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단단합니다.

꿈낭구 2011. 7. 20. 18:44

여행에서 돌아와 여독도 제대로 풀지 못한 상태로

내 손길을 기다리는 집안일들에 붙들려 좀 무리가 되었는데

지난 월요일 백련을 보러 퇴근후 드라이브를 가자는 데이트신청을

울신랑헌티서 받고서 주말농장 수확하러 가자고 발길을 돌렸지요.

여행기간 내내 이곳에선 비가 줄기차게 내렸었다지요.

그래서 계획했던 산행도 못했고

날씨탓인지 이번에는 혼자 지내기 힘들었다는 고백에

마음이 짠해져서 함께 산에 갔다가 오는길에 주말농장에 들리기로 했어요.

함께 산행을 하며 부부라는... 가족이라는...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번에는 어쩐일인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던가 봅니다.

쫑알쫑알 얘기하는 딸아이가 있음에도

어쩔수없이 옆구리의 허전함으로 무기력증에 빠져 지냈다는데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빈자리를 실감했었다구요...

그렇게도 씩씩하던 울신랑의 뜻밖의 고백에

이제 다시는 함께가 아니면 먼여행을 떠나지않으리라 결심을 했구먼요.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미안하기도 해서

힘에 부치는 상태임에도 제법 긴 산행을 하고

주말농장에 갔을때는 이미 날이 어둑해져서

더듬더듬 방울토마토며 오이랑 가지랑 호박이랑 고추를 따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녹아버린 쌈채소들을 손봐주고 돌아오니

기진맥진~~

어제부터 몸이 으실으실 춥더니만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려

밤새 한숨도 못자고 끙끙 앓아눕고 말았지요.

새벽에 응급실로 가자고 울신랑 놀라서리...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먹고 손끝 발끝꺼정 워찌나 쑤시고 아픈지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오더라구여.

온몸을 파스로 도배를 하고 끙끙대는 엄마가 안타까웠던지

주물러 준다는 딸랑구의 손길도 아파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으니까요.

34도를 오르내리는 한더위에 춥다고 이불을 둘러쓰고 오돌오돌 떨고 있으니...

결국 고열로 이가 모두 솟아 치과부터 병원순례를 하고 하루를 보냈답니다.

내과에서는 음식은 커녕 침도 못삼키게 많이 부은 목때문에

링거를 두 병이나 맞아야 했는데

한 병을 맞고 통증이 어느정도 완화되자 그제서야 다른 환자들이

안테나에 잡히더이다.

가심이 터져버릴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하시는 할머니의 보호자로 따라오신

할아버지께선'고놈들이 질기지 않은 부드런 걸로 달라고 혔는디 왜 그런 질긴걸 줘갖고...'

아마도 치아가 부실허신 할머니께서 급체를 하신 모양입니다.

아픔을 호소하시는 할머니의 고통에 안타까워 어쩔줄 모르시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짙게 묻어나는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고

옆자리 남자분의 전화내용인즉슨

'나가 한 자리서 인절미 서 근을 먹어도 배부른줄 모르던 시절이 있었는디

어쩌다가 이렇게 병원에 누워 이런 신세가 되얏다냐...'

나이들어가며 여러가지 질병에 노년의 삶의질이 떨어진 현장을 접하고 보니

증말 건강관리를 평소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여.

절대안정이라는 주의를 듣고 돌아왔지만

주부의 일거리가 어디 그리 만만한가 말입니다.

입은 쓰고 기운은 없고... 조금 배시시 살아돌아온 엄마를 본 딸랑구는

속없이 밥 말고 뭐 다른 맛있는거 먹고 싶다는 타령입니다.

아이스크림도 써서 못먹고 냉동실에 도로 넣어둔 참이구만...

엄마는 아프면 안된다니께요.

출장중인 남푠은 함께 아프다네여...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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