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딸랑구의 결단

꿈낭구 2018. 12. 29. 23:30


부모로서 참 쉽지않은 결정을 해야만 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갑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졸업도 하기 전 취업이 확정되어 장학금을 받고

방학동안 인턴과정을 거쳐

졸업 하자마자 첫출근을 하게된것이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했던지요...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의 일원이 되어

부모로부터 탯줄을 자르고 독립을 했었는데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나면서

아이는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급기야는 하고있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며

더 늦기전에 적성에 맞는 자기옷을 입고 살고 싶다네요.

달래기도 했다가

나무라기도 했다가...

하고싶은 일에 도전조차 해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하게 될것 같다는 얘기에

그동안 아이와의 줄다리기에서 잡았던 줄을 놓기로 마음을 먹고나니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면서도

남들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인지라

부모로서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과연 잘 하는건지...

순간순간 밀려드는 염려와 불안의 그림자는 어쩔 수 없었지요.

아직 또래친구들은 취업이 어려운 현실 앞에서

졸업도 하지 않은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잘 해낼 수 있을거라 믿어주고 격려하고

아이가 품은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주리라 마음먹으며

마지막 짐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늘 아이 곁을 지켜주었던 애착인형을 안고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봤네요.

마지막 출근한 아이가 퇴근해서 돌아오기 전 

아이가 나름 정리해서 짐을 싸서 두었기에 차에 나누어 싣고

마지막 아침식사를 위해 남겨진 짐들만 덩그라니...

아이가 스스로 처음으로 마련했던 침대입니다.

이미 두세 차례 미리미리 짐을 정리해서 실어나르긴 했지만

차에 싣기에 어려운 침대를 두고 올까 했었는데

세입자가 원치 않을 경우도 있을테고

결국 화물차로 옮기기로 마음먹었네요.

차마 아이가 쓰던 침대를 버리고 올 수 없어서요.

다행히 분리가 되어 이렇게 옮겨두고

운송해줄 트럭을 기다리고 있는데

일단은 아이의 짐을 당분간 울시골집에 보관해두기로 했습니다.

이삿짐을 다 싸버려서

ㅎㅎ그릇에 유자차를 마시고

그동안 머물렀던 투룸을 올려다보며

아이의 인생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한 공간이었다 싶으니

감사하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교차하기도 하더라구요.

차 두 대에 나누어 짐을 싣고

앞서 출발한 아이가 먼저 도착해서 짐 정리를 하는 동안

우리는 화물트럭에 침대를 실어보내고

시골집으로 향하는데 머리가 맑아집니다요.

그래.

 조바심내지 말고

아이의 비상을 기대하며 새로운 시작을 위해 기도하리라...

어느덧 어스름해진 오후

오늘따라 날씨가 어찌나 쨍허니 추운지요.

요 낡은 인형이 여름옷을 입고 있어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혀줘야겠어요.

모자를 씌워주고 아이가 어릴적부터 쓰담쓰담하던 모습을 떠올리니

어느새 도착했어요.

"그동안 맘고생 많았지? 수고했다.

이제 맘껏 네 꿈을 펼쳐보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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