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울시골집 봄내음

꿈낭구 2018. 3. 11. 18:58


냉이가 어느새 이렇게나 올라왔더라구요.

바람은 좀 불지만 따사로운 봄햇살을 등지고 앉아서

남푠 정원 손질허는 동안

나물캐기 모드로...

생김새가 비닐하우스 출신과는 영판 다르죠잉?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추운 겨울을 이겨낸 냉이라서

맛이나 향기가 재배용 멀대같은 냉이허고는 차원이 다르당게여.

오모낭~!!

작년 지리산 둘레길 걷다가

산수유마을 언저리에서 마을 아저씨께서 주신 산수유 묘목이

요렇게 야물딱시럽게 꽃망울을 내밀었어요.

이번 여행 다녀오믄 이미 산수유마을 축제도 끝나있을틴디

글두...요 사진을 찍어서 여행 다녀온 후 아저씨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해마다 봄이면 이 노오란 꽃망울 보믄서

초면인 우리에게 선뜻 묘목을 삽으로 떠서 선물해주신

고마운 아저씨를 떠올리게 될것 같아요.

양지바른 텃밭 한쪽에서 요렇게 꽃을 피웠구만요.

요넘 꽃이름이 넘나 거시기혀서ㅋㅋㅋ

봄까지꽃이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우거덩요.

이 앙증맞은 꽃헌티 개불알풀이라니...

의아헌 생각들 허시긋지만

실은 요 꽃의 씨방을 루페로 자세히 들여다보믄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얏는지 이해허게 된답니당.

영락읎당게라.ㅎㅎ

 세 내어준 오랜 세월동안 매실나무를 손질을 안 해줘서

넘나 무성허게 자라

올봄엔 본격적으로 가지치기를 혀서 정돈을 헐라구요.

나무위로 올라가서 영차영차 톱질과 전지가위로 힘쓰는 동안에

저는 냉이도 캐고 얄궂은 비닐하우스 속에서 웃자란 채소들을 솎았어요.

작년 늦가을에 목심이 아까워서

얼기설기 미니온실을 만들어줬었거덩요.

작년에 공부할때 우리밀 농장 견학을 갔다가

그곳에서 한 줌 얻어온 밀을 늦가을에 감나무 아래에다 심었었는데

요렇게 뾰족뾰족 올라왔어요.

어찌나 이쁘고 신기하던지 한참을 요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있었지요.

겨울을 견뎌낸 시금치를 캐려는데

욘석이 시금치밭을 가로질러 야옹거림서 다가오네요.

작년에 새끼를 가져서 배가 불룩헐때 보고는 처음 보는데

지딴엔 반갑다고 온갖 어리광을 부리믄서 아양을 떨고

저헌티 다가와서 꼬리로 툭툭 치는가허면

발랑 뒤집어져서 누워 장난을 치다가

에고고~~ 제 옷에 고냥이 털을 잔뜩 묻혀놨쓰요.

이 마을 누구네집 고냥일텐데

한동안 울시골집에서 주인행세를 했었당게여.

우리가 대문을 열고 들어서믄

정원의 꽃그늘 밑에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믄서 나와

꼬리를 치고 어리광을 부리곤 했었거덩요.

사실 저는 고냥이를 직접 가까이서 대하는건 무섭거덩요.

남푠이 이뻐라허니께 야가 아주 울집에 눌러사는거 아닌가 싶었당게여.


어제 단풍나무 가지끝에 엄청난 벌레집을 잘라내느라

사다리에 올라서서 힘을 썼더니만

저녁에 목, 어깨, 등허리, 종아리꺼정 안 아픈데가 읎어서

둘이서 꿍꿍 앓았당게여.

여행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잘 혀얀디

파스로 도배허고 가야게 생겼쓰용.ㅠㅠ


벌레들은 새들이 앉을 수 없는  안전헌 가지 끝에다 집을 만들어 놓아서

나무에 올라가서 퇴치허기가 어렵당게요.

사다리에 올라가서 위를 바라보믄서 잘라내는게

여간 심든게 아니랍니다.

어느새 벌레들이 꿈틀대믄서 나오려는 넘들도 있더라구요.

조금 늦었음 벌레들이 다 나가고 빈집만 남았을텐데

글두...단풍나무 두 그루에서 얼마나 많은 벌레집을 퇴치했는지

살충제 안 쓰고 벌레퇴치를 허는 아주 바람직헌 큰일을 혔구만요.

저녁에는 솎아갖고 온 상추랑 쑥갓으로 겉절이도 허고

들큰헌 시금치 나물여다가  냉이된장국을 끓여야긋네요.

냉장고를 비우고 떠나얀다는걸 깜빡허구서리

어저끄 수확을 넘나 많이 헌 덕분에

채소 실컷 먹게 생겼어요.

남은 시금치나물은 냉동실에 두고 가고

냉이는 살짝 데쳐서 물을 잘박허게 채워서 냉동실에 넣어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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