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늦가을의 쇠락한 뜰

꿈낭구 2019. 11. 7. 17:59


장미가 마지막 힘을 다하여 꽃을 피워내고 있어요.

옆마당 담장 아래에서 기를 못펴고 지내는걸

지난 봄에 옮겨 심었더니

제법 탐스러운 꽃을 피우기에 마음이 놓였지요.

어린 시절 고향집 뜨락의 노란장미도

이처럼 가냘픈 꽃송이라서

유독 여리여리한게 꽃송이가 그만 툭 떨어질것 같았는데

아마도 노란장미는 다른 장미들에 비해

약한가 봅니다.

처연한 슬픔을 꽃 속에 감추고 있는듯

언제 보아도 야무진 구석이 없어 마음이 쓰입니다.

무서리 내리기 전에 맘껏 피었나봐요.

봄에 사다 심었던 라벤다는

땅맛을 알았는지 이 구역 원주민인 당근이 무색하리만치

열심히 꽃을 피우면서 자리를 넓혀가고 있네요.

추위에 어찌 지내려나...

비닐로 씌워주면 월동이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냉이가 여기저기 올라왔어요.

가을냉이도 산뜻허니 좋아요.

머위도 봄인줄 알고 여기저기 정신없이 귀여운 잎을 내밀고 있네요.

일찌감치 겨울을 준비하는 요것의 정체는 뉘일까여?

아주 단단한 월동대책을 마련했어요.

바로 이 사마귀의 소행이지요.

초록빛 몸피가 가을이면 이렇게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요.

사마귀가 알을 낳아 추운 겨울을 무사히 지낼 수 있도록

알집을 아주 폭신한 재료로 튼튼하게 만들어요.

대추나무를 열심히 타고 올라간 호박덩굴에서

귀여운 호박 한 덩이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네요.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하여 꽃을 피운 가지.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가지가 정신없이 달리는데

손가락 크기만한 가지를 따서 먹음

달큰하고 폭신한게 아주 맛있어서

저는 요맘때 가지를 생으로 먹는걸 좋아해요.

쇠락한 울시골집 텃밭은 겨우살이 준비로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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