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여름별궁에서의 보람찬 하루

꿈낭구 2018. 8. 29. 22:00


태풍이 지나간 후 며칠동안 비가 많이 내려서

계단춤 작은 창문을 열어두고 온게 마음이 쓰였어요.

폭염이 당분간 계속될거라는 예보만 믿고

환기를 위해 열어두고 왔던것인데

비가 와도 많이 왔다니까요.

오히려 태풍때 보다 더 온듯...

빗물이 들이치지 않았는지

씨앗 파종한것은 어찌되었는지 궁금해서

오늘은 우리의 여름별궁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답니다.

하늘은 청명하고 가을같지만

햇볕은 여간 따가운게 아니드라구요.

단수수도 영글어 가고 있어서 군침을 삼켰더니

요렇게  잘라서 껍질까지 벗겨줬쓰요.

거실에 설치한 해먹에 누워서 신선놀음을 혔지라.ㅋㅋ

혼자서 배짱이가 되야갖구서뤼...

단수수 껍질 벗기는게 좀 부담스럽긴 했는데

하나 하나 먹으믄 먹을수록

달큰헌것이 여간 맛난게 아닙니당.

서로 가운데 토막을 먹긋다고 욕심을 부리던 어릴적 생각도 나고요.

엊그제 그동안 소식을 알 수 없어서

그리움만 달래던 고향친구들 소식을 알게되야서

드댜 서로 목소리를 듣고 반가움에 기쁨을 이기지 못했었지요.

어떻게 변했는지

상상만 해도 우리의 앞으로의 만남이 즐거워집니다.

이 단수수를 먹노라니

고향 소꿉친구들 생각이 났네요.

남푠은 단수수 껍질 벗기다가 사고치지 말라구...

앞니가 나가는 수가 있대여.

이젠 그리 만만헌 일이 아니라믄서 칼로 벗겨얀다공...

단수수 먹다가 돈 벌믄 안 된다고 요렇게 벗겨줬어요.

단수수 껍데기에 하얗게 분이 나온거 보이시져잉?

얼마나 달고 시원허니 맛난지 몰러요.

해먹에 앉아서 단수수를 먹는디

옆집 고냥이가 야옹야옹 먹고싶은지 사정읎이 보챕니다.

이제는 거실에서 뭘 먹는가 싶으면

요렇게 올라와서 방충망을 통해서 들여다보구 졸라요.ㅎㅎ

비가 내린 덕분에 요즘 오이가 쑥쑥 잘 크고 있어요.

가지가 짜리몽땅...

참 이상하네요. 우리는 이런 가지를 심은적이 읎는디 말여라.

생김새가 서양가지 같아요.

내내 길쭉길쭉헌 가지를 따다 먹었었는딩.

쪽파가 뾰족뾰족 이쁘게 올라오고 있어요.

요것만 보믄 병아리떼 종종종 나타날것만 같아요.ㅎㅎ

좀 늦게 심은 팥도 요렇게 쑤욱 올라왔어요.

가뭄끝에 단비라더니 땅속에서 엄청 답답했던지

고개를 있는대로 내밀고 해바라기를 허고 있구만요.

ㅋㅋ풋팥으로나 좀 따먹을 수 있을랑가 몰긋네요.

비가 많이 내려서 바질과 페퍼민트 경계구역이 다 무너져뿐졌어요.

땡볕에 보수작업을 헐 엄두가 안 나서

저녁나절에나 손을 써볼 생각입니다.

무우랑 래디시, 근대, 쑥갓, 상추 등등

가을채소 씨를 파종해놓고 한냉사를 씌워두었는데

아직 덜 올라온것 같네요.

이렇게 덮어두지 않음

온갖 새들이 다 모여들어서 하나도 남김읎이 다 줏어먹는당게여.

원래 구덩이 하나에 씨앗을 세 개 넣으면서

하나는 새가 먹고

하나는 땅속 생물들이 먹고

하나는 사람이 먹도록 혔는디

새들이 양심도 읎이 다 파헤쳐서 줏어먹고

것도 모자라서 흙구덩이를 만들어서 목욕을 허느라고

이렇게 해두지 않음 텃밭은 온통 난장판이 된당게라.

바질이 어여쁜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나비들의 군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러요.

