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애완동물

꿈낭구 2011. 8. 22. 14:02

 

 

초창기 우리집 깐돌이.

썬글라스를 낀 냥...

온통 흰 털에 두 눈에 비대칭 언밸런스 안경을 낀 깐돌군은

워찌케나 충성시럽고 용맹시러운지...

요기 커다란 사과나무 그늘아래 얼기설기 지은 목조주택의 쥔이구먼유.

묶어두었다고 스트레스를 밥그릇에 쏟아내는지 쭈그렁바가지를 맹글었더랬쥬.

 

혼자 심심할까봐 친정아버지께서 서울에서 요넘을 기차로 모셔왔었구먼요.

아직 물설고 낯설은 뽀미를 격려하는데 깐돌군이 아니꼬운지 시선을 내리깔고...

사나이 체면이 있지 드러내놓고 질투를 허지 못허긋다 그거 아뉴?ㅋㅋㅋ

 

 

요넘 이름은 밍키.

요넘 역쉬~ 서울에서 승용차로 납신 귀헌 몸이란디

워찌케나 식탐이 요란헌지

끼니때마다 전쟁이 따로 없었구먼요.

날쌘돌이 맹키로 제것을 휘다닥 집어생키고는

호시탐탐 넘의걸 넘보려다 쌈박질을 혀서 난장판을 맹그는 대책없는 큰애기.

오죽허믄 끼니때마다 커다란 새장안에 가두고 밥을 줬으리요~~

털은 온통 금빛으로 윤기가 좌르르~허고

부티가 좔좔 흐르는디 워쩌자고 먹는것 앞에서는 인사불성인지

게걸스럽기 짝이 없어서 일찍부터 우리의 눈밖에 났구먼이라.

시방도 거실에서 쥔냥반들이 무얼 먹는 낌새를 금세 알아채고

이렇게 낼름 올라와 유리창 너머로 군침을 삼키능만요.

 

 

뽀미는 양이 적어서 맛난걸 이 꽃잔디 아래에 은근슬쩍 숨겨두는 버릇이 있는데

밍키가 온 뒤로는 이 여시거튼 지지배가 용케도 눈치를 채구서 넘본단 말여라.

덕분에 꽃잔디가 쑥대밭이 되곤 혔구만요.

 

 

요넘들이 다 왠 물건들이냐굽쇼?

ㅎㅎㅎ 밍키와 깐돌이가 눈이 맞어갖구서리

정분이 났다는거 아닙니꺼.

어린이날에 몸을 풀어서 북어대가리를 끓여대느라 참 내...

젖살이 오른 요넘들이 자꼬만 에미품을 파고들며 성가시게 혀싸서

에미 낮잠조까 자게허려구 집어다 여기 격리를 시켰구만요.

나른헌 늦은봄 햇살을 즐기는 모십이 넘 귀여우요잉.

 

 

요넘들은 죄다 분양을 했더랬죠.

눈부신 미모에 반해 밍키를 평소 탐내셨던지라

밍키는 가깝게 지내던 목사님 이사 가실적에 함께 딸려 보냈구요.

ㅎㅎㅎ 생김새만 보믄 모두들 탐을 내곤 했더랬쥬.

그러게 사람이든 짐승이든 겪어봐야 속을 안당게로...

새끼꺼정 낳은 밍키는 그 후로도 여전히 천방지축.

눈치코치도 없이 집 떠나기전 윤기나게 목욕시켜 털을 다듬어주며 이별을 준비허는데도

오로지 먹을것에만 관심을 갖고서리

아무 종도 모르고 철딱서니 없이 낼름 올라타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따라 가더이다.

 

 

우리가 키운 애완동물중 가장 사랑을 듬뿍 받은 뽀미.

어찌나 총명하고 눈치 빠르고 이쁜지...

우리집에 오기 전까지는 집안에서 키웠다는데

여기 온 뒤로는 걍 밖에서 그런대로 적응을 해서 곧 씩씩해집디다요.

키가 작아서 밍키가 거실을 넘보던 위치에 서면

겨우 얼굴만 보일 정도였지요.

앞발로 유리창을 두드리다 긁다가 하면서 관심을 끌어모으는 귀염둥이지요.

이잉~이잉~~소리를 내면서 어리광을 하면 나가지 않곤 못베겨요.

겨울에 추울까봐 가끔씩 현관문을 열어주면 신발장 앞 한 쪽 구석에 오똑허니 쪼그리고 앉아

어찌나 청광을 떨어쌌는지...

