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입맛도 없고 병과 씨름하느라 지쳐있던 그때
대학찰옥수수 공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겨우겨우 막차에 올라 옥수수를 사게 되었지요.
올 처럼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 계절에 수확도 쉽지 않을거라 여겨서
신청 후로도 목을 빼고 기다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울신랑은 퇴근만 하면 옥수수타령입니다.
오늘도 안 왔느냐고...
이곳에선 대학찰옥수수는 무주리조트에나 놀러 가야 만날 수 있거든요.
이미 그곳에서 이 특별한 옥수수의 맛에 빠진 울신랑은
마트에서 파는 옥수수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요.
드댜~~ 기다리던 옥수수가 배달된다는 연락을 받고
뒷베란다에 신문지를 널찍허니 깔아놓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기다리지 않았긋씀까?
워매나~~푸짐헌거... 이걸 언제 다 먹는당가~~
거판지게 많은 옥수수를 쏟아놓고 껍질 분해작업에 돌입을 혔는디
작년에 비해 알이 좀 부실허긴 헙디다마는 그래도 올 해 같은 때에
이만큼이나마 키워내시느라 얼마나 구슬땀을 흘리셨을까 생각하니
한 자루 한 자루가 소중허기 그지없더란 말여라.
철푸덕~ 앉어서 껍질을 까는 참인데 울신랑 퇴근해서 힘을 보탭니다요.
둘이서 도란도란 야그를 험시롱 작업을 허다봉게로
그 많던 옥수수가 요로코롬...
들큰~헌 향내가 어린시절 숨바꼭질 할 적에 옥수수밭에 숨었다가
옥수수 수염으로 머리를 땋듯 말썽을 피울적에 맡던 그 냄새가 아닌교...ㅎㅎㅎ
옥수수 수염을 따로 모아서 그늘에 말릴 참이구먼요.
옥수수 수염차를 끓일까 하구요...
냉동용기에 담아서 밥에 넣어 먹으려고 따로 이렇게 알을 떼었답니다.
알을 떼는 작업이 꽤 품이 많이 드능만요.
울신랑 첨에는 옥수수 알이 이리 튀고 저리 튀어 사방으로 줏으러 댕기러 바쁘등마는
세 자루쯤 되면서 부터는 아조 세련되게 선수가 되얏뿐졌어요.
허리도 뒤틀리고 슬금슬금 꾀가 난 내넌...
슬며시 남푠헌티 그 일을 미루고 옥수수를 찐다고 손을 털고 일어났구먼요.
우리집 곰솥에 3/2를 차지허능만요.
이케 푸짐헌 옥수수 잔치를 벌였는디 냉동실 자리를 마련혀야 되지 않으까혀서
또 다시 분주해집니다.
후끈후끈 옥수수를 쪄내는 열기로 주방은 싸우나가 따로 없습니당.
하지만 구수헌 냄새가 워찌나 맴을 흔드는지
뚜껑을 들추고 슬며시 몇 자루를 꺼냈구먼요.
뜨거운걸 참아가며 한 입 두 입 물어 뜯는디...
와따매~~ 겁나게 쫀득허니 맛이 있네여.
저녁에 냉면 사 먹자고 약속을 했었는디
고만 이렇게나 아구아구 먹었으니...
오늘 저녁은 이 옥수수로 끼니를 대신했구먼요.
아침에는 감자옹심이로
즘심에는 수제비로
저녁에는 옥수수로...
완죤 강원도 버전으루다가 하루를 보냈구만요.
이걸 언제 다 먹나 했더랬는디
세상에나... 자고 일어나서 봉게로
달랑 네 자루 남었씨유...