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여름별궁에서의 7월 초하루

꿈낭구 2019. 7. 1. 23:00


아로니아가 익어가는 중입니당.

주렁주렁 많이도 열리네요.

가지가 휘어지도록

먼저 익은것과 발그레 익어가고 있는것

그리고 이제 열린 막내까지

열매 자체가 보기좋은 꽃송이 같지요?

요즘 이 아로니아를 노리는 노린재가 있어서

시시때때로 소탕작전을 벌이곤 합니다.

약을 치지 않는 대신 유기농의 먹거리를 위해서는

이쯤의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수해야겠지요.

틈만 나면 무언가를 가져다 심는 남푠 덕분에

우리 여름별궁에는 갖가지 꽃들이 한창입니다.

그치만 얘는 참 거시기하네여.ㅋㅋ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저만의 특별한 전략일테지만

그래도 솔직히 저는 이 꽃 맘에 그닥...

꽃을 보기 위해서 심은 도라지가 꽃을 피웠네요.

아쉽게도 올해는 흰꽃만 피었어요.

도라지꽃 영역을 호시탐탐 넘보는 호박을 따기 전에

올해 첫 수확이니께 찰칵!

근데...호박이 하늘과 맞짱뜨고 있는게 잼나요.

너무 어린걸 땄다구요?

ㅎㅎㅎ제 주먹만 해요.

동글동글 썰어서 호박전 부쳐먹기 딱 좋지 않아요?

냥1이 냥2, 냥3이가 줄곧 따라다니며 야옹거립니다.

이제는 냥3이도 손바닥에 먹이를 곧잘 먹을만큼 친해졌어요.

텃밭의 경계목을 런웨이 삼는 얘들 때문에

늘상 보수공사를 해야만 한다니깐요.

냥이들은 높은데 걷는걸 더 좋아하나봐요.

굳이 좁디좁은 경계목 위를 걸어다니는걸 보믄...

보리지 씨앗을 심은게 어찌된 영문인지

딱 요만큼만 싹이 나서 손바닥 보다 더 크게 잎이 자라더니

어느새 꽃망울이 생겼네요.

쪼그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솜털 보송보송한게 넘나 이뻐요.

어?

손님이 찾아왔네요.

머지않아 예쁜 꽃을 볼 수 있겠지요?


보리지 곁에 꽃양귀비 뽀삐가 열심히 씨앗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화려한 꽃 만큼이나 씨방도 다채롭네요.

누가 언니고

누가 동생인지

아무래도 씨방의 생김새로 보아

얘가 젤 야물어서 큰언닌가 봐요.

페퍼민트가 키가 훌쩍 자라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저마다의 전략으로 곤충을 불러들이는 이들의 노고도 참 대단합니다.

원래 이 구역의 쥔장 바질입니다.

지금쯤 캉캉치마 같은 어여쁜 꽃을 피우기 시작할텐데

이제서야 이만큼 자랐네요.

부지런히 자라야 바질페스토도 만들어 먹고

파스타에도 넣어 먹을텐데...

에구구...잎 한 줌 따다가 토마토랑 얹어 오픈샌드위치를 만들까 했었는데

고만 깜빡 잊고 그냥 왔네요.

아니...장마가 시작된 7월에 라일락은 어쩐다고 꽃을 피우려는 걸까요?

장미원에 세들어 사는 흰라일락이 너무 자라는것 같아서

지난 봄 꽃 지고 난 후에 전지를 했더니만

얘가 비상사태로 여겼는지 온힘을 다해 난데읎이 꽃을 피우려나봐요.

장미가 매혹적인 향기를 뿜뿜~!!

제가 꽃들하고 눈맞추고 놀고있는 사이에

남푠의 야심작 비빔냉면이야요.

우리의 오늘 즘심식사지요.

며칠전에 물냉 2인분 비냉 2인분으로 포장된 제품을 사왔거덩요.

면 삶는거야 이미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고

텃밭에 열린 오이를 따다 썰어넣고

배를 대신해서 참외를 이렇게 썰어넣었다는데

넘넘 맛있는거 있죠?

ㅋㅋㅋ해주는 밥 먹는 꼬시롬 때문만은 아니랑게여.

증말로 맛나게 먹었답니다.

작년 가을에 김장무 심은것 중에서

볼품없어 뽑지않고 그냥 둔 것에서

봄에 꽃을 피우더니 열심히 씨앗을 만들기에

연보라빛 무우꽃을 우리에게 선물한게 고마워서

뽑지않고 그대로 두었더니 씨앗이 주렁주렁~!

요 며칠 장맛비에 얘들이 저절로 떨어져서 일부는 텃밭에 떨어져

떡잎이 두 장씩 아주 여기저기 났는데

씨앗을 갈무리할까 해서 털다보니 씨앗깍지 속에서

요렇게 생명이 꼬무락꼬무락 자라고 있는거였어요.

위대한 생명의 힘에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더라구요.

살며시 보드라운 흙 속에 옮겨놓고

흙이불을 살짝 덮어주었답니다.

어느해 끈적이는 끈끈이대나물에 울 여름별궁의 정원이

완전 점령당한적이 있어서

그 놀라운 번식력에 두 손 들고 죄다 뽑아냈는데

올해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꽃을 피웠네요.

이 귀엽고 앙증스런 꽃을 들여다 보다가

미안해졌어요.

얘들도 다 살아남기 위해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방편이었을텐데...

윗부분 마디 아래에서 끈끈한 액이 나온다하여 끈끈이꽃이라고도 불러요.

씨앗이 아주 작은대신 엄청나게 많아

바람만 스쳐도 씨앗이 우수수 떨어지거든요.

올해부터는 적당히 타협하며 함께 지낼까봐요.

냥3이는 야생성이 가장 뛰어난가봐요.

무엇에 이리 집중하나 봤더니

꽃을 찾아든 호랑나비 한 마리를 관찰하고 있구만요.

가끔씩 호랑나비 날개들이 잔디밭에 있더니만

냥3이의 나비사냥이었던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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