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Agenda - 홀아비 금화조 색시감 물색하기

꿈낭구 2011. 6. 21. 14:19

 

 

요넘 금화조가 우리집에 온지 벌써 6년도 넘었다우.

전에 키우던 문조는 고고한 선비처럼 자태도 품위있고

노래소리도 맑고 예뻤지라잉.

몇 해를 산란하여 여러 이웃들에게 분양도 했었는데

아파트에서는 왕성한 번식력도 조금 곤란할때가 있다는걸...

부화해서 새끼들이 어미를 향해 먹이를 달라고 입을 크게 벌리고 짹짹거리면

아래 1층에서도 소리가 들리니 행여 이웃들에 피해를 줄까 싶어서

여간 눈치가 보이는게 아니었어요.

하여간 그렇게 몇 년을 이 좁은 새장 안에서 산란을 해서

문칠이 색씨가 명을 다해 죽고 난 후

혼자 남은 문칠이마저 외로움을 견디지 못허고

어느날 허망하게 우리곁을 떠나 화단의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 묻어주고는

자꾸 눈에 밟힐까봐 문조 대신 금화조 한 쌍을 데려왔었다우.

그런데 암놈이 몇 해 전에

제가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힘겹게 치료를 받느라 소홀해진 탓에

고만 껍질만 남은 먹이를 제대로 못살펴서 죽이고 말았지요.

새들은 창자가 짧아서 24시간만 굶어도 죽거든요.

그 미안함과 죄책감이라니요...

요넘들은 꼭 모이를 골라서 먹는다구요.

새모이를 사다 넣어주면 좋아하는 것만 골라먹고

그것도 껍질을 벗겨 먹는지 늘상 모이통에 껍질이 수북해서

모이가 남은것으로 착각하곤 한다니깐요.

그리하야~ 홀아비 신세가 된 요넘이

우리집에서 벌써 몇 해를 살고 있는데

올 봄에는 새로운 짝을 구해주려고 맘을 먹었는데

여태 게으름을 피우고 있어 미안하구만유.

오늘도 목욕물을 넣어주니 깃털을 다듬고 야단이더이다.

ㅉㅉ 불쌍한것~!

누가 봐 줄 짝도 없는데도 열심히 깃털을 가다듬고

목청도 가다듬으며 오르락 내리락하기에

진짜로 진짜로 배필을 조만간 데려오리라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데리고 가서 제 맘에 드는 넘으로 맺어줘얀디

새 집이 멀다보니 그게 쉽지가 않아요.

 

 

ㅎㅎ 미안헌 마음에

오늘은 특별식을 마련해 보았어요.

주말농장에서 야채들에 얹혀져서 우리집에 온 요넘들...

징그러움을 참아가며 조심조심 앞베란다로 들고가서 살며시 야채를 들이밀었지요.

살아있는 벌레를 과연 좋아할까 사뭇 궁금해져서

새장 안에 넣어주고 카메라를 들고 살폈더니만

요녀석 왠 난데없는 물건(?)들인가...하여

열심히 탐색중이네여.

들이미는 카메라에 놀란듯 퍼득거리며 좌불안입니다.

사진찍는거 처음도 아닌데 무얼 그러니?

혹 벌레 때문일까?

야생에서 자라는 새들과 달리 언제 이런걸 먹어봤어야지요...

일단 시식을 해보려므나.

내 얼마든지 구해다 줄터이니...

우리 주말농장에 가면 월매든지 구헐 수 있당게로...

 

 

예전에도 전원주택에 살적에  문조를 이렇게 키웠었지요.

친지들에게 얼마나 많이 분양을 해줬는지...

이 다섯 마리가 모두 새끼들인데 가끔씩 이렇게 일광욕을 시켜주곤 했더랬어요. 

얘들은 특히나 목욕을 좋아해서

따로 목욕대야를 넣어줘야 한다니깐요.

오리들처럼 목욕대야에 퐁당~ 들어가서는 푸드닥 푸드닥~~

물장구를 치느라 물바다를 만들어 놓고는 하지요.

눈부신 깃털로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하는 문조와 함께 살려면

이쯤의 말썽은 눈감아 줄 수 있어야 해요.ㅎㅎ

때맞추어 발톱도 깎아줘야는데

맨날 모이를 주는 저를 알아보고 제법 의젓하게 얌전히 손 안에 있기도 하는

멋진 새라구요.

밤낮으로 알을 품는 어미를 위해 열심히 모이를 물어 나르는 남편새

그러다가 어느날 아주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서 보면

털도 없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새끼들이 눈도 못뜬채로 고물거리는건 또 어떻구요.

부화해서 새집의 둥지 창밖으로 고갤 디밀고 신기한듯 세상구경을 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이쁘다구요.

 

 

 

어느날엔 갑자기 새들이 비명(?)을 지르기에 나가보니

도둑고냥이 한 마리가 살곰살곰 다가와서는

입맛을 다시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꺼?

그 후론 야외나들이를 못허구 말았지요.

일류카쑤인 카나리아랑 유별난 사랑을 자랑허는잉꼬도 키우고

남의 알도 제것인냥 품어주는 오지랖넓은 십자매도 키웠고요...

 

특히나 잉꼬는 물소리나 음악소리를 좋아해서

소리가 들리면 따라서 지저귀는 통에 음악을 조용히 들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니까요.

울딸랑구 기저귀를 빨때면

물소리를 듣고 어찌나 지저구 지저구~~허는지...

그러다가도 낯선 사람이 오면 집 속으로 들어가서

조그만 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호시탐탐 우리들의 이야기를 엿듣곤 했지요.

그시절 산란이 순조롭던 문조나 잉꼬에 비하면

우리집에 온 십자매는 난산(?)을 해서 애를 태우기도 했더랬어요.

알을 낳다가 탈진해서 눈도 못뜨고...

그리하야~ 부리를 벌리고 포도주를 먹여 가까스로 알을 낳게된 적도 있었답니다.

그러고보니 늘 어떤 종류의 새이던지

우리와 함께 했어요.

정말 새들의 지저귐에 잠이 깨는 상쾌한 아침을

아시는 분들은 아실거에요.

유난히 동물을 사랑하는 친정아버지께서

제가 어릴적부터 카나리아랑 잉꼬를 키워서 그런지

이런 생명있는 것들과 함께 하는게 참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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