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별미밥

약식

꿈낭구 2017. 10. 6. 20:15


여독도 풀리지 않은 상태로

어제 주말농장 지주냥반 호출로 땅콩캐러 갔다와서는

그대로 끙끙 앓아누운 남푠은

감기꺼정 걸려서 코맹맹이 신세가 되야서 못일어나고 있고

간만에 느긋헌 휴식이 꿀맛인 딸랑구가 꿀잠을 자고 있어서

잠 깰까봐 가만가만 살곰살곰 새벽보톰 일어나서 아침준비를 혔구만요.

다른때같음 이런 고난도의 일거리는 남푠이 알어서 척척 해결혀주는디

항상 서재에서 아침인사를 나누던 남푠이

약에 취해서인지

아직 못일어나고 있어서 혼자서 약식에 넣을 밤을 깎느라 낑낑...

여행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속에서 잠을 잘못잔 탓인지

왼팔이 갑작스레 아파서 힘을 못쓰긋능규.

파스를 붙여보기도 허고 마사지도 해봐도 전혀 도움이 안 되야서

집안일을 허는데 아주 에롭구만요.

그러니 이 딱딱헌 밤껍따구를 벗기는 일이 월매나 심이 들것여라.

행여 잠깰까봐서 조심조심허믄서 헐랑게 더더욱이나...

무거운 밥솥을 드는것도 버거울만큼 손이 많이 아파서 보듬어서 간신히 이렇게...

찹쌀을 불려두지 않아서 전기밥솥에 약식을 헐라구요.

쌀 4C 기준으로 흑설탕2/3C과 코코아가루3T,소금1T,참기름3T을 물에 잘 섞어서

쌀 위에 끼얹어 주고 찹쌀이니 물을 적게 부어 밥물을 잡고

대추8개, 밤12개, 잣1T을 준비해서 대추는 씨를 빼서 작게 썰고

밤도 작게 썰어서 쌀 위에 올려서 취사를 눌러 밥을 지었어요.

 

그런데...어찌된 영문인지 취사완료 되어 밥솥을 열었더니

 찹쌀이 설익은게 희끗희끗 클났쓰요.

뒤적여봤더니 전체적으로 찹쌀이 고루 익지 않고 설었네요.

그래서 부랴부랴

김오른 냄비에 찜기를 놓고 설익은 약밥을 덜어서 다시 쪘어요.

불빛이 새어나가 단잠을 깨울까봐

작은 불빛에 의지해서 아침준비를 하다보니

계량을 잘못헌 모냥인지 당도도 떨어져서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 실패작이 되얏지 뭐야요.ㅠㅠ

생전 츰일이구만요.

이렇게 약식을 쪄서 한 번 먹을 분량씩 랩으로 싸서 딸랑구 갈때 보낼 생각였는디

이런 낭패가 워딨나 싶어 망연자실혔네여.

급히 뒤늦게서야 수습을 혀서 그렁저렁 먹을만허게 만들긴 혔는데

딸랑구는 몸도 부실헌디 엄마 힘들까봐 한사코 괜찮다고

약식 만들지 말라그랬는디

몰래 만들어서 넣어보낼 생각였구만 ㅋㅋ 일이 커졌었당게여.

이것저것 챙겨서 떠나보내는 오늘 아침부터 하필 비가 내립니당.

왕초보운전인 딸랑구가 몹시 걱정인 아빠는

평상시와 달리 교통체증도 심헐틴디 비꺼정 내리는게 걱정돼서

아무래도 딸랑구와 동행을 허는게 좋긋다공...


괜찮다고 한사코 걱정마시라는 딸랑구를 믿고

빗길 조심혀서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며

차가 안 보일때꺼정 눈을 못떼던 딸바보 남푠의

걱정 반 서운함 반 섞인 복잡미묘헌 모습을 보니

또 미안헌 마음이 들더이다.

온통 딸랑구 위주로 사흘을 지낸것 같구 말이죠.

아무래도 집 떠나 혼자 지내는 딸랑구가 언제 또 집밥을 먹긋써라.

그러니 온통 신경이 아이헌티 쓰이게 되고 남푠이 뒷전이 된것 같아요.

도착예정시간이 한참이나 지나서야 전화가 와서 마음이 놓여

남푠몫으로 남겨둔 약식을 요렇게 이제서야 담았구먼요.

이제는 온전히 남푠헌티 집중을 혀야쓰갓네여.ㅋㅋ

시원헌 콩나물국이라도 끓여볼까 혔드니만

기냥기냥 있는대로 먹자네여.

지 몸도 부실헌디 뭘 그러냐믄서.

ㅎㅎㅎ다시금 둘만의 일상으로 돌아왔쓰요.

이땅의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우리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지 않을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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