절대로 거실로 올라오는 적이 없다니까요.

괜찮다고 올라오라고 해도 현관 구석도 감지덕지하다는 눈빛으로

여기도 좋사오니~~송구스럽다는듯 극구 사양을 헙니다.

 

 

결혼 초 당시 아이가 없던 우리에게는 이 뽀미의 재롱에 심심한걸 몰랐다니까요.

그렇게 몇 해를 함께 지내다가

우리가 집을 비운사이 어느 봄날

동네 못된 어느넘이 우리 뽀미를 넘보고 울타리 밑을 파고 침입을 혀서리...

우리 뽀미가 끼가 나서 안그래두 멋진 신랑감을 물색허려던 참였는디...

 

 

이 강아지를 낳았지 뭡니까.

말도 마셔라... 이 갱아지새끼가 우찌케 요만큼이나마 크게 되얏는지...

동네 잡종 녀석의 바람기로 울 뽀미가 새끼를 낳다가 거의 죽을뻔 허지 않았것씀까?

새끼가 반 만 나온 상태로 기진맥진해서 사람으로 치면 수술을 해야할 지경에 이르른 사태가 발생을 혔구만요.

안타까운 남지기 교회의 가축병원하시는 장로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면장갑을 끼고 조심스레 잡아당겨 보라시네여...

결국 제때 순조롭게 태어나지 못한 첫 새끼는

난산으로 거의 실신상태인 뽀미에게 철없이 파고드는데

눈 뜨고는 못 볼 안타까운 상황입디다여.

곧 이어 태어난 강아지는 이미 질식해서 사산을 해서

담 밑 커다란 후박나무 아래에 묻어주었지요.

눈도 못 뜨고 얕은 숨만 겨우 몰아쉬는 뽀미를 데리고

당시 차도 없어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장로님댁꺼정 데리고 갔등마는

너무나 탈진해서 영양주사도 놓기 힘든 상태라시며

탈진한 뽀미에게 안수기도를 해주셨지 뭡니까 ㅎㅎㅎ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도 그분의 허락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시며...

 

결국 아무 손도 못쓰고 집으로 데려와 눕혀놓고 발만 구를 수밖에요.

그 사이 저는 아이를 키운 이웃집에 달려가 우유병을 얻어다가

분유를 타서 새끼에게 먹였는데 눈도 못 뜬 새끼는 젖병의 구멍이 너무 컸던지 사래가 들려

컥컥대고 입으로 코로 우유가 흘러 넘치고...

참말로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워디 또 있으까여잉?

ㅎㅎㅎ 거실 한 구석에 종이박스를 놓고 폭신한 옷을 깔아두고

거기서 새끼를 키웠지뭡니까?

잠도 설쳐감시롱...

한편~ 뽀미는 울신랑이 강제로 입을 벌려 계란노른자를 먹이고

얼마나 공을 들였던지 며칠이 지나자 겨우 눈을 가느다랗게 뜨더이다.

황태국을 끓이는 산바라지를 허게 되얏구만요.ㅋㅋㅋ

그란디...겨우 눈을 뜨게 된 뽀미가 무언가를 핥는 모습입니다.

왠일인가 하여 나가보았더니만...

세상에나~~ 나무 아래 묻어준 흙투성이의 죽은 강아지를 어떻게 알고 찾아다가 핥고있는지...

그때 실감했지요.

 정말 왜 사람들이 싸가지 없는 이들을 가리켜 '개 만도 못하다'는 말을 하는지를...

놀랍고도 슬픈 이 찐헌 감동적인 장면을 목격하고서는 고만 눈물이 찡헙디다요.

비틀거리며 후박나무 아래까지 간것도 놀랍지만

땅을 파서 새끼를 물어온 그 놀라운 모정에

고만 감동을 혀서...

하여간 그리하야 부실헌 뽀미가 젖이 나질 않아 결국 제 손으로 키워낸 새끼올시다.

그렇게 우리와 함께 몇 년을 살다가 검은 털에 흰 털이 희끗희끗 난 뽀미가

너무 늙어서 어느날 생을 마감하기까지 우리 전원주택에서 함께 지냈었지요.

뽀미 역시 제 새끼를 묻었던 후박나무 아래에 묻어주었구요.

그 후론 다신 강아지를 키우지 못했답니다.

 

요넘이 뽀미의 새끼인데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앞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나오며

이제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었지요.

사람이든 짐승이든 정이 들면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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