허브꽃들 하나하나 참 앙증맞고 이뽀요.

작년에 팥을 심고 따먹는 재미가 쏠쏠혀서

올해는 이렇게 넉넉히 심었는데

파종이 늦어져서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지 몰긋네요.

저 혼자 씨 떨어져서 훌쩍 자란 팥은

지금 이렇게 꽃을 피운 상태이니 말입니당.

주말농장에 갔더니 지주냥반께오서 요즘 때늦은 공부를 허신다공

손을 놓아 녹두가 꼬투리 속에서 이렇게 싹이 트기 시작했대여.

한 줌 따줬다고 가지 따러 주말농장에 다녀온 남푠이

녹두꼬투리를 줘서 깠더니 요렇게 생겼네요.

비는 하염읎이 줄기차게 내리니 손 쓸 틈도 읎나봐요.

이제 녹두가 여물어가기 시작한다는데 익은것 따는데도 손이 못미쳐서

참말 안타까운 상황이래여.

동무가 준 녹두를 넣고 밥을 지었어요.

녹두죽도 맛있는뎅...

작년 가을에 처음 맛을 본 항암배추가 좋다고

김장용으로 항암배추 모종만 사왔네요.

에구...심을 자리도 읎구마는...

양배추 수확하고 놓아둔 밑동에서 새로 잎이 돋아나기 시작헌다고 뽑지않고 그대로 둘거래요.

그리고는 남은 자리에 항암배추 모종을 심으려나 봅니다.

그리고는 한참뒤

비가 그친 뒤 강렬한 햇살에 고만 모종들이 죄다 짜부라졌다공...

긴급처방을 해줘야긋기에 신문지로 고깔모자를 만들었어요.

큼직허게 만들어야 덮고 흙으로 고정을 시킬텐데

제가 만든 고깔모자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루다가...

모종이 쬐끄만데 뭐하러 모자를 그케 크게 만드냐더니

가지고 나와서 씌워주면서야 자기의 실수를 인정헝만유.ㅋㅋ

고깔모자 9개만 다시 만들어 달래여.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막아줄 고깔모자를 쓴 항암배추가

부디 회생헐 수 있기를 바라믄서

해질녘 이제 우리의 처소로 돌아가얀디

연 이틀 계속 비소식이 있어서 고깔모자를 벗겨주고 가얄것 같아서 들춰내니

뽀시시~~요 기특헌 것들이 요렇게 살아났쓰요.

물을 흠뻑 주고 격려의 말을 해줬어요.

작년에 대추가 두 알 열렸었는디

올해는 제법 열려서 이렇게 토실토실 나날이 굵어지고 있구만요.

샐러리도 푸를청청 이쁘게 자라고 있구요.

쵸코민트와 오데코롱민트 사이로 나비들이 신혼비행허는 모습이 어여쁩니다.

바질밭 한 켠에 댑싸리를 심었는데

수시로 고냥이들이 그 속에 드나들믄서 말짓을 헙니다.

고것들 참~!!

와송을 포트에서 꺼내서 땅에 심어주고 왔어얀디

또 깜빡혔구만요.

예전 우리가 이곳에서 살던 시절

우리의 침실 창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참 평화롭고 멋져요.

빨리 리모델링을 해서 여기 정착하고 싶다가도

아직 도시의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포기하지 못해서

이렇게 망삭거리고만 있네요.

올해 처음으로 이렇게 탐스럽게 배가 열린것 같아요.

향나무들 때문에 배나무는 그저 봄날

하이얀 배꽃을 즐기는 것으로만 만족했었는데 말입니다.

태풍에 떨어진 배들이 아기 주먹만혀서 주워다 맛을 봤더니

제법 달달허니 맛있더라구요.

떨어진 배를 가져왔는데

갈아서 오이김치 담그는데 넣어봤어요.ㅎㅎ

8월 29일 여기저기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믄 정말 신기하고 이쁘고 사랑스러워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비소식이 있으니 창문도 닫고

안전하게 문단속도 하고...

안방에 쳐놓았던 모기장텐트를 철거했어요.

언제쯤 이곳에서 별바라기를 허믄서

익숙했던 문명의 혜택을 떠나 하룻밤 지내고 싶었는데

글쎄요...여름 끝날 무렵에나 실현 가능할지 몰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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