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꿈낭구 2011. 8. 31. 16:25

벌써 몇 번째 세탁을 하는건지...

딸랑구 운동화를 빨았는데 다 마르기 전에 비가 와서

제대로 못말라 여엉 개운치가 않아서

다시 빨았었거든요.

요번엔 날씨도 쾌청해서 꼬신내 나게 마를테니

맘놓고 베란다 밖에 내다 널었지요.

아니...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젠 아열대기후로 바뀌었는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로

밖에 내다 널어두고 방심허고 있던 차에 낭패를 봤구먼요,

그랴서 또 다시 세탁을...

아고~~운동화가 눈부시게 하얗구만요.

오늘도 32℃를 넘나드는 만만찮은 날씨라서

하루 바짝 말리면 끝장을 보겠더라구여.

다시 창을 열고 밖에 내널던 중...

돌아가신 친정엄마쯤 돼보이신 할머니께서 지나가시는데

고만...신발을 떨어뜨리고 말았네요.

저~아래를 내려다보니 운동화가 납작~화단으로 떨어졌어요.

운동화를 주우러 내려가려다가 갑자기 난데없는 통장이 생각났어요.

제통장에 또박또박 찍힌 엄마의 이름 때문에

평소 잘 쓰지않고 두었던 통장인데 얼마전 잔고를 확인한다고

들고 나갔던 기억은 선명한데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보니 흔적이 없네요,

아침부터 비지땀을 흘리며 있을만한 곳을 아무리 찾고 찾아도 보이질 않는겁니다.

평상시 잘 사용하지 않는 통장이다 보니 비밀번호도 가물가물~~

ㅎㅎ 통장 한 쪽 구석에 저만 알아볼 수 있게 비밀스런 암호로 적어두었는데

통장이 없어졌으니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이유...

오래전 가계부를 뒤적여 겨우 통장번호를 알게 되어 은행에 분실신고를 했지요.

다행히 사고가 난것 같진 않아서 분실신고 하고서도 미련이 남아

그걸 찾느라 집안을 온통 수라장을 내 정리하느라 또 땀을 삐질삐질...

재발급 하려면 직접 찾아와야 한다기에

은행에 가려고 내려오니

관리실 아저씨께서 청소를 하시다가 왠 신발을 수레에 주워 담으시네여.

오매나...울딸랑구 신발이 거꾸로 납작 떨어져서 흙범벅이 되어있으니

버린 신발인줄 아셨나봅니다.

다시 집까지 올라가기도 그렇고 해서 현관문 앞에 잠시 두고 은행에 다녀왔지요.

하마트면 운동화까지 잃어버릴 뻔 했쓰요잉.

새 통장을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서도

울엄마 이름 석 자가 선명하게 찍힌 예전의 통장이 눈 앞에 어른거려

또다시 찾기를 시도했지만 아직꺼정 나타나지 않네여.

엄마의 흔적을 도둑맞은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합니다.

오래전에

전에 살던 집을 팔지않고 이 집을 사는 바람에

만기가 되기 전인 예금을 해약하려하자 엄만 아무도 모르게 해약하지 말라시며

제통장에 돈을 입금시켜 주셨거든요.

그리고는...

당시 친구분들과 건강상품에 빠져드셔서 자녀들에게 이것저것 열심히 사 나르셨기에

일부러 조금씩 조금씩 돌려드렸던 그 흔적이 그대로 남은 통장이라서...

지금은 그것도 후회가 됩니다.

엉터리 약이라고 제발 그런거 사오지 마시라고

엄마를 섭섭케 한 일도...

엄마 돌아가시고 난 뒤 엄마 이름이 선명히 찍힌 그 통장이

엄마를 추억하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지라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하루를 보냈어요.

 

딸아이 운동화를 베란다 안쪽에 널어두었습니다.

통장찾기에 몰입을 해서 또 비를 맞히면 안 되닝게로...

오늘 여기저기 들쑤시다 친정아버지께서 보내주신 편지도 꺼내 읽고

세뱃돈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아버지를 추억합니다.

 

요즘 친구는 편찮으신 친정부모님때문에 지치고 힘든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저는 그래도 친구가 부럽습니다.

그래도 보고싶을때 볼 수 있고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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