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식품

고구마순 말리기

꿈낭구 2019. 10. 27. 15:52



지난 5월에 주말농장에 심을 채소모종을 사러 갔다가

거스름돈 대신 이 꿀고구마 모종을 사다 심어보라고

경험도 없고 난감해하는 우리에게

고구마 모종은 심어만 놓으면 혼자 알어서 큰다고

고구마순만 뜯어다 먹어도 본전은 허고도 남을거라며

종묘사 아짐께서 하도 권하시기에 받아들고 와서

주말농장에다 둘이서 쪼그리고 앉아서 심은 모종이 30개였지라.

그동안 여행다니고 울여름별궁 들락거리느라

발걸음도 지대루 못혔구만

혼자서 이렇게 억쑤로 씩씩허니 자랐구만요.

여기저기서 고구마를 수확하는걸 보더니

우리도 고구마를 캐야는거 아니냐고...

주말농장에 혼자 고구마를 캔다는게 딱해서

집에 얌전히 쉬고 있으라며 말리는데도 목발짚고 따라갔지요.

주말농장에 팥도 수확기를 맞아 꼬투리에서 마른 팥알이

흙에 여기저기 떨어져 있더랑게여.

아구구...이거 지주냥반헌티 먄시러서 클났구만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디

그동안 넘 무심혔지 싶으니께 ...

남푠은 고구마줄기를 전지가위로 잘라서 걷어낸것을

차 옆에 의자를 두 개 가져다 놓고 옮겨줬어요.

고구마순 묵나물 노래를 불렀응게 알아서 필요헌 만큼 적당히 따라고요.

그란디...가을햇볕이 여간 따가운게 아니라서

우산꺼징 동원허고 고구마순을 따는디 더웁기도 허고

다리도 아프공...

좀체로 진도는 안 나가공...

고구마 캐는데 열심인 남푠한테

고만 집에 가자고 찡찡댔더니

이렇게 해놓구서 어떻게 집에 가느냐믄서

그러게 따라오지 말라니까 따라와서 찡찡댄다고

구시렁구시렁~~

힝~!!!!!!!!!!!!!!!!!

고구마도 얼마 되지도 않는구만...

삽에 찍혀서 반동강이가 된게 수두룩허고 말이죵.

고구마 캐다 말고서 찡찡대는게 딱했던지

집에 델다주고 다시 주말농장으로 돌아갔어요.

그 사이에 커다란 그릇에 소금물을 담아주믄

혼자 앉아서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긋노라고 부탁을 혔쓰요.

아...그란디 이것도 결코 쉬운일이 아니구만요.

아무리 벗겨도 당췌 줄어들지 않으니 기진맥진허게 생겼드랑게여.

해가 저물어서야 남푠도 기진맥진혀서

캐온 고구마도 차 트렁크에 그대로 놔두고 왔대여.

둘이서 겨우겨우 힘을 합하여 손톱이며 손가락이 시커먼스 되드락꺼징

껍질벗기기에 돌입~!

하다하다가 지쳐서 이제 고만 허자고...

벗긴것만 곰솥에 물을 끓여서 데쳐서 말리기로 했어요.

남은 요것은 우짤까여.

심들게 딴 게 억울혀서 버릴 순 읎는 일이고

일단 껍질 안 벗긴거지만 요것도 걍 데쳐보기로 했더니

데쳐서 벗기니까 오히려 훨씬 빠르고 쉽더랑게라.

하룻밤 건조기에 말렸더니

실처럼 가느다랗게 말라서 겨우 한 봉지도 못되게 생겼어요.

요걸루다 묵나물도 만들어 먹고

뼈다구감자탕에도 넣어 먹을랍니당.

무쟈게 심은 들었지만서도

한편으론 겁나 뿌듯허구만요.

고구마순 묵나물 부드럽게 삶는 방법도 알어놨긋다

이제 어여 빨리 회복되기만을 지달리믄 되긋구만요.

부실헌 몸으로 이 대사업을 마치고 나니

끙 소리가 절로 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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