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식품

장 가르기

꿈낭구 2019. 4. 27. 20:49


지난 2월14일 담근 장을 가를때가 되었네요.

지리산 둘레길에 가려고 도시락을 싸고

간식까지 챙겨들고 나서려다가

너무나 청명한 하늘을 보니

장가르기에 최적의 날씨다 싶어서

시골집으로 향했지요.

뚜껑을 열어보고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맑게 우러났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상태여서 어찌할바를 몰라 검색을 해봤더니

이게 아주 성공적인 발효라는군요.

남원 장날에 시골 할머니께 사온 메주라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메주가 아주 잘 띄워진 상태여서

좋은 곰팡이꽃이 핀거라네요.

볏짚에서 잘 띄워서 메밀꽃과 바위꽃이 핀거라니 안심입니다.

곰팡이꽃은 쑥색 바위꽃이 시간이 지날수록

바위처럼 검정색이 되어 바위꽃으로 불린다구요.

메주가 잘 뜬거라 풍미가 좋다고 합니다.

가만히 건져내니 항아리 장국물에 하늘이 잠겼네요.ㅎㅎ

조심조심 정성스럽게...

옛 어르신들께서는 장 담그실때

몸가짐 마음가짐까지 무척이나 신경을 쓰셨던것 같아요.

그도 그럴것이 제게는 이 장가르기 사업은

제 2~3년 식생활을 책임질 된장과 국간장이니까요.

메주가 소금물에 불어서 꺼낼때 부스러져서 떨어지는것도 방지하고

메주들이 위로 떠오르는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양파망을 구해서 이렇게 장담글때 넣었는데

메주가 커서 새 개 밖에 안 들어가서

한 개는 맨 아래에 놓고

그 위에 이렇게 묶어서 올려놓아 떠오르지 않게 했었지요.

조심조심 꺼내는데 앗~!

하마트면 바스라질뻔 혔쓰요.

고운 채와 베보자기로 간장을 걸러야는데

그걸 준비 못해서 장을 거르는것은 따로 해얄것 같으요.

오메나 오메나...

처음엔 메주 두 뎅이

그리고 2년 전에는 메주 세 뎅이

이번에는 메주 네 뎅이라서 이거 만만치 않습디다요.

간장을 걸러서 부어가믄서

메주를 치대줘얀디

허리가 어찌나 아픈지

의자놓구 앉으면 또 이게 잘 안 치대져요.

체중이 실려야 잘 치대니니께요.

더구나 장갑을 낀 손으로 장국물 걸러서 부으랴

다시 쪼그리고 앉아서 치대랴~~

바람이 불더니 모자가 날아가서 그대로 햇볕은 내리쬐고

결국 혼자서 낑낑대는 저를 보구서 남푠이 직접 납셨쓰요.

저는 장물을 떠서 부어주고

남푠은 곱게곱게 메주를 으깨서 치대주는

환상의 2인조.ㅋㅋ

된장이 잘박잘박해얀다기에

이 정도로 된장항아리에 담았어요.

그리고는 양파망을 위에 덮고

항아리 입구를 이렇게 단단히 동여매주고

뚜껑을 덮어 이제 숙성되기만을 기다립니다.

아~~ 정말이지 힘들었지만 뿌듯한 하루였어요.

처음엔 의욕이 충만해서 야심차게 일을 벌였다면

두 번째에는 그때 보담 조금 소심해져서

혼자서 염도 맞추는것 부터 시작해서

살짝 조바심이 났었는데

이번에 세 번재 도전을 하면서부터는

부쩍 자신감이 사라지고 그저 실패할까봐 걱정돼서

염려스럽고 그동안 두 번의 장담그기 사업은

순전히 내 실력이 아니라 바람과 햇볕과

우주의 기운으로 이루어낸 성과였음을 깨닫게 되얏다고나 할까요?

암튼...그리하야 이번엔 그저 사뭇 진지해졌고

겸손해졌으며

조심스럽고 간절하기까지 해서

온 마음을 다 쏟아부었던것 같아요.

이제  새로운 설렘으로 숙성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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