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겉절이

고들빼기김치

꿈낭구 2019. 8. 8. 16:41


올봄 울시골집 여기저기에서

노랗고 귀여운 고들빼기꽃이 피더니

텃밭 뿐만 아니라 댓돌 아래에도 화단에도

심지어는 잔디밭에도 시멘트 바닥의 갈라진 작은 틈바구니에서도

고들빼기 씨가 날아들었던지 고들빼기가 지천입니다.

아직은 여린듯 보여서 쌉싸레헌 맛이 덜허지 않을랑가 해서

고들빼기를 뽑아와 김치를 담갔어요.

고들빼기를 시골집에 갈적마다 뽑아와서

쓴맛을 빼기 위해서 물에 담가둬얀디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금세 흐믈흐믈...

그래서 버리고 다시 뽑아온 고들빼기를 용기에 담고

물을 가득 채워서

냉장고 속에 넣어뒀어요.

그리고는 하루에 두어 번씩 짙게 우러난 물을 버리고

새로 물을 붓고 떠오르지 않도록 누르미를 올려서 3일 정도 우려냈던것 같아요.

작년에 따서 말려둔 고추를 믹서에 갈았더니

곱게 안 갈아져서 애를 먹었어요.

그래도 유기농고추니까 묵은 고추라 때깔은 안 나도

고들빼기 김치옷 정도로는 괜찮지 않을까 해서

까나리액젓과 마늘, 생강,밀가루죽을 넣고 갈아서 양념을 만들었어요.

고들빼기에는 쪽파가 들어가믄 좋지만

날이 넘나 더워서 마트에 갈 엄두가 나질 않아

걍 고들빼기로만 담그기로 했어요.

쌉쌀한 맛이 나는 고들빼기에는

양파청과 매실청으로 당도를 내주면 좋을것 같네요.

그야말로 식구 많은 집에서는

한 끼 먹음 바닥이 날 만큼 아주 적은 분량이네여.

저는 고들빼기김치는 시집와서 처음 먹어봤어요.

시어머니께서 고들빼기 김치를 권하시는데

쌉쌀해서 깜짝 놀랐어요.

생전 처음보는 김치인데다 당시에는 파김치도 못먹던 제게는

난이도가 상당한 특별헌 김치였던 셈이랄까여?

하지만 어머님 앞에서 못먹는단 말씀을 차마 못드리고

신혼시절이라서 대충 우물우물해서 삼켜뿐졌드랬쥬.

시댁식구들 모두 고들빼기김치를 좋아하셔서

명절때마다 늘상 상에 오르곤 하다보니

저도 어느새 고들빼기의 독특한 맛과 향에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바로 울시골집에 어머니께서 고들빼기 씨를 뿌려주셨는데

세월이 얼마나 많이 흘렀는데도

우리는 심지도 않은 고들빼기가 여기저기 자라는게

아마도 그 후손들인것 같아요.ㅎㅎ

한때는 김장때마다 쪽파도 넣고

잣과 밤까지 넣어 고들빼기 김치에 온갖 정성을 들였었지요.

시장에서 파는 고들빼기는 다듬는게 여간 성가신게 아니라서 쉽게 덤비지 못했는데

울시골집 고들빼기는 여리고 깨끗해서 한결 수월했어요.

고들빼기 김치를 담가서 상온에 하루 두었더니

우리 먹기엔 딱 좋은 새콤한 상태가 되었네요.

어찌나 맛있다고 좋아하는지

다른 김치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우쭐우쭐대믄서  자신감 급상승해서

조만간 또 담그게 될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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