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혼자서 네 시간이 넘는 능선을 종주하고 체중계에 올라서서
흡족헌 미소를 날리던 울신랑이
요새 틈만나믄 산에 가자공...
허지만 요즘 햇볕이 쫌 따가워요잉?
해가 좀 기울면 가자고 꼬드겨서 지난 주일 오후 해거름판에 집을 나섰지요.
그런데 그날 새벽녘에 모기소동이 나서 잠을 설쳐
어차피 잠도 안 오고 허는지라 실수로 날려버린 과제를 헌다고
꼼쀼따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등만 수면부족인지
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자꾸만 눈꺼풀이 힘을 잃고서리...
졸린다고 찡찡댔등마는 오늘은 쬐끔만 갔다가 주말농장에 가서 영농을 하자고 하더라구여.
주차장에서부터 걸으면 너무 조금 걷게돼 별 도움이 안 된다며
굳이 동네 입구에도 한참 못미처 여기 다리 아래에다 주차를 허고
길 아래 개울가에 핀 꽃들도 귀경허고
담장을 훌쩍 넘은 감나무, 대추나무를 보며 군침을 삼켜가며
세월아~ 네월아~!!
그러다가 주차장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집니당...
해거름판이라고 모자도 차 안에 내던지고 왔구마는.
이런~ 낭패로고~~!!
지난번 대책없이 산에 들었다가 왕소나기로 물에 빠진 새앙쥐가 됐던지라
주머니에 위생팩 한 장 찔러넣고 온 게 유일헌 우리의 비상대책인디
급헌김에 주차장의 정자에서 잠시 비를 피하기로 했지요.
산에 본격적으로 오르기도 전에 비를 만났으니
이거 김이 팍~~셌쟈녀유? ㅋㅋ
산바람이 산들산들 불고...
정자 처마끝에서 빗방울이 주루룩 떨어지는 모습을 구경허는 재미도 쏠쏠혔구요.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귀경이 특히나 잼나등구만요.ㅎㅎㅎ
구구각색으로 나름나름 비를 피해보려고
수건을 뒤집어 쓴 사람.
비에 쫄딱 젖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서
곧 산부인과로 직행혀얄것 같은 만삭의(?) 배를 고스란히 드러낸 민망헌 아자씨들.
그런가허믄 돗자리를 펴서 삼삼오오 떼를 지어 머리에 둘러쓰고 오는 사람들...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다 빠져 나가고
덩그마니 우리들만 남게 생겼씨요...
그랴서...우리도 뭔가 대책을 세워얀디...
비닐주머니에 카메라와 휴대폰을 넣어 야무지게 묶고서리
등산용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빠른 걸음으로 차를 세워둔곳을 향하야~~
아니...그란디 비가 더 거세게 쏟아집니다.
기다렸다는듯이...
동네 울타리 아래에 버려진 우산이 눈에 들어왔지요.
그걸 둘이서 둘러쓰고 ㅋㅋㅋ
이쪽 저쪽이 사정없이 찌그러진 우산이라서
우리 두 사람을 쏟아지는 빗줄기로부터 막아주기에는 역부족인지라
본의아니게 닭살모드루다가 둘이서 하나이되어 발을 맞추며 걸었다우.
ㅎㅎㅎ 이 우산 이래봬두 아주 요긴허게 쓰였기에
이 다리 기둥 아래에 살며시 세워두고 왔지요.
옛날에는 요런 정도의 우산쯤은 길거리 워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는디 말이죵.
바람부는 날이면 뒤집어지기 일쑤인 비닐우산이며
기름먹인 종이우산도 있었다는것이며
우산 살이 부러지거나 꼭지가 달아나고 없는걸 고쳐주던 가게가 있었다는 사실을
요새 아그덜이 워찌 알것이요잉~!
패션우산이다 비옷이다 장화랑 요즘 넘쳐나는 우양산까지...
참말루 학교 다닐적 비오는 날 아침이면
형제자매끼리 우산때문에 신경전을 벌이던 시절도 있었는디 말여라.
지금...우리집 신발장 안에도
우리 가족수의 네 배나 되는 우산이 있구먼요.
워디 그뿐인가여?
자동차 안에는 또 임금님 우산(?)을 비롯하야 영농용 해가림 우산까지...
에구구...이제는 대기오염으로 비도 맘놓고 맞을 수 없는 시상이 되얏으니
비를 맞는 낭만도 잃어뿐졌구만요.
고작 이런 부서진 우산을 뒤집어 쓰고 함께 킬킬대며 걷는것도
비 오는 날의 낭만이라고 헐 수 있지 않을랑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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