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겉절이

김장준비

꿈낭구 2019. 11. 16. 22:00


느닷없이 김장을 하게 됐어요.

울딸랑구가 12월 중순에 이사를 하게 되어서

미리 집을 구하러 가얄것 같아서요.

그 즈음에 친정쪽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어서

시간이 빠듯한 관계로 미리 알아보려니

김장이 걱정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미리 앞당겨서 하려구요.

집에서 가까운 농수산물시장에 갔더니 다른 해 김장철 분위기와는 달리

한산해서 깜짝 놀랐어요.

배추를 탑 쌓듯 거창허게 쌓아놓고 팔던 예년과는 달라도 넘 다르네요.

세 포기씩 망에 담겨져 있는데

6포기만 샀어요.

미나리와 쪽파만 한 단씩 샀는데

수산물 쪽으로 갔더니 생새우가 4만원이래여. 세상에나...

중국산이라고 심란스럽게 생긴게 2만원이구요.

그래서 올해는 김장도 조금 하니까 생새우를 생략하기로 했어요.

어차피 시골집 텃밭에 자라고 있는 무우와 항암배추가 있어서

절임배추를 산다해도 두 번 일이 될것 같아서

배추를 사들고 시골집으로 가서 김장을 하려구요.

포기가 크긴 한데 여섯 포기라서 예년에 비해 넘 적은거 아니냐고

남푠이 은근 걱정인가봐요.ㅎㅎ

이제서야 포기가 차기 시작하는 항암배추가 딱 요만큼입니당.

이 시기보다 두 주일 정도 지났으니까

결구가 시작되어 한창 무럭무럭 몸집을 키우는 중인데

어쩔 수 없이 뽑아야허게 생겼쓰요.

요거 일반배추 모종보다 값이 훨씬 비싼 모종인데

지난 8월 하순에 모종을 사다 심어놓고

여행갔다가 사고로 다쳐서 수술하는 바람에

돌보지 못하고 혼자서 자라느라 요렇게 생겼어요.

퇴원후에야 겨우 시골집에 와서 벌레 잡아주고

얌체같은 민달팽이 소탕작전을 펼치느라 남푠이 애 많이 쓴 결과물이야용.

보기보다 글두 속이 쬐끔 찼네요.

속깡이 노란게 정말 먹음직스럽게 생겼지요?

항암배추 10포기 중에서 1등으로 뽑힌거래여.ㅎㅎ

항암배추는 배추뿌리쪽에 황금빛 테두리가 있는게 특징이야용.

배추가 얼마나 꼬시게 생겼는지

요거 쌈싸묵고 싶네요.

김장을 적은 양을 하는데 김장때마다 갓을 사려믄

조금씩은 안 팔아서 결국 단으로 사게 되니까

맨날 갓이 남아돌아서 지난봄에 울형님댁에서 갓 몇 포기 얻어다 심었는데

이렇게나 씨가 떨어져서 갓밭이 되얏네요.

 지난번에 갓김치 담글라고

목발짚고 곡예를 허믄서 연한 갓을 뽑았는데

남푠이 뽑아서 내버린줄 알고 글쎄 텃밭에 뿌려놨대서

얼마나 황당했던지요...

한 쪽 다리로 바들바들 떨믄서 얼마나 힘들게 뽑은것인디...

너무나 속상해서 집에 다 오는 동안 고개를 우로 꼬구서

말 한 마디도 안 했어요.

다른 수확물들이 있었으니 평상시 처럼 알아서 잘 챙겨온줄 알았거덩요.

텃밭에 풀 나지 말라고 뿌려놨다니 더 약이 오른겁니다.

아파트에 거의 다 와서야 싸헌 분위기를 눈치채고

그럼 차를 돌려서 다시 가자는데 에구구...

암튼 그래서 사연이 있는 갓이구만요.

큰것은 갓에도 가시가 있더라구요.

요 무우밭에서 조금 솎아다가 지난번에 무우김치를 무우청까지 해서 담갔어요.

무우 역시 한창 자랐을때 북돋워줬어얀디

발걸음을 못헌 탓에 땅속에 있어야할 무우들이

죄다 이렇게 땅위로 올라와 솟아있어서

서리가 오면 그대로 피해를 입을까봐 비닐을 얼기설기 덮어줬었지요.

무우청을 시래기로 말리고

무우는 딱 동치미 담그기에 적당한 무우네요.

올해는 동치미 대신 그냥 바로 먹는 물김치로 담글라구요.

무우 종자가 비싼거라서 무우가 아주 야물딱시럽고 맛있답니다.

작년에 경종배추 남겨둔것이

올해 꽃이 피어 씨앗이 생겼기에

뽑아서 털었더니 거기서 저절로 경종배추가 몇 포기 드문드문 자랐나 보다고

것두 신통방통혀서 뽑아달랬더니

무신 소리냐고...

요즘은 F1종자라서 토종씨앗과 달리 다음세대를 준비 못하는거래요.

ㅋㅋ남푠이 경종배추도 모종 심을적에 씨앗을 사다가 파종했었다네여.

그런데 올가을 유난헌 비로 씨앗이 발아가 안 돼서 요것뿐이래여.

암튼 그래서 잘났건 못났건간에

죄다 뽑아왔어요.

겉잎만 따내고 그냥 푸른잎까지 간을 절일라구요.

이거야말로 완죤 유기농이니 얼마나 귀한건데요.

토양살충제나 제초제는 물론

살충제나 화학비료가 뭔줄도 모르는 아이들인걸요.

이만큼이나마 저 혼자서 열심히 자라준것만도 고마워서

기꺼이 먹어줄테야요.

앞으로 뒤로 분주한 발걸음에 졸라도 소용없음을 알았던지

남푠바라기 모드로 냥이들이 이러구 있네요.

인기있어서 좋긋넹.ㅋㅋ

간절이기도 속전속결루다...

출신성분에 따라 따로따로...

생각보다 양이 많아보입니당.

내일 교회 다녀와서 시골집에 갈 수 있을테니

간 절이는 시간이 길어서

뒤적여주지도 못하는데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암튼 이렇게 김장의 서막이 올랐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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