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소소한 기쁨

꿈낭구 2018. 9. 11. 20:28



요즘 부추꽃이 한창인 울시골집 뒷뜰 양지바른 곳에

터줏대감처럼 늘상 우리집 지킴이 노릇을 하던 고냥이가

새끼를 두 마리 낳았던게 벌써 이렇게나 자랐다.

이 어미보다 덜 이쁜 묘상이지만

ㅎㅎ글두 두 마리 중 얘는 털이며 얼룩이 모양이 얘는 지 엄마를 많이 닮았다.

꽃밭 속에 숨어서 눈치를 살피며 늘상 경계를 하던 새끼가

이제는 제법 능청스럽게 포즈를 취해준다.ㅎㅎ

눈이 부시다고?

세이지와 바질이 서로 영토확장을 허긋다고

고군분투중인 뒷뜰의 모습이다.

지난여름 너무나 더워서 한동안 발걸음이 뜸했었는데

떠꺼머리 총각 머리 맹키로 자란 잔디도 손을 봐야긋고

씨 떨어져서 여기저기 존재감을 자랑허는 맨드라미도 손을 봐줘야긋당.

벌개미취가 다시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올해는 대추가 제법 열렸다.

어찌나 크고 탐스럽게 생겼는지 가지가 휘어져 위태로울 지경이다.

향나무 곁에 있어서 늘 수난을 겪는 꽃사과도

미국흰불나방 애벌레의 공습을 받아

잎이 망사가 되얏다.

요넘들을 기냥....

단수수를 잘라주며 혼자서 실컷 먹으란다.

음냐음냐~~

달짝지근허니 넘나 맛있어서

 남푠 작업허니 심심찮으라고

흥을 돋워줌시롱 기쁨조로 토방에 쪼그리고 앉아서

혼자서 이렇게나 많이 먹었다.

ㅎㅎ A자 사다리 보다 요 고무통이 더 안정감이 있는 모양.

슬그머니 다가가서 흔들어보고 싶은 장난끼가 발동헌다.

올여름 가뭄에 나무들도 시름시름 몸살을 앓은 흔적들이 많다.

구이용 특수부위 한우를 사믄서

한우잡뼈를 1kg샀는데

시골집에서 육수를 만들어 갈 참이다.

이런거 허기엔 이곳이 아주 안성맞춤이랑게...

오후나절 맛있는 육수냄쉬를 맡고

고냥이 가족들이 총출동을 혔다.

뼈다귀 하나씩 날름 물고 재빨리 사라질테지?

부추꽃이 이렇게나 어여쁘다니...

몸을 낮추고 자세히 꽃송이들을 들여다보니

너무나 사랑스럽고 이쁘다.

두메부추도 삼채도 부추도 다 이런꽃을 피우는지

울집 텃밭은 요즘 완죤 이런 하얀곷이 만발한 멋진 꽃밭이다.

채송화도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부지런히 꽃문을 열고

벌 나비를 맞이허기 위해 꽃단장이 한창이다.

맨드라미를 찾아온 부전나비

서 터럭같은 꽃 위에서 어찌 저렇게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걸까?

저마다 치장을 하고 영업중인 채송화들

우와~!!

정말이지 예술이다.

요런 색깔의 채송화는 본적이 읎었는디

언제 울집으로 시집을 왔는지 몰긋네.

수정이 끝나고 씨앗이 맺힌 작은 씨방이 까맣게 여물때꺼정

조심조심 잔디를 깎아야긋다.

내년 여름엔 요런 매력적인 채송화가 쫘악~~우리를 반기긋지?ㅎㅎ

아주까리라고 부르던 피마자 잎도 따고

호박도 한 뎅이

아스파라가스랑 목화도 따고

미처 눈에 띄지못해 늙어버린 조선오이 한 개

새까맣게 익은 녹두까지

오늘의 수확물이다.

피마자잎은 채반에 널어서 말렸다가

나물로 만들어서 먹어야징.

어릴적 보름나물로 울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그 나물을

기억을 되살려가믄서 한 번 만들어 보리라...

꼬숩던 아주까리나물...

여름밤 엄마가 봉숭아물을 들여주실때

요 아주까리 잎을 따서 적당헌 크기로 손가락에 씌우고 무명실로 묶어주시곤 했다.

추억의 아주까리.

지난봄에 사다 심은 잔잔한 야생화들이

선선헌 날씨가 되믄서 다시 되살아나서

이렇게 곱디고운 꽃을 피웠다.

키가 작아 얘들허고 눈맞춤을 하려면

무릎을 꿇어야만 헌다는...ㅋㅋ

먹때깔이라고 부르던 까마중 꽃하고 비슷헌디

그 보다는 훨씬 꽃이 큰 도깨비가지꽃이다.

감자나 가지꽃 비슷헌 연보랏빛 꽃.

요것은 이쁜 꽃과는 달리 잎에도 줄기에도 성성헌 날카로운 잔가시가 있어 조심혀얀다.

폭염을 견뎌내고 아직껏 열심히 자라 꽃대를 올린 바질.

심심찮게 새순을 선물해주는 아스파라가스가 기특하다.

녹두가 익어서 갈때마다 한 웅큼씩 수확허는 재미도 쏠쏠하다.

알이 하도 작아서 요만큼 까도 반 줌도 안 되는 녹두지만

글두 밥 지을때 넣으면 새파란게 여간 이쁜게 아니다.

잘 익은 단수수를 잘라 집으로 가져와서

아침부터 먹기 시작허다가

남푠이 우려허던 사태가 발생했다.

손 조심 이 조심혀얀다고

제발 칼로 벗겨서 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혔는디

단수수는 모름지기 앞니로 껍질벗겨 먹는거라고

큰소리 치다가 고만 앗~~~!!!!!!!!!!!!!!!!

오른손  네 번째 손꾸락이 씀뻑험과 동시에 피가....

놀라서 달려온 남푠이 지혈제를 바르고 밴드로 감싸주믄서

혀를 끌끌 차고 눈을 흘기고 잔소리를 발사허믄서

내 그럴줄 알었다공...

그만 먹으라고 단수수를 빼앗아갔다.ㅠㅠㅠ

그리고는 손꾸락 하나 다쳐서 겪어야만 했던 불편헌 일주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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