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늦은 봄날의 하루

꿈낭구 2018. 3. 27. 19:30



구석구석 대청소를 시작혀볼 심산으로

앞베란다 수납장부터 시작을 허다보니께

ㅎㅎ울딸랑구 여섯 살 무렵 갖고 놀던 요게 나왔다. 

이미 24개월때 동화책을 읽던 아이가

슬슬 그 당시 신문의 한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서

유치원 들어가기 전에 놀이삼아 시도해 보았는데

놀랍게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무척 흥미있어라 했었다.

ㅋㅋ그땐 울 딸랑구가 천재가 아닐까 놀랐었당게.

아빠 와이셔츠 사믄 나오던 요걸루다 직접 만든 한자카드로

열심을 냈었는디 요걸 발견허구서 한참을 주저앉어서 넘겨다보았다.

백설공주 시리즈

정말이지 너무나 잘 갖고 놀았던 울딸랑구 장난감이다.

요것은 여태껏 버리지 않고

누구도 주지 않고 간직헌것인디

울딸랑구 시집가서 딸 낳으믄 줄라공...ㅋㅋ

이런저런 두시럭을 떠느라 밥때가 된줄도 몰랐는디

면요리에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는 남푠의 야심작 비빔국수.ㅎㅎ

오이, 당근, 배, 지단, 양배추 등등

각종 채소들로 만든 비빔국수인데

칼질이 서툰 그 실력으루다 월매나 공을 들여서 썰었을까 생각허니께

이 보다 더 맛있는 비빔국수를 어디서 먹어보나 감동이 쓰나미 맹키로 몰려오는디...

면요리는 확실히 수준급이랑게.

이쁘게 꾸미를 얹어주는 디테일꺼정 욕심을 부린다면

양심불량 아니긋써? ㅋㅋ

암튼 겁나게 맛있게 먹었당게.

바람도 쐴겸 드라이브 삼아

혼자 계신 울형님을 뵈러 나섰다.

형님네 뜨락에는 꽃들이 토끼풀들과 어우러져서

우와~!!

이쁘당.

꽃양귀비란 이름 보다는

우리는 뽀삐라고 부르는디

가냘픈 꽃송이가 어쩜 이리도 화려한지...

오잉?

야는 또 워디서 데려오셨드래여?

납작 엎디어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넘나 귀엽다.

우와~ 난초 종류 같은디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한참을 마주하고 눈을 맞추고

곰보배추 꽃이 하나씩 벙글어지고 있는데

어디선가 바람결에 박주가리 씨앗 같은 날개 달린 천사가

사뿐 내려앉았다.

강렬헌 색이 어느 누구에게도 질것 같지 않은 야생 그대로인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지고 있는 형님네 뜨락에서

한참을 놀다가 뫼시고 바닷가로 나가

싱싱헌 회를 사드렸다.

주인공인 회를 드셔얀디

곁들여 나온 기타등등에 이미 배가 부르시다공...

에구구...다음번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뫼셔야징.

울형님 취향은 아무래두 그쪽잉게벼.ㅎㅎ

형수와 시동생의 정겹고 따뜻헌 모습.

굳이 약을 발라얀다시믄서...

돌아오는 길에 울형님께서 뽑아주신 마늘과 양파를

시골집 햇볕에 내다 널었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우리의 자랑시런 시골집 텃밭

보는것 만으로도 배가 부르당.

오늘은 여기서 저녁 늦게까지 머물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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