게나 탐스런 호박을 키워냈답니다.

아래로는 작은 도랑이 있어서 다리를 발발 떨어감시롱 요거 따는디

웜청 곡예를 혔던 생각이 낭만유.ㅋㅋ

모냥두 이쁘고 하도 탐스러워서 겨우내 울집 거실 한켠에서 장식품 맹키로 자리매김허던것인디

점점 말러가믄서 호박 겉표면이 조금씩 미워지고 있어서

썩을까봐 호박을 처분허기루 혔지라.

요런 왕따시만헌 호박은 씨를 심어얀다고

울시골집으로 보듬어서 델꼬 갔어요.

남푠 정원 손질허는 동안에 저는 요 호박을

흥부가 박 타듯이 요렇게 두 동강을 냈더니

와따미~~! 호박속이 요렇게나 어여쁘더이다.

단내가 기냥 물씬물씬혀서 넘 신바람이 났쓰요.

마침 허드레로 가져다놓은 헌 도마가 있어서

거기다 놓고 요렇게 썰었는데요

썰다가 생각허니께 넘 양이 많은거야용.

그랴서 일부분은 요렇게 얄팍허게 썰어서 말려서 보관헐라구요.

호박껍따구가 워낙 딱딱혀서 손 다치기 십상인디

때마침 국악방송이 나와서 놀이허듯 즐겁고 유쾌허게 끝낼 수 있었지요.

씨는 뒷뜰 담장 밑에 심으려구요.

썰어놓은 호박은 소쿠리에 담아서 옥상으로 올라가서

 바람이 신나게 부는 장 항아리 위여다 요렇게 두었더니

금세 수분이 날아가서 꾸덕혀졌네요.

호박속 부분은 죽을 쑤어 먹을라고 따로 담어갖구 왔는디

호박이 워낙 커서 양이 엄청 나요.

조금씩 나누어서 냉동실에 넣어뒀다 나중에 끓여먹을라구요.

다시 냉동실이 빵빵혀졌구만요.ㅋㅋ

미처 다 넣지 못헌 호박은 요렇게 끓이고 있어요.

샐러드마스타 큰 냄비를 그동안 쓸 일이 읎었는디

이번에 개시를 허게 되얏구만요.

호박죽은 끓으믄서 부글부글 끓어넘치기 일쑤라서 좀 넉넉헌데  끓이는게 좋아요.

열전도율이 좋아서 금세 호박이 이렇게 흐믈흐믈...ㅎㅎ

호박죽을 끓이는 동안 한켠에서는 봄바람에 꾸덕해진 호박을 건조기여다 말렸는디

바샤삭허게 아주 잘 말랐어요.

과자 맹키로 아주 단내가 물씬물씬허구만요.

요것을 분쇄해서 가루로 만들어도 좋긋지라잉?

저장성이 좋아서 자리차지도 안 허고 아주 요긴허게 쓰일것 같으요.

호박죽을 쑤다가 먹고 남은 찰밥 한 공기가 있어서

미니믹서에 물을 약간 넣고 휘리릭 갈아서 넣었더니 요렇게...

밥알이 듬성듬성 뵈는디 끓으믄 풀어지지 않을랑가 싶지만

글두 마른찹쌀가루가 있어서 물에 개어 조금씩 넣었더니 농도가 적당해졌어요.

지난번 화개장터에서 사갖고 온 말린 밤을

밥 지을때 불렸다가 위에 한 웅큼 얹어서

ㅎㅎ꾀를 내서 밤을 골라서 호박죽에 넣었지요.

팥 대신 간간히 밤이 들어있는게 좋더라구요.

이렇게 호박죽을 끓여서 시시때때로 요렇게 퍼다가 먹었는데도

아직도 남었쓰요.

하필 먼길 떠야헌디 일을 벌였다고 남푠헌티 은근헌 구박(?)을 받었쓰요.

그도 그럴것이 요 호박사건 말고도 또 몇 가지

시키잖은 일을 시골집여다

요렇게 벌여놓은게 있거덩요.ㅋㅋㅋ

얼마전에 시골집 거실커텐을 욕조여다 담궈두고 왔는디

하필이믄 연이틀 계속 비가 내린거야요.

근디 여행을 떠나야해서 그대로 방치헐 수 읎어서 발로 욕조속에 들어가 밟아서 빨았는디

그걸 발로 뒤적거리다가 허리에 무리가 가서 이틀을 몸져 누웠었당게여.

비가 그치고 햇살이 하도 좋아 옥상에 널믄 반나절이믄 마르긋구만

영차영차 들고 올라가서 너는 순간

빨랫줄이 햇볕에 삭았던지 두 동강이 난것여라.

결국...이렇게 사다리 위여다가 엉거주춤허니 널어서 물기도 빠지고 거의 말라가고 있는디

거실의 텐트 위여다가 뒤집어 씌워서 널어놓구 왔당게여.

집에서는 세탁기여다 세탁은 헐 수 있지만

워낙 큰 커텐이라서 말리는게 아파트에서는 복잡허잖우.

그랴서 시골집에서 걍 해결혀보긋다고 벌인 일인디 이케 복잡허게 될 줄 누가 알었쓰요잉?

암튼 그랴서 지가 눈치를 좀 보게 되얏는디

또 호박죽꺼징 일을 벌였으니...ㅋㅋㅋ

오늘 여행을 떠나기땜시 냉장고를 비워얀디

의무적으로 먹어얀다고 어저끄 즘심부터 저녁 야심헌 시간꺼정 자꼬 강권을 혔어도

먹어도 먹어도 못다 먹어서 헐 수 읎이 작은 용기여다가 나누어 담었어요.

공항으로 가는동안 우리의 즘심밥 대용으루다...ㅋㅋ

그나저나 울형님헌티 요 호박죽을 자랑혀야쓰긋는디...

덕분에 호박으루다 여러번 입이 즐겁게 생겼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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